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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북한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28·한국명 박동훈)씨가 지난 25일 사전 입국허가 없이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갔다. 이 사건은 AP,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해외언론과 연합뉴스 등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를 포함한 주류언론이 앞 다퉈 보도하는 등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는 2010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한국·북한 간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잔 솔티 여사와 함께 북한동포들의 인권탄압 실태를 알리고 이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해온 박씨는 현재 ‘자유와 생명 2009’이라는 인권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박씨는 서울에서 함께 출발한 탈북자 2명의 안내를 받아 성탄절인 지난 25일 금요일 오후 5시께 중국 삼합에서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회령시 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박씨가 처음 제지 없이 북한 땅에 들어갔지만 이후 경비병에 체포됐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박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편지(별첨 참조)를 소지하고 있다. 향후 박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신병처리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씨는 비밀리에 평양으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로이터와 기자 회견을 갖고 “나는 기독교인으로 북한 들어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한다”며 “내가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미국 정부가(과거 여기자 억류사건처럼)자신을 구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길 원한다”며 “정치범 수용소가 폐쇄되기 전까지는 북한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입북 전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지금도 700만 명이 북한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고 25만 명 정도가 학대와 고문으로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데도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국제법과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박 대표의 북한입국은 북한 내 인권개선을 위해 공개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인권운동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할 만한 카드나 계기가 필요했던 두 여기자 억류 사태 때와 지금은 상황이나 성격이 다르다”며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미국 측에 협상을 요구하기 보다는 조속하고 조용한 해결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박씨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월북한 만큼 만약 재판이 있더라도 빨리 진행되고 북 측이 형을 집행하기 보다는 조용히 추방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씨가 두만강을 건너는 장면을 촬영한 탈북자가 “1억원을 달라”고 요구해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미국내 북한 인권운동 단체인 북한자유연합(대표 수전 숄티)은 지난 30일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인권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북한으로 무단 월경했다가 억류된 로버트 박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북한자유연합은 서한에서 “우리는 로버트 박이 북한에 불법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인류, 특히 북한 주민들에 대한 커다란 사랑과 동정심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의 행동이 전적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사랑과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감안해 주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자유연합은 야콥 켈렌버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위원장과 평양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매츠 포이어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로버트 박이 북한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로버트 박은 누구인가
북한인권개선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단독 입북한 로버트 박 ‘자유와 생명 2009’ 대표는 미국과 한국 중국 등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해온 인물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그는 부모와 함께 아리조나주로 이주해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자유와 생명 2009’ 대표로 활동하며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개선 촉구 집회에도 여러 번 참석했다. 최근에는 지난 12월 9일 서울 종각 앞에서 여러 인권단체들과 함께 북한동포구하기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영문 성명을 낭독했다. 26일 애리조나 투산에 있는 박 대표의 지인에 따르면 박 대표는 이번에 한국으로 가기 전까지 애리조나 투산 지역의 애리조나대학 등 대학가에서 전단지를 살포하고 팻말을 들고 거리 시위를 하는 등 현지 미국인에게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박 대표는 이곳 미국의 한인교회를 통해 중국으로 가 선교활동을 했었으며 중국에서 탈북자를 접하며 북한의 인권침해 사실을 목격했고 그 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인권운동가로 변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뿐 그의 학력과 경력에 대해서는 밝혀진바 없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자 이번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전자우편을 통해 박 대표와 알고 지내온 한 한인동포는 이미 한 달 전 박 대표의 계획을 전자우편으로 받아 알았다면서 자기는 박 대표의 행동을 말렸었다고 말했다. 이 동포는 “그 사람이 북한에 들어간 이유는 자기가 잡히면 전부 보도가 되니까 자기가 간다고 했다”면서 “김정일에게 편지를 전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기독교인으로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샌디에고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표의 부모 박평길(68)·조혜련(62)씨는 26일 팍스코리아나 인테넷을 통해 “로버트가 하느님 안에서 핍박 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순수한 편지 하나를 들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믿는다”며 “아들의 순수한 의도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다. | 이 단체는 올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적 여기자 2명이 궁극적으로 석방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적인 관심 덕분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에 납치됐다가 사망한 미 영주권자 김동식 목사와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수전 숄티 대표는 “로버트 박은 지상에서 가장 학대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북한 인권과 자유 신장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표의 행동에 국내·외의 관심과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7일 “일각에서 박씨의 행동이 무모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지만 이번 일이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민간 대북 인권단체인 ‘3 18 파트너스’ 스티브 김 대표는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에서도 박 씨를 지지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이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 대표는 “가장 고무적이었던 점은 영국에서 연락해온 한 가족이다”라며 “작년에만 2번이나 북한에 의료지원을 하고 다녀온 가족은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외에도 피츠버그, 워싱턴 디씨 등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덧붙였다. 박씨와 연대해 대북 인권 활동을 펼쳤던 한국 인권단체 팍스코리아나 조성래 대표도 “많은 시민들이 감동했다면서 전화를 걸어와 도울 방법을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애리조나 주 투싼에서는 박씨를 내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연방 의회로 보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남부 애리조나 주에 거주하면서 인터넷에서 정치 관련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아서 월리스씨는 지난 26일 아침 자신의 블로그에 박씨의 월북 소식을 자세히 전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월리스 씨는 박씨가 투싼을 포함한 애주조나 남부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하원 제7선거구에 출마해야 한다며 “박 대표는 애리조나가 지향하는 모든 가치, 즉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독재자에 맞설 용기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정부 구호단체 연합회인 인터액션 장세규 이사도 박씨의 행동이 “용기 있는 일”이라며 “권유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필요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장 이사는 “그동안 대북 인권단체가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중국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곤 했던 데 비해 박 씨의 월북이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과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인 점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식량 지원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온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 일이 미국 정부가 핵 협상에만 집중하는 대신 북한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북한 문제 전문가는 “젊은 사람이 북한을 잘 모르면서 혈기로 그냥 북한으로 갔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뉴욕 사회과학원의 리온 시걸 국장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면서도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이번 일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시걸 국장은 “박 씨의 경우 자진해서 의도적으로 북한으로 건너가 발생한 사건인 만큼 과거 유나 리, 로라 링 사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용히 추방할지도
북한관계 여러 소식통을 종합하면 일단 북한이 박씨가 김 위원장 및 북한 수뇌부를 거론하며 인권문제를 지적한 것을 엄중히 다루기로 결정할 경우 여기자들보다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 그는 북한체제와 지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편지를 소지했기에 여기자에 적용된 형법 외에도 제195조 ‘적대방송청취·인쇄물·유인물·수집·보관·유포죄’의 추가 적용도 가능해 보인다. 195조는 공화국을 반대하는 방송, 삐라, 사진, 녹화물, 인쇄물, 유인물을 수집, 보관하였거나 유포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북한이 박씨의 월경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조기에 추방 형태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자들 경우와 달리 박씨가 구체적인 정치적·신앙적 목적으로 갖고 월북했다는 점 때문에 미 행정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같은 ‘특사 카드’까지 고려할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낮아 보인다. 불법 월경한 박씨는 미국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북한의 인권 실태를 목격한 뒤 미국으로 돌아와 지난 7월 한국으로 건너가 남한의 단체들과 연대,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기 위해 애써온 인물이다. AP통신은 박씨가 두만강을 건너는 동안 “나는 미국 시민권자다. 주님의 사랑을 전하러 왔다. 주님은 당신들을 사랑하고 축복한다”고 외쳤으며 박 대표가 북쪽 경계가 허술한 쪽으로 들어간 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박씨와 동행한 사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박씨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영상으로 녹화한 것은 27일 공개될 계획이라고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 덧붙였다. 박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와 생명 2009’도 지난 25일 북한으로 들어가기 전 박씨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지도부에 전하는 편지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선포한다”로 시작되는 이 편지에서 박 대표는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과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도와줄 물품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도록 국경의 문을 열고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해 정치범들을 석방하길 바라며 북한주민의 아사 사태와 정치범 수용소 내 사망 등의 책임을 지고 북한 지도부가 총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박씨가 지니고 간 또 다른 한 통의 편지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것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박스 기사 참조) 이날 관계자는 “박씨가 성탄절인 어제 중국 연길을 거쳐 오후 5시께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쪽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시키고 정치범들을 석방하라”
로버트 박 영문 편지(한글역) To Mr. Kim Jong Il and North Korea’s Leaders: I proclaim Christ’s love and forgiveness towards you today. God promises mercy and clemency for those who repent. He promises forgiveness for every sin and re-birth through the Holy Spirit for those who believe Christ died for the atonement of all their sins, as a sacrifice from God, given in love. He is the true and living God. He loves you and wants to save you and all of North Korea today. Please open your borders so that we may bring food, provisions, medicine, necessities, and assistance to those who are struggling to survive. Please close down all concentration camps and release all political prisoners today, and allow care teams to enter to minister healing to those who have been tortured and traumatized.
All we are asking is for all North Koreans to be free, safe and have life.
With Love, Respect and Goodwill Towards All People,
Robert Park 12/25/2009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북한 지도자들에게 저는 오늘 당신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선포합니다. 하나님은 회개하는 자에게는 자비로우시고 관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다는 것과 자신의 죄를 구속하기 위해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는 자들마다 그들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고 성령으로 거듭나게 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시고 오늘 당신과 북한 인민들을 구원하시기 원하십니다.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등과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도와줄 물품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도록 국경의 문을 열어 주십시오. 그리고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시키고 정치범들을 석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각종 고문과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도와줄 사역팀이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모든 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고 안전한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모든 북한인민들에게 사랑과 존경과 우정을 보내면서,
로버트 박 12/2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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