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에서 희비 엇갈리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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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했지만 잘나가는 기업들은 따로 있다. 전 정권에서 잘나갔다는 말을 들은 기업은 ‘아니올시다’다. MB 친구나 친척이라는 끈이 있어야 그나마 잘나간다.” 한 기업 임원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다. 뼈있는 농담이다.
이 임원의 말처럼 요즘 재계에서 ‘질주한다’는 소리를 듣는 기업이 바로 롯데그룹이다. 정부 협조가 필수인 분야에서 잘나간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최고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오랫동안 묵혀 있던 숙원사업이 정권이 바뀌면서 갑자기 술술 풀리고 있다. 제2롯데월드 사업은 국토해양부·국방부·서울시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풀려버렸다. 인천 계양구 골프장 건설 허가 등 각종 인허가에서도 독보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역민들과 마찰이 큰 사업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칠성이 물류센터로 사용해온 서울 서초동 부지 3만3천㎡(약 1만 평)가 상업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롯데, MB와 대학 동기 영입


이명박 대통령과 장경작 롯데호텔 총괄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장 사장은 지난 2월12일 인사에서 롯데그룹 호텔 부문 총괄사장에 올랐다.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이 자리는 이번에 새롭게 만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5년 롯데가 장 사장을 영입하고, 대통령 취임과 함께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롯데호텔을 개인 사무실로 사용해왔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이 만나 한국방송 사장 후임 인사를 논의한 곳도 롯데호텔이었다.
너무 잘나가니 정경유착 의혹까지 제기된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롯데 총괄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가 취임한 것도 석연치 않은데다, 롯데 본사 자금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풍문이 증권가에 많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적인 롯데가 최근 ‘기업 쇼핑’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올해 초 소주 시장 2위인 두산주류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했으며, 10월에는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마크로 인도네시아’를, 8월에는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사들였다.
세종시 논란이 이어지면서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으로 가장 먼저 언론에 난 것도 롯데였다. 롯데는 맥주 사업 진출을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세종시 입주를 고려 중이다.


정권의 기린아, 천신일 회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이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이 있다. 천 회장은 지난 대선 직전 이 대통령에게 특별당비 30억원을 선뜻 빌려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드러냈다. 천 회장은 대선 기간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아 고려대 동문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천 회장은 부산 출신에 경남고를 졸업하고 포항에서 사업을 했기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천 회장은 새 정부 출범 뒤 새로운 사업에 나서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그동안 여행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에 주력해온 천 회장은 지난해 5월 석영자원개발업체인 ‘이너블루’를 12억원에 인수하며 태양광 에너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곧이어 지난해 6월 중국 규석 광산에 대한 채굴 계약을 맺었다. 신생 자원개발업체를 인수한 지 한 달 만에 막대한 이권이 걸린 광산 계약을 따낸 것이다.
시기도 절묘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방중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지난해 5월 말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 MB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11조원을 투자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너블루는 지난해 11월10일 중국 칭하이성 내 규석 광산 3곳을 탐사한 결과, 광산의 평균 순도가 99% 이상이며 총 매장량은 3437만t에 이른다고 밝혔다.
영어교육 정책 논란이 거셌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인 2008년 2월 세중나모여행은 ‘세중에듀테인먼트’를 설립해 교육 사업에도 진출했다.
반면 전 정부 때 잘나갔던 기업들은 죽을 쑤고 있다. MB 정부의 재벌그룹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시기, 구조조정 명단에는 지난 정부 때 잘나가던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금호아시아나는 참여정부 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사들여, 자산 순위에서 맞수 기업인 한진그룹을 가뿐히 제치며 승승장구했다. 유진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GS그룹을 제치고 하이마트를 삼킨 데 이어 유진투자증권(옛 서울증권)마저 거머쥐었다. 프라임그룹은 프라임상호저축은행, 한글과컴퓨터, 삼안 등을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워나갔다. 물론 이 기업들은 과도하게 차입을 늘린 후유증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



반면 한진그룹은 MB 정부에서 해외 공항 경영권을 따내는 등 금호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요즘 건설업체들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4월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0개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4대강 살리기 기업인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의 58.7%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에 관심이 높다고 답했다. ‘관심이 없다’는 기업은 5.3%에 그쳤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은 한 심포지엄에 나와 “옛 정보통신부를 해체함으로써 ‘IT가 죽었다’고 말하는 이들은 무한경쟁 시대임에도 사업 독점권을 부여받아 편하게 지냈던 그룹”이라고 말했다. IT 쪽 사람들은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에 이어 다시 한번 IT업계 현실을 무시한 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올해 추경에 반영된 IT 관련 예산은 3361억원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국가하천정비사업 예산은 3500억원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토지 보상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보상비가 예산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포스코는 정치권 외풍설로 시끌시끌하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세계 철강업계가 사활을 건 생존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최근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정권 핵심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단까지 꾸리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효성 비자금 수사


포스코는 철강 수요 감소에 따른 조강 생산 및 판매량 급감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0.7%, 68.5% 줄었다. 이런 시기에 외압설이라는 외풍을 맞게 된 것이다. 포스코 쪽은 “차기 회장 선임 개입설은 낭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제기된 의혹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계가 있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세무조사를 받거나 최고경영자(CEO)들이 구속됐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관계있는 기업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검찰 조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특징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모두 구속됐다.
그런데 미공개 정보로 주식에 투자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 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1년 넘게 끌고 있다.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과 달리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현대그룹의 북한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들도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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