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주 동안 LA한인들은 한인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이미 인터넷 등에서 실린 내용을 다시 한번 재탕한 것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사명감 망각한 한인 언론 ‘미디어오늘’은 지난 25일자에서 “경기 앞둔 선수 한밤에 불러내… 중앙, 낙종하니 ‘마타도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선수들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하면서 언론의 취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 언론이 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한밤중에 불러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벌여 과열 취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월20일자 1면에 이승훈·이상화·모태범 선수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야 포즈 잘 잡아, CF 들어올지 아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초반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합작해내며 대한민국 선수단의 쾌속 질주를 주도한 한국체대 체육학과 07학번 동기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18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선수촌 앞 커피숍에 모였다”고 밝혔다. 당시 이상화는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친 상태였지만, 모태범과 이승훈은 아직 경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 기사는 중앙일보 자회사이자 기사 교류를 하고 있는 일간스포츠 소속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같은 날 일간스포츠 1면에도 <“먹고 싶은 건 라면·술”>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사진과 내용이 거의 유사한 기사가 실렸다. 중앙이 세 선수를 한밤에 한꺼번에 불러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의 한국 기자들은 반발했다. 한 언론사 기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선수단 쪽에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세 선수는 19일 아침(현지시간) 아침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이 사진은 각 언론사에 공유됐다. 현지에 파견된 한 언론사 기자는 “선수단 차원에서 취재를 이유로 밤중에 선수들을 불러내거나 특정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일간스포츠 기자가 단독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는지 아직 경기 일정이 남아있는 선수들까지 한밤에 불러내는 무리한 일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조은지 기자도 지난 22일 ‘조은지 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에서 중앙의 ‘한밤 취재’에 대해 “취재에도 ‘룰’이 있다”며 “취재진은 모든 선수들이 통과하는 믹스트존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소통하면 된다. 올림픽은 전화해서 선수를 불러내는 그런 대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이어 “올림픽은 선수 인생을 건 아주 중요한 무대”라며 “0.01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 과열된 취재경쟁 때문에 이들에게 아주 약간의 미련이라도 남긴다면 그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기사는 독자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앙의 한 관계자는 “다른 언론사에서 낙종을 하다 보니 ‘마타도어’를 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추태부린 취재 열기 공정성 없는 NBC 중계 이 방송은 갈라 쇼를 보도하면서 개최국인 캐나다의 피겨 선수, 미국의 남자 피겨 금메달과 러시아의 남자 은메달 피겨 선수의 연기만을 중점적으로 내보내고 김연아의 쇼는 보여주지 않았다.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NBC는 이번 동계 올림픽대회를 중계하면서 유독 자국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등 편파적인 방송중계로 특히 한인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26일 밤 녹화중계에서 5000m 남자 스피드 계주경기에서 1위의 캐나다 선수들과 3위의 미국 선수들을 계속 비추면서도 2위의 한국 선수들은 거의 비추지 않고 다만 ‘남한이 2위 했다’로만 언급했다. 만약 1위 캐나다, 2위 중국, 3위 미국이었다면 중국을 한국처럼 보도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지난 25일 김연아 선수가 역사적인 세계신기록으로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로 시상대에 올랐다. 이 장면을 중계하는 NBC는 유독 3위의 캐나다 선수와 4위를 한 미국 선수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금메달의 김연아를 마지못해 비추는 장면이었다. 평소 NBC는 시상식 장면을 방영할 때 금메달 선수를 중심으로 보도했었다. 김연아의 경우는 사실 다른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수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대최고의 선수로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2010 밴쿠버 올림픽대회의 MVP(최우수선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BC는 김연아의 비중에 비해 시상식 보도는 공정하지 못했고, 편향적이었다. NBC기 미국의 방송이고 그래서 미국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보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이번 올림픽 중계는 방송언론으로서의 또 다른 사명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NBC 방송이 미국에만 편중되지 않고 세계적인 방송사라는 점을 망각한 처사였다. 평소 미국의 ABC CBS NBC 등 대표적 방송사들은 ‘우리들은 미국의 방송이지만 세계의 언론을 대변한다’고 주장해왔다. 허브 콜 연방상원의원(민, 위스컨신주)은 지난 26일 NBC 방송국 회장에게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NBC 방송이 공정치 못하고 형평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BC측은 “하루 12시간 올림픽 중계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하이라이트 장면과 시상식 장면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NBC방송은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대회와 2010년 밴쿠버 올림픽대회 중계료로 22억 달러로 계약했는데, 이번 동계올림픽대회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3일 현재 NBC 수입통계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적자로 약 2억 달러 정도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방송을 통해 미국에서 이번 2010 밴쿠버 올림픽대회를 시청한 사람은 1억8천3백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동계올림픽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 1994년 릴레하메 동계올림픽 때는 2억 4백만 명이 시청했으며 2002년 솔트 레이크시티 때는 1억8천7백만 명이었고, 지난번 동계올림픽인 2006 토리노 대회 때는 1억8천4백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동계올림픽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는 역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IOC의 TV마케팅 담당자인 티모 럼므는 지난 23일 2010 밴쿠버 올림픽 대회가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전통적인 TV시청에 비하여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시청한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디지털 시청자들이 가세해 세계적으로 무려 35억 명이 이번 올림픽을 시청한 것으로 세계 인구의 50%에 이르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다. 개최국인 캐나다 역시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대회 시설이나 진행면에 미숙함을 나타내 빈축을사고 있는데 대회 경영에서도 1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되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몬트리올 하계올림픽대회 당시도 적자로 곤욕을 겪은바 있다. |
[심층취재 2탄] 취재 경쟁에 선수들 볼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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