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세종시 이어 개헌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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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제한적 개헌론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 4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제 남은 과제는 선거법을 개혁해야 되고, 행정구역 개편을 한다든가 또 제한적이지만 헌법에 손을 대는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집권 3년차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하면서 한나라당 주도로 개헌론을 논의해달라는 당부인 것.
실제 이 대통령의 개헌론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선거의 횟수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개헌론을 거론했다. 또한 지난해 9월 한일 언론 공동인터뷰에서도 권력구조에 제한된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개헌 언급에 대해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개헌 논의는 차기 대선구도는 물론 현 정치지형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권 내부는 물론 야권 역시 이에 대한 셈법이 제각각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개헌론을 둘러싼 정파 간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애써 외면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들이다. 1차적으로는 개헌 그 자체가 풍부한 정치적 활동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어서다. 정치인으로서는 이것만으로도 환영할 만하다. 게다가 현 시점에서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는 쪽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입법부로서는 이를 반길 수밖에 없다. ‘의원 내각제’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개헌 그 자체가 아니다. ‘개헌 논의’가 신경 쓰인다. 우선 ‘시점’이다. 세종시에 다시 개헌론이 얹혀졌다. 세종시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운만 띄웠다. 어떤 개헌이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뜨거운 감자’다.


MB, 정국주도권 노려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론 제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호재로서 활용해 세종시 드라마 이상의 시청률을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전쟁의 패배를 개헌론으로 희석시키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는 차기 권력 박 전 대표에게 향하는 또 다른 시험 포탄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권력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권력 시스템만 손질하자는 원 포인트 개헌은 친이주류의 ‘내각제’ 내지는 ‘이원집정부제’가 박 전 대표의 ‘대통령 중임제’와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인 안경률 전 사무총장은 최근 “이원집정부적인 형태를 한 번 걸쳐서 내각제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직 후계구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원집정부제 정도로만 개헌을 해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과 같은 차기 주자를 내세워 당권으로 의회권력을 잡고 박 전 대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력을 양분하는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수석은 여러가지 정치적 함수를 고려해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개헌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전망이다.




박근혜 견제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의견통일이 가능할 지가 벌써부터 의문이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수정안 vs 원안으로 팽팽히 맞서온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구조 개편 역시 친이 세력은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를, 친박 진영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쪽은 역시 친박근혜 진영이다. 특히 박근혜라는 차기에 가장 근접한 유력 후보를 보유한 친박 진영은 현 정치지형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개헌의 파급 효과에 주목하며 여권 주류가 현 시점에서 개헌론을 점화한 것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하다. 특히 친이계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력분점 또는 내각제 개헌에는 반대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이계의 시각은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친이 핵심인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은 2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연내) 개헌은 해야 한다. 내년 넘어가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원집정부적인 형태를 한 번 거쳐서 내각제로 가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유력한 차기 주자가 부재하는 친이계의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반대 입장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 90일 앞둔 이 시점에 왜 갑작스런 개헌논의가 등장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 개헌논의가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개헌론 부각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
이강래 원내대표는 청와대발 개헌론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를 배제하기 위한, 친이세력 재집권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의 정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개헌이 성공하려면 경제사회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는데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개헌이란 블랙홀에 빨려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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