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신드롬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신종푸루를 둘러싼 웃지 못 할 소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 여파가 미주한인사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는 현지 관광업계가 휘청하고 있다. 신종플루 발생 이후 미국으로 오는 관광객 수가 30% 이상 격감하면서 여행사는 물론 이와 관련된 관광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 한국에서 신종플루로 인한 과민 반응은 일상적일 정도다. 환절기 단순 감기 환자는 물론 기침만 해도 모두 타미플루(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으려 병원마다 장사진을 이루는 것은 기본. 일단 신종플루 의심이 드는 사람들은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는 통에 말 못할 애환도 상당하다. 그러나 검사를 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음성판정을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동절기 들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는 날이 갈수록 확산돼 좀처럼 진정세가 보이지 않는다. <선데이저널>은 신종플루 유행을 둘러 싼 한국사회의 이모저모를 짚어 봤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

지난 주말 서울 시내 모 거점병원 응급실은 고열과 기침환자로 온종일 북적였다. 혹시 하는 마음에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면 곧장 거점병원으로 몰려드는 인파가 상당하다. 검사비만 무려 20만원에 신종플루 검진을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는 ‘의심환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확진 판정 이전에 ‘혹시’하는 마음이 앞서 큰 병원으로 몰려든 경우다. 외국계 하드웨어 전문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본인을 비롯해 가족 4명이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신종플루 검진을 받았다. 검사비로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으나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A씨는 “차라리 양성판정을 받고 한번이라도 앓고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부인과 아이들 모두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거점병원부터 찾은 게 어리석었다”고 토로했다.
신종플루 공포 최악
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B병원 응급실은 그야말로 10분에 1~2명꼴로 신종플루 검진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로 붐볐다. 갓 태어난 영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이 고열을 동반한 기침을 호소하며 검사실로 향했다. 이들은 10~20분 정도 소요되는 검진을 마친 뒤 하나같이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사라졌다. 1시간 만에 검진을 마친 의심 환자들은 무려 20여명이 넘었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신종플루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 사건·사고 환자들은 줄었다”며 “대신 지병이나 신종플루 확진검사 및 치료를 위한 환자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늘고 열이 오르면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당수 학교에는 결석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검사비로만 100만원을 쓴 A씨 뿐 아니라 대기업에 근무하는 K씨 역시 초등학생인 큰 아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온 가족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비스업계 ‘울고 싶어라’
하지만 타미플루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복약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보고 되는가 하면 상당수 환자들이 구토나 설사 등 크고 작은 부작용에 시달렸다. 신종플루 여파는 일상생활 스타일도 바꿔 놓았다. 가장 대표적으로 타격을 받은 업계는 바로 여행업계와 서비스 업종이다.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혹시라도 감염 될까 여행을 극도로 자제해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국의 모 여행사 관계자는 “LA발 여행상품이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고객문의나 실제 여행객은 전년대비 30%이상 줄었다”며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20%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사 관계자 역시 “최근 신종플루 여파와 경제 위기 및 유가 상승으로 인해 탑승객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이런 현상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비스업계도 울고 싶은 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 위기로 씀씀이가 줄어든 가운데 신종플루까지 창궐해 각종 행사나 모임이 취소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말 행사 규모도 줄어들었다. 상당수 사람들이 겨울철을 맞아 신종플루 대유행 조짐이 보이자 모임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모임을 가진다해도 신종플루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하다. 저녁자리에서 술잔이라도 돌리려고 하면 미계인 취급을 받는 것은 기본이다. 폭탄주를 돌리는 방법도 변했다. 입을 대지 않은 잔에 제조를 한 후, 마시던 잔에 각자 따라주는 것이 상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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