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며 백악관에 들어섰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에는 달라진 국민의 감정을 추스르는데 고심하고 있다. 바로 분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정책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변함이 없으나 그의 메시지는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다. 장기화된 경제난으로 좌절에 빠진 일반 국민은 정부에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희망의 메시지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일반 국민의 좌절감과 분노를 대통령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안게 될 위험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캐슬린 홀 제이미슨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는 “만약 국민이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음부터는 지도자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사라지게 되고 한번 신뢰를 잃으면 만회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15일 지적했다.

여당도 외면
오바마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LA 타임즈는 지난 14일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의 일부 하원의원들은 지역구 주민들을 의식해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캘리포니아 센추럴 밸리 지역이 지역구인 데니스 카르도사 하원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불행하게도 문제 해결 노력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센추럴 밸리 지역의 또 다른 연방하원의원인 짐 코스타 의원은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이 농민들의 농업용수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답신이 없다고 밝히고, “그들은 내가 대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스타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길 바라는지에 대해 “지역구에서는 대통령보다 내가 더 유명하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민주당 하원 지도부도 중간선거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DCCC) 의장인 크리스 밴 홀렌(메릴랜드)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구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그들이 사안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백악관의 입장만을 지지하다가는 중간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큰 의원들이 있다. 현재 민주당 하원의원 중 49명이 지난 2008년 대선에서 당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구 출신이다. 카르도사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이 월등했으나 그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역구의 한 카운티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높은 주택 압류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숀 도너번 주택장관이 주택 압류 피해자에게 필요한 금융지원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의 사임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원로 인사들은 중간선거는 불가피하게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와 거리두기’가 쓸모없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토리첼리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모두가 한배를 탔다”면서 “배에서 헤엄쳐 빠져나올 생각 말고 그 배의 항로를 수정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분노 추스르기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 외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국민의 분노 추스르기에 들어갔다. 그는 전임 공화당 정권에 대한 국민의 좌절과 분노가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도 분노가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을 상원의원에 당선시켰다고 자인하고 나섰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이제는 국민의 분노가 집권한 우리를 향하고 있다”고 거듭 시인했다. 국민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그들이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는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음을 잘 알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국정수행을 방해한다고 간주되는 모든 세력들에게 ‘분노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 대상이 높은 실업률과 정쟁, 재정적자, 금융가의 과도한 보너스 등 복잡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도 간단하지가 않다.
소통에 주력
오바마 대통령은 한편으로 지난 1년간 자신의 어려운 국정수행에 대해 국민이 냉담하다고 한탄하면서도 해결책으로 국민과의 소통에 전력하고 있다. 타운 홀 미팅 등을 통해 일반 국민과 접촉하면서 자신은 평생 근로계층을 위해 살아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보다 인기영합(포퓰리스트)적인 메시지로 전환했다”고 빗대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연초 국정연설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외에 집에서 이를 시청하고 있는 일반 가정들을 의식, “여러분들로부터 듣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두 은행에 대한 구제조치를 증오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집권 1년이 지나는 동안 그가 보통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금권 정치’를 구사하는 은행가들이나 로비스트, 보험회사, 그리고 언론사들이나 심지어 대법원까지 공격 목표로 삼았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대중 지지 획득 전략은 여건 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집권 13개월차에 불과한데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다. 또 최대 악재인 경제도 기나긴 침체 끝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4명의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정치분석가 데이비드 거겐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 편들기 전략에 대해 “단기적으로 성공할지는 모르나 장기적인 면에서는 성공 전략이 못된다”면서 “제도상의 잘못된 점만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재선에 출마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美민주당 바이 의원 불출마 대열에 합류
미국 민주당의 에반 바이(54.인디애나) 상원의원이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 불출마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 수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선 승리가 유력시되던 바이 의원이 불출마키로 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이 의원은 15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불출마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 의원은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회가 이데올로기와 당파적 이해관계에 치우쳐 민생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공직에 봉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의회는 아니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최근 상원이 고용창출에 관한 법안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위원회 구성안을 부결시킨 것을 예로 들면서 바로 이런 사례가 미국의 망가진 정치시스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으로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5개 상원의석을 놓고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 공화당의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미 5선의 크리스토퍼 도드(코네티컷) 의원과 3선의 바이런 도건(노스다코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임으로 일리노이 상원의원으로 지명된 롤랜드 버리스 의원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후임인 델라웨어주의 테드 카우프먼 의원 등도 중간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바이 의원은 2차례 인디애나 주지사로 재임한 후 1998년 연방 상원에 진출한 2선 의원으로, 2008년 대선 경선때는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다. 당시 오바마 진영은 부통령 후보로 바이 의원과 조 바이든 상원의원 등을 최종 리스트에까지 올렸다가 바이든을 낙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 의원이 오바마 이후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손꼽아왔다. 바이 의원은 만일 자신이 3선에 도전키로 결심을 굳힌다면 충분히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최근까지도 1천300만달러의 선거운동 자금을 모은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가상후보를 상대로 20%포인트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는 등 순탄한 3선 가도를 달려왔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과도한 재정적자 등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인디애나주 유권자들의 표심이 공화당쪽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도 바이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화당에서는 저드 그레그(뉴햄프셔), 키트 본드(미주리), 짐 버닝(켄터키), 조지 보이노비치(오하이오), 샘 브라운백(캔자스), 조지 르뮤(플로리다) 등 6명의 현역 상원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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