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사무총장 LA방문 취재 한인언론 문제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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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의 LA 방문 동행 취재를 둘러싸고 한인언론의 큰 문제점이 대두됐다. 기자단의 전문성은 물론 주최 공관인 LA총영사관의 미숙한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것. 지난 2008년 민원 서비스 분야에서 우수공관으로 선정된 바 있는 LA 총영사관은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숙함을 드러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반기문 UN사무총장의 UCLA방문과 관련 홍보 담당부처가 취한 조치는 이곳 한인 언론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져 구설수에 올랐다. 반 총장과 한인동포 인사들과의 간담회 취재를 두고 총영사관이 어설픈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 대해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한 한인 언론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성진 취재부기자>



한국인 출신으로 UN본부의 사무처 총수가 된 반기문 사무총장은 한인 언론은 물론 여타 언론의 뉴스 메이커다. 반 총장이 움직이는 하나하나가 모두 뉴스인 셈이다. 특히 한인 언론 입장에서는 그가 한국인 출신이라는 점 하나 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이런 그가 LA를 방문해 UCLA에서 한인 동포 간담회를 갖자 한인사회는 물론 한인 언론이 일제히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반 총장은 지난 2일 UCLA에서 ‘UCLA메달’을 수여 받고, 기념 강연을 열었다. 또 10여명의 한인동포 인사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문제는 이 동포간담회를 취재하려는 한인 언론사와 총영사관의 협조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신청을 한 기자들은 모두 28명, 그러나 행사장 규모와 경호문제 등을 이유로 UCLA는 취재진을 10명으로 제한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전혀 낯설지 않다. 대통령이나 이에 준하는 인사들의 행사, 특별한 인물이 참여하는 행사, 내용의 보안성 등을 이유로 취재진을 제한하고 취재 풀(pool·공동취재)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다. 이 같은 풀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보통 기자단이나 취재진 또는 언론사측에게 모든 취재 방식을 위임하는 것이 관례다.
‘골프황제’에서 ‘밤의 황제’로 전락했던 타이거 우즈가 최근 자신의 심경을 밝힐 때도 풀 시스템이 운용됐다. 타이거 우즈의 에이전트 마크 스타인버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타이거 우즈 발표회를 위해 세 곳의 뉴스 통신사가 초청될 것이고 미국골프기자협회에 풀 기자를 선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자협회에 풀 기자를 선정해 달라고 하는 것이 관례다.
신문이나 방송에 가끔 ‘청와대 공동취재단’ 또는 ‘국회 공동취재단’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풀 시스템에 의해 취재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청와대 기자단은 보도의 편의성과 경호상의 문제 등을 감안해 ‘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 행사에는 통상 약간 명의 풀 기자가 참석해 취재하고, 이들이 작성한 ‘풀 기사’를 청와대 대변인실 관계자가 다시 다른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이다.
이번 반 총장의 동포간담회 취재를 두고 발생한 문제는 LA총영사관이 UCLA측으로부터 ‘10명으로 취재진이 제한됐다’는 통보를 받고도 ‘풀 시스템’을 언론사에다 위임하지 않고 총영사관이 임의로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총영사관 홍보담당 관계자는 “UCLA측에서 정해져 통보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본지 취재 결과 총영사관이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LA총영사관은 한인 취재진 28명을 UCLA측에 신청했는데 추후 10명의 명단을 최종적으로 선정해 보내왔다.
총영사관은 동포간담회 전날인 지난 1일 각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UCLA는 동포간담회 참석하여 취재할 수 있는 우리 기자명단을 아래와 같이 알려왔습니다. 명단에 있는 분들은 보안검사를 위해 3. 2(화) 오전 7시까지 UCLA 도착을 요망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안내는 UCLA Burkle Center for International Relations의 Deputy Director인 Alexandra Lieben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전화: 310-206-4071, 핸드폰: 310-701-4900”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총영사관은 또 당일 취재할 수 있는 취재기자 10명의 명단을 밝혔다. 그 명단을 보면 연합뉴스 1명(기사 풀), MBC-TV 2명(영상 풀, 취재기자), 한국일보 2명(취재, 사진 풀), 중앙일보 2명(취재, 사진), 헤럴드 경제 1명(취재), 동포저널 1명, 코리아타운 데일리 1명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성은 큰 허점이 있었다.



라디오-TV 방송의 굴욕

우선 한인 언론사 분포는 크게 신문, 라디오 방송, TV 방송으로 나뉜다. 여기에서 다시 현지 한인 커뮤니티 신문과 주간지 월간지, TV방송, 라디오방송, 종교방송 등으로 구분되며, 한국에서 진출한 연합뉴스 특파원, KBS, MBC, SBS, YTN 방송 등도 한인 언론에 포함된다.
그런데 10명으로 제한된 취재진에 현지 라디오 방송과 TV 방송은 완전히 배제됐다. 더군다나 10명 중 5개 신문사에 7명이나 배정하면서 라디오와 현지TV방송은 단 한 명도 풀 시스템에 들어가지 못했다.
본지는 지난 3일 총영사관 홍보 담당 S영사와 이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지난 2월 28일에 한인 취재진 28명을 UCLA측에 보냈더니 3월1일에 10명의 취재진 명단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해당 기자단 10명에 대해 한인 언론사별로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에 대해 왜 UCLA측에 재검토 요청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S영사는 “시간적으로 촉박했다”라고만 설명했다. 다시 UCLA측에서 일방적으로 한인 취재진 10명을 선정해 통보해왔는지를 묻자 그는 “그렇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지난 3일 이와 관련해 UCLA행사의 언론관계를 담당한 버클 센터의 알렉산드라 리벤 부소장에게 이 같은 경위를 문의했다. 리벤 부소장은 “LA한국총영사관이 준 명단을 UN공보국에 보냈다”면서 “풀 기자 선정에 대해 총영사관측이 사전에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뉴욕의 UN본부 사무처 공보국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UN사무총장 행사에 일반적으로 장소 상항 등이나 경호상으로 풀 기자 취재가 적용된다”면서 “사전에 현지 언론 현황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았을 경우 참작하는 것이 상례이다”라고 설명했다.
본지가 제반 상항을 종합한 결과 이번 반 총장 동포간담회 취재 준비에서 총영사관측이 사전에 UCLA와 UN본부와 협의만 진행시켰다면 공평한 취재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총영사관측의 홍보 담당 관계자들이 미숙하게 일처리를 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재수 총영사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그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행사는 국무부와 UCLA측이 담당한 행사이기에 그들이 모는 것을 관장했다는 보고를 들었다”면서 “이번 일에 대해서 총영사관 담당부서로 하여금 한인 언론사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영사관 홍보 담당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한인 언론사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언론사가 문의했을 때 마지못해 해명과 책임회피를 했을 뿐이다.
김 총영사는 “당시 본인은 서울 출장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항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모든 결정은 UCLA와 국무부가 한 것이라고 보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는 이번 반 총장 UCLA 방문에서 취재진 선정은 국무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영사관 홍보 관계자는 한인 취재진 10명을 UCLA와 국무부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취재진 선정에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주장했다. 설사 UCLA측에서 10명의 명단이 정해져 내려왔을 경우에도 총영사관의 홍보 관계자들은 한인 언론사의 현황을 설명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했어야 했다.
이러한 결과는 총영사관의 홍보 관계자들이 홍보의 개념 자체에 대해 미숙하고, 평소 한인 언론 환경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거 LA총영사관에는 홍보 전문 담당 영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전문 분야 영사가 없어 일반 영사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현재 LA총영사관은 한인 커뮤니티나 미 주류사회 언론관계를 담당할 능력이 없다. 총영사의 동정이나 본부에서 오는 훈령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것이다.




풀 기자 전문성 ‘빵점’

이번 사건은 LA총영사관의 책임이 크지만 한인 언론사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사 스스로 권익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보 이외 어느 한인 언론사도 LA총영사관에 시정요구를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UCLA 컬코프 홀 아트 갈렐리 218호에서 개최된 반기문 총장의 동포간담회에 취재를 요청했던 라디오코리아 기자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라디오코리아가 직접 LA총영사관에 문의한 결과 “동포간담회 취재는 풀 기자제로 국무부측에서 선정했으며 라디오 코리아는 빠졌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 현지 한인 언론사들은 총영사관에서 통보해 준 ‘10명의 취재 명단’을 통보 받고도 당시 이에 대하여 불합리성에 대해 항의를 하기 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국무부에서 결정했다”는 총영사관 설명에 더 이상 반박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현지 한인 TV방송이나 라디오는 풀 시스템에서 제외됐음에도 이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풀 시스템은 정보를 나눠 갖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풀 기자로 현장에 다녀온 기자는 행사 직후 타사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 관한 사항을 공유해야 한다. 기사나 사진이나 TV용 테이프도 같이 사용한다. 약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이슈를 부각시키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언론사 자유지만, 원재료는 모두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반 총장 동포간담회 취재에서 풀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이번 동포간담회 취재에서 신문의 풀 사진은 한국일보 기자가 담당했다. 하지만 운 나쁘게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의 사진기재에 문제가 발생해 신문 용 사진을 타 사에 제공할 수 없어 마침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중앙일보 사진기자의 자료를 급히 이용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사진기자들은 중요한 행사 취재에 보통 2-3개의 카메라를 소지하고 취재에 나서는데 한국일보는 평소 사진부에 필요한 기재를 제공하지 않아 달랑 카메라 한대로만 취재에 나섰다. 보충 카메라 없어 이번처럼 중요 행사에서 펑크를 내는 사건을 자초한 셈이다.
또한 TV영상 재료는 MBC-TV가 담당이었는데 현장 카메라 취재는 했으나 실지로 영상 자료는 KBS 아메리카에서 타사에 전송했다. 이 바람에 사진이나 영상자료들이 늦게 다른 언론사들에 전달되는 바람에 제작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번에 MBC TV가 풀 기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총영사관측과 일부에서는 ‘MBC측이 UCLA와 단독 교섭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를 그대로 믿는 한인 언론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UCLA측이 ‘10명 취재진 결정’을 하면서 유독 MBC TV에게만 특혜를 주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기자 노조 구성 시급

앞으로도 취재에 있어 ‘풀 시스템’이 적용될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한인 언론사들의 준비도 필요하다. 미국의 기자들은 풀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지만 때로는 심술을 부릴 때도 있다.
미국의 양대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1월 15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의 인터뷰 건을 놓고 서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발단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워싱턴포스트 본사에서 논설위원들과 가진 인터뷰였다.
오바마 당시 후보가 USA투데이 등 거대 언론사들을 방문하면서 거물급 칼럼니스트들과 연방정부 취재 기자들이 모여 있는 뉴욕타임스의 워싱턴 지국을 건너뛴 점도 뉴욕타임스의 신경을 건드렸다.
게다가 오바마 취재기자단 중에서 이날 그의 워싱턴포스트 방문을 풀 기자로 취재하게 된 기자는 공교롭게도 뉴욕타임스의 헬렌 쿠퍼 기자였다. 풀 기자는 취재진을 대표해서, 특정인이나 특정 사안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다른 기자들과 공유하는 기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의 논설위원 및 기자들과 70여분 간 인터뷰를 하고 편집국에서 기자들의 즉석 질의에도 응했다.
하지만 쿠퍼 기자가 보낸 ‘풀 기사’는 간결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 사무실에서 3시간 반을 보낸 뒤, 차를 타고 6분 만인 1시57분에 15번가와 L가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워싱턴포스트가 들어서 있는 아무런 표지도 없는 소련식 건물에 도착했다. 약 100명-아마 포스트 기자들-이 그를 기다렸고, 마시고 있던 커피 컵을 흔들며 환영했다”는 것이 전부.
마지막 문장은 특히 간결했다. “오바마가 포스트와 인터뷰하는 동안 풀 기자는 건물 밖에 주차된 밴(van)에서 기다리고 있다. (풀 기자는) 이 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기 전에 기사 작성을 마치려고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할 것이다”
NYT의 쿠퍼는 WP 본사를 ‘소련식 건물’로, 환영 인파를 WP가 밝힌 500명보다 훨씬 적은 100명이라고 축소했다. 또 풀 기자의 불만을 담은 풀 기사를 보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경쟁지 쿠퍼 기자의 풀 기사를 인터넷에 소개한 뒤, 자사의 미디어 담당인 하워드 커츠 기자가 본 오바마의 방문기를 자세히 보도했다. 커츠는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고 ‘점잖게’ 비꼬았다.
반기문 총장의 UCLA 방문 때처럼 앞으로 만약 한인 취재진을 풀 시스템으로 할 경우, 로컬 신문사, TV, 라디오 방송 등 세 분야로 나뉘어 정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인 언론사 취재진들을 대변할 기구나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인 일간지 기자들의 모임을 구성하려고 추진한 적도 수 차례 있었으나 그 때마다 성사되지 못했다. 기자들의 모임에 대해 우선 신문사 경영진이 색안경을 쓰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방송사 기자들의 친목 모임은 오래 전에 구성되어 최근까지 명맥을 이어 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인 기자들의 연합체 모임이 구성되기 전에 자체 신문사나 방송사내에 기자 모임이 선결 요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간지 신문사내에 독립적인 기자협회는 구성되어 있지 못하다. 과거 한 때 한국일보에서 기자협회를 추진하려다 진통을 겪기도 했다. 협회를 주도한 기자들이 경영진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눈에 안 보이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한인 언론사 기자 협회가 구성되려면 무엇보다 언론사 내 직원노조 조직이 선결과제이다. 직원노조가 우선 결성되면 단체협약도 이뤄지게 되어 있어 별도의 언론노조도 가능하게 된다. 한인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도 기자협회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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