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방준비제도(Fed) 엘리자베스 듀크 이사는 “올해 미국 경제가 완만하면서도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다시 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30∼40%”라고 전망했다. 듀크 이사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은행가협회와 상공회의소 초청 연설에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분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생산과 소비도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도 경제활동이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가 집계한 생산지수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5개월 연속 상승세에 있고, 주택거래도 10개월 연속 증가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단기 펀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으며, 기업 채권 발행도 활기를 띠고 있다.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 소비자 수요도 증가 추세여서 경기 회복이 뚜렷해 보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높은 실업률과 기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더딘 개인 신용 회복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Fed는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면서 회복세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듀크 이사는 밝혔다. 반면 크루그먼 교수의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그는 “대공황 당시에도 1937년 경기가 반짝하자 ‘공황 탈출’을 선언했다가 더 큰 위기를 맞았다”면서 “올 하반기 미국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30∼40%”라고 말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

경제가 향후 10년에 걸쳐 완전히 회복된다고 해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9%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총회에서 ‘향후 10년간 미국의 경제성장’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반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이에 따른 여파로 지방은행들이 대출을 제한할 경우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또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가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경기 확장이 제한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경기순환적인 회복에다 노동과 자본의 생산요소와 생산성을 감안하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앞으로 10년 동안 연평균 1.9% 증가할 것”이라 추정했다. 이는 1999~2009년 연평균 성장률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는 “무역가중치를 적용한 달러 가치는 2002~2008년 25% 하락했다”면서 “미국이 10년간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가치의 25% 추가 하락을 허용한다고 가정한다면 GDP를 매년 0.7% 갉아먹게 돼 1.9% 성장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도 “성장동력의 대체물을 찾기 어려워 미국의 강한 경제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미국 영국 등 저금리 정책을 펴는 국가들의 자본이 유입되는 브라질 인도 등과 같은 신흥시장이 정말 걱정”이라면서 “이들 국가는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자본 유입을 통제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킷 브레이커는 시장이 급등락할 경우 거래를 일시 제한하는 증시 용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미 금융사들이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정부의 프로그램을 고려하면 대형 금융사들이 이익을 냈다는 것은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 더욱 기승
반면 지난해 4분기 GDP성장율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동안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부작용으로 자산거품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부풀려지기 시작한 각 국의 재정적자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7% 성장한 것은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고 형편없는 결과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루비니 교수는 “GDP 성장률 5.7%의 절반 이상은 미국 정부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올 하반기 경기부양책의 영향력이 잦아들면 성장률이 1.5%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되지 않는다 해도 현재 10% 수준인 실업률은 계속 올라 사회ㆍ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기술적인 침체에는 빠지지 않겠지만 체감경기는 침체기와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래리 서머스 위원장도 같은 날 다보스포럼의 한 패널에 참석, “미국이 지표상 경기 회복을 경험하고 있지만 지금은 심각한 실업률에 노출된 인간 침체기(Human Recession)”라고 혹평했다. 서머스 위원장은 10%를 넘는 미국의 높은 실업률을 거론하며 “미국 내 25~54세의 노동적령인구 5명중 1명이 실업자라는 사실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기의 강력한 회복을 의미하는 통계 수치는 경기급락을 막기 위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의미”라고 자평하고, “경기가 상당 부분 회복돼도 노동적령인구 7~8명 중 1명은 실업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RE 경제위기의 핵심
한편 미국 최대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파국을 맞았다.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 2006년 티시먼 스파이어와 블랙록이 사들인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 단지가 채권단 손에 넘어간 것. 이번 피터 쿠퍼스 빌리지 및 스타이브샌트 타운의 부도로 제2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던 상업용부동산 침체가 수면위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부동산 투자사 티시먼 스파이어와 자산운용업체 블랙록은 뉴욕 최대 아파트단지인 스타이브샌트 타운과 피터 쿠퍼스 빌리지를 채권단에 양도하기로 했다. 지난 2006년 블랙록과 손을 잡고 벤처를 설립, 이 아파트 단지를 54억 달러에 매입했던 티시먼은 1월8일 만기예정 채무 161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규모는 총 44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다. 선 순위(Senior)와 메자닌(주식연계신용공여)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들은 이달 초 압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순위 채권자인 그라머스 캐피탈은 지난 주 티시먼 측에 아파트 관리 및 운용 권한을 넘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06년 티시먼이 80에이커 규모의 부지, 1만1000세대의 스타이브샌트 타운과 피터 쿠퍼스 빌리지를 매입하면서 메트라이프 보험사에 지급한 금액은 54억 달러. 단일 주거용 부동산 매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티시먼은 아파트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를 높이는 한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을 기대했다. 그러나 티시먼의 야심찬 계획은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 급락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 법원이 티시먼의 일부 임대료 인상 조치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중의 충격을 입었다. 티시먼이 54억 달러에 사들였던 이 아파트 단지의 가치는 18억 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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