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의 해외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의혹들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9일 재미교포 블로거 안치용 씨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해외 부동산 거래 내역을 추가로 공개했다. 안 씨는 ‘효성의 미국 법인인 효성아메리카가 1982년부터 98년까지 세 건의 부동산을 추가로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효성 아메리카는 먼저 1982년 9월 뉴욕 퀸즈의 콘도 두 채를 매입해 98년 5월에 매도했고, 1994년 1월에는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 있는 건물을 435만 달러에 산 뒤 1998년 10월 560만 달러에 팔았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주)효성 조현준 사장(41)의 추가 부동산 취득 의혹을 제기했다. 조 사장이 설립한 ‘펠리칸 포인트 프로퍼티즈 LLC’가 2005년 4월 비버리힐스에 165만 달러짜리 호화콘도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으며 현 시세는 약 250만 달러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캘리포니아 브레아 시에 있는 효성 LA지사 건물도 (주)효성의 공식 재산이 아니라 콜롬비아 LLC라는 법인 소유로 등재돼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효성 그룹의 해외부동산 취득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대통령 사돈 기업 효성에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안 씨 등을 통해 드러난 효성의 해외부동산 조성 내역은 모두 13건에 24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검찰의 수사 속도는 미진하기만 하다. 검찰은 효성그룹과 관련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들만 확인하는 소극적 수사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안치용 씨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9일 추가 제기한 부동산은 효성아메리카가 94년 1월 435만 달러에 사들인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 건물 1채 등 5건이다. 효성 아메리카는 1982년 9월에는 뉴욕 퀸즈의 콘도 두 채를 매입해 98년 5월에 매도했고, 1994년 1월에는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 있는 건물을 435만 달러에 산 뒤 1998년 10월 560만 달러에 팔았다. 효성 아메리카 LA지사가 입주해있는 건물도 효성 소유의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안 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효성 아메리카 LA지사의 주소는 910 COLUMBIA ST. BREA. CA. 92821로 LA 뉴포트코스트 4백50만 달러 주택과 샌디에고 란초발렌시아 빌라를 소유한 PELICAN POINT PROPERTIES LLC, 샌프란시스코 주택을 소유한 ASKA PROPERTIES LLC, LA 한인식당 ‘사간’이 운영하는 ASKA HOLDINGS LLC등의 주소지도 바로 효성 아메리카 LA 지사로 되어 있다. 또한 무기납품업체인 ZN TECHNOLOGY, SERONICS등의 법인 주소도 바로 효성 아메리카 LA 지사이다. 또한 이 의원에 따르면 효성아메리카는 88년 2월 ‘코플랜드’라는 회사와 김모 대표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세 차례에 걸쳐 300만 달러를 대출해줬다. 이 의원은 “코플랜드는 실적도 확인되지 않는 유령회사”라며 “효성이 자회사도 아닌 회사에 거액을 선뜻 빌려준 게 의문”이라고 밝혔다. 코플랜드에 △효성의 대출 때마다 국내 유명 은행들이 30만~110만달러씩 함께 빌려주고 △담보가치보다 턱없이 많은 금액을 빌려줬으며 △대출 세 건이 두 달여 동안 집중된 점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1년 뒤인 이듬해 6월 김 사장은 파산신청을 했고 효성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효성아메리카가 유령회사에 대출해주고 파산 방식을 거쳐 대손처리한 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이처럼 매입과 매각이 되풀이 되면서 효성의 거래가 연쇄적인 부동산 투자로 해석돼 거래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효성 측은 “효성아메리카는 코플랜드에 담보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라 김 씨의 또 다른 회사인 ‘다운스포츠’와 의류 등 거래를 하면서 김 씨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라며 “미국 비자금 조성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황당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부동산 기업 효성
효성그룹의 부동산 거래에서 눈에 띄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효성그룹이 소유한 부동산이 대부분 호화주택이 몰려 있는 미국 뉴욕과 서부지역에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13건의 부동산 중 8곳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등 서부에 있고 4건은 미국 뉴저지, 뉴욕 등 동부, 나머지 1건은 하와이에 있다. 다분히 투자용이라는 의혹 제기가 가능한 부분이다. 또 하나는 효성 아메리카 유영환 상무가 거의 모든 거래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유 상무는 효성아메리카가 세운 유령법인이 부동산을 위임받으면 이를 토대로 대출받거나 매각 작업을 도맡아 처리한 인물이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유 상무는 조 회장 일가의 ‘집사’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LA 식당 사간의 주류취집 허가서에 보면 라이선스는 ‘ASKA HOLDINGS LLC’에 주어져 있고 회사 사무실 오피서로 유 상무와 조현준 사장이 함께 등록되어 있다. 또한 그동안 유 상무가 대행했던 부동산 매입 법인 등의 실소유주도 대부분 조 사장이었다. 다시 말해 효성 그룹의 해외 부동산은 개인용이 아닌 그룹용 투자재산으로 관리돼 온 정황이다. 앞서 효성그룹이 내놓은 “사택용이었다”는 해명은 무색해진 셈이다. 유 상무가 일하고 있는 효성 아메리카는 효성그룹의 미국 법인 7개 가운데 하나로 (주)효성이 100% 출자한 현지 법인이다. 종합 무역상사업을 목적으로 한 3개 법인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회사다. (주)효성은 효성 아메리카 외에도 올 1월에 효성 인터내셔널을,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주재 해외계열사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지주회사격인 효성 홀딩스 USA를 설립했다. HICO 아메리카 세일즈 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별도로 있지만, (주)효성의 미국과의 거래는 효성 아메리카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효성 아메리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효성의 공시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효성 아메리카를 통한 무역금융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2002년 7월말 411억원에 불과했던 채무 지급보증액이 8월초 1008억원, 2003년 8월 3299억원, 2004년 5월 3718억원으로 급증했다. 2004년말까지 3500억원 내외를 유지했던 지급보증액은 2007년말 1389억원으로 줄어들더니 2008년말에는 3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2004년을 전후해 4년 동안 가장 활발하게 지급보증이 이뤄졌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조 사장이 미국 부동산을 구입했던 때와 일치한다. 이는 효성 3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자금과 효성 아메리카의 자금흐름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검찰이 효성 아메리카의 자금흐름 전반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효성 3세들이 주장하는 자금 조달 경로의 진위여부를 밝혀낼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더욱이 효성 아메리카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로우테크놀로지의 미국 현지 장비 조달 창구를 했다. 로우테크놀로지 이 모 대표는 지난달 국방부에 야간 표적지시기를 납품하면서 원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사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주관엽씨가 이같은 사기 행위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 씨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서다. 로우테크놀로지가 2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과정에 효성 아메리카가 어떤 식으로든지 관련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검찰 수사에 관심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사정당국의 수사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과 세무당국은 최근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전무의 상속ㆍ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개인 세금 납부 내역을 입수해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조현문 효성 부사장 등 다른 총수 일가의 개인 납세내역도 함께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전무가 미국에서 매입한 7건 이상의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와 이 과정에서의 탈세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들의 개인 납세내역 분석에 착수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구매자들은 부동산을 매도했을 경우 양도소득세를, 취득자금을 증여받았을 경우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검찰은 또 최근 효성그룹 총수 일가의 해외 부동산 매입 경위와 관련해 효성 임직원들을 일부 소환해 매입 자금의 출처를 조사했으며 효성 측으로부터 자금 출처와 관련된 일부 자료도 넘겨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 등에 대한 미국과의 사법 공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현준 사장 형제와 유 상무가 부동산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선 납세자료 분석 과정에서 해외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뿐 아니라 검찰이 2007년 말 작성한 첩보수집보고서에 명시하고도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했던 편법 증여나 재산 해외유출 등 의혹과 관련된 단서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난 여론 증폭
이처럼 효성그룹 3세들이 부동산 의혹이 증폭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경제 살리기가 국정 우선 과제인 대통령의 사돈기업 자제들이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린다. 13개 업종에 54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3위의 대기업집단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법처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미 여론은 효성그룹을 부동산업자로 보는 분위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