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좌장’ 김무성 세종시 절충안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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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 친박 계파의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친박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이 내놓은 ‘세종시 절충안’을 박근혜 전 대표가 “일말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깎아내린 뒤 김 의원과 친박계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김 의원의 행보는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친박 내에서 ‘방출’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의 파격 행보 배경에도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설도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있다.



여당 의총장 ‘폭풍전야’

세종시를 둘러싼 김무성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엇박자’는 세종시 당론 변경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지난 22일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도 표출됐다. 박 전 대표는 의총에 불참했지만, 김 의원은 40명의 발언신청 의원 중 가장 먼저 나서 자신이 제안한 절충안의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의총 시작에 앞서 의총장인 국회 예결위장에 들어서면서 유정복, 현기환 의원 등 ‘세종시 절충안’ 제시 이후 자신에게 비판적 발언을 했던 친박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강한 거부감에도 김 의원이 절충안을 고수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의 결별 수순이자 두 사람 사이의 ‘험악한 관계’를 반증하는 대목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내 절충안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늘 토론에서 더 좋은 방안이 나오면 그걸 절충안으로 합의하자. 두 손 모아 빌겠다”고 밝혔다. 절충안에 대한 숙고를 거듭 요청한 것이다.
그는 “절충안 제안 이후 많은 분들이 전화 메시지와 메일을 통해 공감을 표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토론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이 당내 중진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는 “오늘 저녁 박희태 전 대표가 주선한 중진의원 모임에서 해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어제 친이계와 친박계가 모두 포함된 의원들의 골프 친목모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의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차례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다. 박 전 대표는 의총에 참석한 측근들로부터 논의 내용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박근혜 킬러’ 변신?

민감한 시기에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와 공개적으로 맞선 탓에 친박 내부의 분열이 본격화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에 적잖은 상처가 났을 뿐 아니라 친박 내부를 다스리지 못한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김 의원의 ‘절충안’ 발언은 친이계파가 진행중인 ‘박근혜 고립전략’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친이가 주장하는 세종시 수정안은 궁극적으로 박 전 대표의 수도권 진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번 논란으로 당내 169명 의원들 중 50여 명 밖에 안 되는 친박이 분열되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18일 대법원 등 7개 국가기관을 세종시로 내려 보내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친이계 주류 측이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변경을 추진하고 친박계가 이를 거부하며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다.
이는 그간 세종시 원안 고수를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세종시 원안 사수 투쟁에 나선 박 전 대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그는 “표대결을 벌이거나 국민투표로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정치력을 발휘해 모두가 승리하는 길을 찾아보자”면서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다.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게 정치인데, 이는 자기 양보 없이는 안 된다”며, 친이와 친박 모두의 양보를 촉구했다.
그러나 절충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싸늘하다 못해 가혹할 정도로 평가절하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절충안이 제시된 그날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잘랐다.
박 전 대표는 또 김 의원이 친박(친 박근혜)계의 좌장으로 여겨져온 데 대해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까지 했다.
이정현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후 김 의원의 중재안에 대해 “세종시법을 만든 근본 취지를 모르고, 급한 나머지 임기응변으로 나온 이야기 같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그 법(세종시법)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모든 절차를 밟아서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 중인 법을 지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관성으로 반대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해결사’ 노렸나

그렇다면 김 의원의 세종시 절충안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 김 의원 측근들은 “박 전 대표와 여권 주류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의리’와 ‘소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회심작이라는 얘기다.
실제 김 의원은 친박계에서 유일하게 세종시 원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이다. 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이 엄청날 것이란 이유다. 이는 여권 주류의 세종시 수정 논리를 쏙 빼 닮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부터 불편했던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고 계파 내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수정안이 세종시 해법으로 채택되면 ‘세종시 해결사’라는 타이틀을 입고 정치적 역량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가 목표라고 얘기해 온 김 의원이 박 전 대표를 위한 ‘퇴로’ 확보 차원에서 나름의 수정안을 내고 악역을 자처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일말의 타협 여지도 남기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 등 여권 주류와 맞서는 게 차기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친박계 일부는 지지 기반인 영남권과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배수진을 치고 세종시 싸움에 나선 형국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관철될 경우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대선을 향한 두 분의 목표는 같기 때문에 세종시 정국이 정리되면 관계가 회복될 수도 있지 않겠냐”면서도 “당분간 친박계로 분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는 “관성으로 곧바로 거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세종시를 통해 양보할 수 없는 대권 전초전을 치르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치명적인 얘기일 수도 있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답은 싸늘했다.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가 김 의원에게 ‘떠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자신의 원내대표 추대설과 입각설, 세종시 수정안 주장 때마다 박 전 대표의 반대로 좌절을 거듭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독자적 정치행보를 시작할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朴 “2인자 용납 못해!”

세종시 절충안이 김 의원과 박 전 대표의 결별을 불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훨씬 전부터 소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절충안 파문은 결별을 공식화하는 계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과 박 전 대표는 정치 철학과 스타일이 너무 달라 오랫동안 앙금이 쌓여왔고 이번 일이 기폭제가 된 것 뿐이다. 이번 갈등은 정치를 ‘약속과 원칙’으로 보는 박 전 대표와 ‘대화와 타협’으로 보는 김 의원의 충돌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측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의 리더십은 ‘차갑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이런 면에 종종 서운함을 표시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측근들의 껄끄러운 말을 대부분 부드럽게 넘기지 못한다.
반면 김 의원은 말을 아끼기보다 필요할 땐 거침없이 직언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얼굴을 붉히고 서먹해진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박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친박계 ‘좌장’에서 직위해제시킨 결정적 계기도 “타협을 거부하는 관성에 젖어 절충안을 거부하지 말아 달라”는 김 의원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여기에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박 전 대표 특유의 리더십도 김 의원에게 장애였을 수 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 연대’ 좌장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뒤 자신감을 얻어 원내대표 출마 등 더 ‘큰 물’을 꿈꿨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박 전 대표는 번번이 김 의원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의 불신이 증폭됐다는 게 친박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세종시 피로감’ 박근혜 지지율도 발목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동반하락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로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p 하락한 43.1%로 나타났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1%p 상승한 46.7%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특히 남성층에서 전주 대비 2.7%p 하락했고, 연령별로는 40대에서 낙폭(-3.1%p)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33%로 1위를 지켰으나, 지지율은 전주보다 2.5%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박 전 대표 지지율이 전주보다 크게 하락해, 3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당 지지율에서는 한나라당은 전주 대비 1%p 상승한 39.5%를 기록해, 민주당(24.4%)과의 격차를 15.1%p로 다시 벌렸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대구/경북(53.8%〉11.8%)을 비롯해 서울(47.1%〉17.1%), 부산/경남/울산(46.3%〉14.2%), 인천/경기(40.1%〉25.8%) 순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대전/충청에서는 여전히 한나라당(26.8%)과 민주당(25%)의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는 이번 조사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4%p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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