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진단] 유럽 부채위기 속 ‘더블 딥’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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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 경기후퇴)에 가까워져 있으며, 잘해야 `U`자형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그는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의 부진한 경제지표와 유럽의 부채 위기가 미국의 더블딥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재정 부양책이 축소되는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더블딥에 너무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 경제도 부채 위기로 더블딥 위험이 높아진 상태”라며 “유럽이 더블딥을 피하더라도 (소비) 수요 증가세는 한정될 것이고, 이는 미국의 수출 성장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비니 교수가 이끄는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20%, 느린 경기 회복세를 의미하는 `U`자형 회복을 보일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최근 경제지표들을 바탕으로 더블딥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루비니 교수는 “2월말 이후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한 결 같이 부진했다”면서 “소비심리는 추락했고, 신규 주택판매는 주저앉았으며, 기존 주택판매도 급감했고, 건설 활동은 부진하며, 신규 실업수당청구는 40만 건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9%로 상향 수정됐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인 약 3.9%는 재고에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제 : 美경제 ‘불확실성 시대’ 돌입
미국 경제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금리인상 등 경제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월 실업률이 지난 달과 같은 9.7%로 집계된 현 경제 상황이 경기 회복 시작 단계인지 아니면 더블딥(이중 경기침체)의 징조인지를 놓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MSNBC은 지난 7일 “부동산 가격은 1970년대 미국이 겪은 급등 현상이 나타날 지, 1990년대 일본에서 나타난 폭락 국면이 재연될 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며 주식 시장도 1980년대 강세장의 도래 여부를 놓고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의 미래를 놓고 불확실성이 가중된 주요 요인은 최근 주요 경제지표들이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의 경우, 낙관론자들은 지난 2월 미 동북부를 강타한 눈 폭풍 속에서도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점차 호전될 것이라고 예측한 반면, 비관론자들은 기업의 고용 패턴이 변화해 경기 회복 이후에도 고용이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율 지표는 지난해 4/4 분기 5.9%를 기록, 최근 6년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며 낙관론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올 해엔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안과 가계·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신용 공급 제약 등의 요인으로 인해 경제성장 속도가 지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공포 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는 이달 들어 2008년 5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시장에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렸으나 지난 1월 미국의 주택거래실적과 거래 가격은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 비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방송은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를 “비관론자들은 좋은 뉴스 속에서 나쁜 뉴스를 보려하고, 낙관론자들은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만한 회복세 불구, 실업률 여전

이런 가운데 소비가 살아나는 등 미국 경제는 완만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불안은 여전한 것이 문제다.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는 대부분 지역에서 다소 개선 조짐이 발견됐다. 특히 서비스와 제조업 부문의 회복세가 도드라졌다.
보고서는 “의료서비스와 정보통신업체 등 서비스 부문이 개선됐으며, 특히 첨단기술업체와 자동차업체, 금속업체 등이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실업률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간주됐다.
금융권 전문가는 “일부 지역에서 고용이 늘어나고 정리해고가 줄어드는 등 개선조짐이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최저임금 압박에 시달리는 노동시장의 불안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내리막 행진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두 자릿수 실업률은 도무지 하락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권역 가운데 9개 권역의 경제활동이 좋아졌지만, 성장률은 완만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 애틀랜타와 조지아, 세인트루이스, 미주리 등의 경제는 혼조양상을 보인 반면, 리치먼드와 버지니아는 폭설로 인해 경제활동의 회복세가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지난 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연준은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때까지 사상최저 수준의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실업률이 극도로 높은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섣불리 변경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성장형 CEO 교체 급증


한편 지난달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회사를 성장시킬 새 경영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취업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자리에서 물러난 CEO는 132명에 달한다. 이는 1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다. 전월보다는 48% 증가한 수준이며, 전 년 동월에 비해서는 61% 많은 규모다.
이처럼 CEO 교체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 존 챌린저 CG&C CEO는 “경기후퇴를 견뎌낸 기업들이 이제는 회사를 성장시킬 경영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싸이클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형 CEO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경기 때 CEO 교체를 망설여 왔던 기업들이 경기 회복세를 맞아 경영진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도 CEO 교체가 급증한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CEO들이 대거 자리에서 물러나는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채용정보업체 폴라치의 찰리 폴라치 CEO는 “CEO들은 보너스를 일단 챙긴 뒤 다른 회사로 이동하곤 한다”며 “따라서 1분기에는 항상 CEO 교체 비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난 CEO들 가운데 47명은 사직했고, 32명은 은퇴했으며, 20명은 직함만 버렸다. 다른 이유들로는 이직, 해고 등이 있었다.
한편 가장 많은 CEO가 교체된 업종은 헬스케어 부문으로, 총 22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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