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북한 관련 뉴스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최근 북한 내부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돼 북한의 동태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남북정상 회담 연내 개최 여부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 김정일 후계구도 등이 2010년을 달굴 북한 관련 이슈들로 꼽힌다. 지난 8일 코리아타운의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 남주홍 국제안보대사가 ‘한국안보의 현실과 통일문제’라는 주제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한 강연을 가졌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남 대사의 강연은 평소 LA에서 들을 수 없었던 남?북 정책에 관한 귀중한 내용들이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아쉬운 점은 이날 강연회가 LA평통(회장 이서희)이 서울 평통 사무처 후원으로 개최하면서 참석자를 평통 위원으로 한정하는 바람에 일반 한인들은 자리를 함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평통위원인 김복윤 육군동지회장은 “이 처럼 유익한 내용의 강연을 일반 동포들에게도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LA총영사관에도 일부 동포들이 전화를 걸어 “LA평통의 소극적인 자세 탓에 좋은 강연회의 취지가 빛을 바랬다”고 지적했다. 정작 평통 위원들의 참석률은 극히 저조해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본지는 동포들의 염원을 받들어 이날 주요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정리-성진 취재부기자>
왜 北은 정상회담 청하나
현재 북한 내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일대 위기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했다’라는 소식도 최근 나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남한이 주로 북한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의했을 테지만 최근에는 북쪽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구해오고 있다. 이 같은 점은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왜 북한은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걸까. 소위 말하는 “벼랑 끝 전술”이 이제는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측의 ‘정상회담’ 요구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과거처럼 비선조직을 통해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다. 국민들에게 모든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는 방향으로 회담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MB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전략적 현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국익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국익에 충실하자는 것은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미래가 아니고, 과거도 아닌 오늘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온 전략적 현실주의는 실용적 포용을 전제로 한 국익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정상회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우리들은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 ‘열린 자세’로 가자고 했다. 실용주의로 가자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략적 현실주의의 원조는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독일 통일의 정책을 내 건 오토반 비스마크나 미국의 헨리 키신저, 중국의 주은래 등은 모두 전략적 현실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MB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 20년간 남북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한의 수장 김정일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15년 전인 1995년 당시 ‘제네바 합의문’이 발표된 시점이었다. 그 때 김정일은 그 합의문을 두고 ‘미제의 항복문서를 받았다’고 선언했다. 당시 핵 문제는 동결이었지 해결이 아니었다. 그 때 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 오늘날까지 오게 된 것이다. 북한이 어떻게 합의문을 위반했는지는 지난 15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핵심은 북핵 문제
북한은 금강산 관광으로 연간 1700만 달러의 수입을 챙겼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남측 관광객을 살해했고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반응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 시킨 것이다. 물론 인도적 문제도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다. 우리가 쌀을 보내주면 북한동포들에게 직접 전해야 한다. 그들은 북한동포에게 보낸 식량을 군량미로 썼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핵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가. 우리의 입장은 북에 대해 인도적 지원은 아끼지 말되 정치적으로 정당한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이 지난 대선에서 야당보다 500만 표를 더 얻은 의미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손발을 맞춰야 한다. 통일부가 ‘북에 대해 포용정책을 말해야 한다’고 버텨도 국방부에 대해 ‘군은 기본적으로 경계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은 ‘우리가 남조선을 미제로부터 보호해주는데, 왜 쌀을 안 주는가’라는 식의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 처럼 우리에게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핵 문제를 장기화 시킬 것이다. 이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정책을 모델로 한다. 이들은 이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꾀하고, ‘강성대국 2012’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6자 회담은 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한미공조가 필요하고, 핵문제는 대북관계와 맞물려 있다. 김정일은 지난 한국의 대선 결과에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바람에 대남전술을 담당했던 최승철 등이 권력에서 밀려났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탄생 초기 대남방송을 통해 “이명박은 역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우리는 신중히 대응했다. 만약 방송을 통해 우리가 ‘김정일은 역도’라고 했다면 바로 전쟁이 터졌을 것이다. 참는 것도 용기이고 전략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위기가 올 때마다 김일성의 유훈을 따랐다. ‘주체사상을 남조선에 잃지 말라’. 이는 ‘얻어먹더라도 큰 소리 치면서 하라’는 것이다. 김일성은 전쟁경험이 있어 남측과의 전쟁을 섣불리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은 다르다. 내부사정이 악화될수록 위기관리의 주도권을 군에게 주고 있다. 여기에 김정일은 ‘조선 인민군이 결정하면 나는 지지한다’는 선군사상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김일성의 유훈과 김정일의 통치로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은 최근 자신의 후계구도에 대해 상당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현재 북한은 체제유지가 관건이다. 후계구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북한은 지금 식량도, 에너지도 위기다. 김정일은 건재하지만, 그의 건강이 문제다. 그는 현재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다. 김정일 유고시 북한군의 얼굴은 2개도 될 수 있고, 3개도 될 수 있다. 김정일은 과거 1974년부터 1994년 김일성 사망까지 20년간 후계자 수업을 할 준비기간이 있었으나 현재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이 같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권력의 순조로운 이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핵 피로군 증상
북한은 지금 격변기를 맞고 있다. 현재 ‘핵 피로군 증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즉 핵을 두고 협박을 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위기관리 태도가 갈수록 경직되고 있다. 지금 북한 주력 군인들은 ‘고난의 행군’ 시절을 보낸 세대라 키도 작고, 체력적으로도 한국 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 군부대 요원들의 이탈현상도 심각하다. 중간간부들의 동요도 증가되고 있다. 주민들의 불평과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특히 최근 화폐개혁으로 달러를 소지했던 중간계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보트 피플’ 등 탈북자들의 행렬이 조직적으로 이어질 경우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격변기를 우리가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은 더욱 결속되어야 한다. 비록 2012년 전시작전권 이양과 함께 한미연합사 존폐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한반도의 변수를 잘 대처해야 한다. 그 변수는 북의 핵무장의 장기화로 인한 핵 피로군 증세, 북한 급변사태 발생, 우리 내부 문제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북한 내부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통일은 갑자기 올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독일 지식인의 격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통독 이후 20년 동안 2000조원의 비용이 들었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위해서라도 나라가 부강해야 한다. 물론 전쟁 없는 통일이 관건이다. 현재 한국에 온 탈북자의 2/3가 현지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직 통일 준비가 덜 됐다는 증거이다. 작은 통일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통일을 염원할 수 있는가. 통일은 오지만 이는 ‘북한식’ 통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민간접촉이 많아져야 하고 북한이 개방이 돼야 한다. 이제 통일이건 전쟁이건 남한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 국제사회도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을 보면서 김정일과 북한동포를 따로 놓고 보아야 한다. 우리끼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남북이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를 인식해야 한다. 내부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서울에서 조·중·동 신문이 발행되면 3시간 안에 평양에서 본다고 한다. 그처럼 북측 조직은 반응이 빠르다. 미주에서는 LA평통이 핵심 평통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미주한인사회의 최대 허브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평통 위원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평통 위원들은 대한민국의 헌법기구이기에 헌법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북한에 가면 인도적 지원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한다.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독일의 통일도 접촉을 통한 변화에서 시작됐다. 과거 정주영 명예대회장이 소 떼를 몰고 가 직접 북한 농가에 줬듯, 쌀을 우리가 주면 북한 동포에게 직접 가도록 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해야 한다. 대북정책에 있어 ‘그랜드 바겐’은 MB정권의 독트린이다. 빅딜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점진적 개방을 하자는 것이다. 북측에 개방을 요구하는 것도 무조건 개방하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유연하게 하라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남주홍 국제안보대사는 누구인가
‘김정일이 제일 미워하는 남측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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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홍 국제안보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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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홍 국제안보대사는 북한 전문 학자이자 정치인이다. 국제안보대사라는 직함을 지닌 남 박사는 남북관계에 대해 현실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남북관계에 관한 이슈가 제기되면 앞 다퉈 언론의 취재 대상에 오르기도 하는 저명한 북한전문가로 꼽힌다. 북한의 대남전략을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어 “김정일이 가장 싫어하는 남한 학자”로 꼽혀왔다. 그래서 남 박사가 MB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자, 진보세력들이 나서 반대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남주홍 대사는 1952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덕수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교육 경력으로는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원장,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공직 경력으로는 국방대학교 국방대학원 교수 1993년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안보통일보좌관, 1995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차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12월 이명박이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제17대 대통령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인수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전 월간조선 편집장 조갑제 기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김정일의 천적 남주홍’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고 “그는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꿰뚫고,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온 세칭 강경파”라면서 “이명박 정부에 희망이 보인다”고 평가하였다. 그는 평소 주요 현안에 국민과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목숨을 바쳐 지켜온 한미안보(동맹)의 특수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고 지난날 경험적 지혜와 현재상황, 미래선택 등을 삼위일체로 놓고 봐야 한다”고 설파해 온 그는 “정치적 야심으로 밀어붙이면 6.15공동선언 같은 황당한 문서가 나온다”는 주장도 폈다. 국민 동의, 합의 없이 남북정상회담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핵 문제는 안보문제이지 외교협상 문제가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또 남북 대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거론은 아예 금기시해 왔고 행여나 북한 지도부의 비위를 거스를까봐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도 비공식적인 이산가족의 범주에서 다루는, 실로 황당한 비굴함마저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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