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로 전작권 논란 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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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 계획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계기로 또다시 ‘연기론’에 직면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면서 이를 국가안보상의 중대 위기로 규정하고, 전작권 환수를 늦춰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동아일보>가 4월22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의 전작권 전환 시점 연기 요청에 대해 최근 백악관이 검토를 마치고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런 의견 접근에 따라 양국이 세부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전작권 환수 연기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맞물려 있다. 우선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이 1차적 변수다. 보수파의 주장처럼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나면 환수 연기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반면 북한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면 연기론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영구미제로 남을 경우 보수파 사이에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이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전작권 환수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확증이든, 심증이든 ‘북한 소행설’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로서는 보수 진영의 민심을 달랠 카드를 꺼낼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공언하는 국방 개혁의 방향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대규모 전력 증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은 대폭적 국방비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MB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MB 정부는 더 확실한 민심 수습책, 즉 전작권 환수 연기를 미국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여길 것이다. 특히 전작권 환수가 예정된 2012년은 한국의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에서 보수파의 집결을 통한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계산도 깔리게 될 것이다.


MB 정부 전작권 연기 추진

실제로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에 내정된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은 연기하는 게 당연하다”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몇몇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작권은 언젠가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전쟁을 지휘할 수 있을 때 가져와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경제문제도 있고 준비가 덜 돼 있기 때문에 전환을 유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9일 ‘전작권 문제가 점검회의에서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했으나, 국방 개혁과 안보태세를 총괄 점검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의 의장 내정자가 전작권 논의 의사를 밝힌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면 밑에서만 논의되던 전작권 연기 논의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위원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아니냐”고 말해 북한 개입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창군 이래 국방정책 기조가 방어 위주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북한은 도발했다가 실패해도 손해 볼 게 없었다. 그러니까 (도발이)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반도의 안정은 북한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북한의 의지를 꺾어야 한다”며 “이른바 ‘억지 전략’(적이 공격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보복을 당해 얻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아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으로 국방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그에 따라 군의 구조나 무기체계 등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


미국은 환수 연기 불가

하지만 이런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미국 정부는 전작권 환수 연기 주장에 못을 박았다. 한미 간에 입장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0일 “천안함 침몰사고와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두 이슈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로 열린 `미.중 글로벌 이슈 협력’ 토론회에 참석, 천안함 사고가 북한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2012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기 조정이 검토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작권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를 해왔고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천안함 사고가 전작권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전작권 문제가 어떻게 된다고 하더라도 한미 양국의 이해에 부응하고, 한반도 안정을 지켜나가는데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6자회담을 비롯, 향후 천안함 사고 대응 방안은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이 어떻게 규명이 되고, 북한이 호전적 행위를 중단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우선적으론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데 달렸고, 두 번째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유엔안보리 결의 등에 대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더 넓게는 이웃국가에 대한 호전적이고 위협적인 행위를 중지하는 것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천안함 사고는 철저하고도 완벽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전제한 뒤 “누구도 결론을 성급하게 예단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한 조사에 의한 사실을 근거로 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는 북한의 핵문제는 물론 다른 도발적인 행위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대응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한국의 큰 비극인 이번 사고에 무관심할 수는 없으며, 원인 규명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편견을 갖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향후 대응에 신중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와 함께 “천안함 사고 대응방안을 놓고 중국은 물론 역내의 주요 파트너국가들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6자회담 등에서 중요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기간 북한의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우리가 천안함 사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매우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전 상황이 변수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백악관과 국무부가 재검토를 추진하더라도, 의회와 펜타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칼 레빈 의원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한국이 아직도 전작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조속한 이양을 촉구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펜타곤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될 것이다. 하나는 전작권 이양 연기가 전세계적인 군사력 운영 계획에 미칠 영향이다. 전작권 이양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붙박이형’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해 전세계 어디든 신속하게 투입하려면 한국 방어의 주도적 역할을 한국군이 맡아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하게 요구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전작권 이양 시점을 2009년으로 요구한 까닭이었다. 그는 2006년 11월 이라크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그 여파로 전작권 전환 시점이 2012년으로 늦춰졌지만, 전세계 미군을 신속하게 순환 배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럼즈펠드 독트린’은 여전히 살아 있다.
여기서 관건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다. 오바마는 ‘부시의 전쟁’으로 불리는 이라크 전쟁의 종식을 핵심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철군을 시작해 내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오바마의 전쟁’으로 불리는 아프간 전쟁은 승리를 공언하고 있다. 미국이 예정대로 이라크 철군을 진행해 그 병력을 아프간에 투입할 수 있다면, 주한미군의 차출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전작권 이양을 늦출 수 있다. 반면 이라크 철군이 여의치 않고 아프간 증파의 필요성이 커지면 전작권 이양 연기에 동의해줄 가능성은 낮아진다. ‘전작권 이양 연기’라는 한국 보수파의 염원이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뉴욕 ‘차량폭탄 테러’ 파키스탄 탈레반이 배후

미국이 외면하고 싶어 했던 새로운 테러 세력의 공포가 현실로 드러났다. 에릭 홀더(Holder) 미 법무장관은 9일 ABC방송에 출연, “이달 초 뉴욕 중심가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의 차량폭탄 테러 기도범 파이살 샤자드(Shazad)가 파키스탄 탈레반과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존 브레넌(Brennan)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탈레반은 샤자드를 교육하고 자금을 지원했으며, 미국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뉴욕 폭탄 테러 계획이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에서 비롯된 한 전직 금융기관 직원의 어설픈 단독 소행이라던 미 정부가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번 테러 시도는 2007년 조직된 파키스탄 탈레반의 미국에 대한 첫 테러 시도다.
파키스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뉴욕 공격 시도로 오바마 정부는 대테러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압박에 놓였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파키스탄 정부나 아프간·파키스탄 주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을 공격할 뿐 국제 사회로 ‘총구’를 돌릴 능력은 부족하다고 여겨져 왔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9일 “오바마 정부의 대테러 정책은 알카에다(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 테러조직)가 미국 안보의 근원적 위협이라는 전제 아래 수립됐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와 다른 테러 그룹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미국 안보 전문가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국내 반군’ 수준으로 여겨졌던 파키스탄 탈레반의 미국 테러 시도 배후에 알카에다가 포진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파키스탄 평화연구소 아미르 라나(Rana) 소장은 “파키스탄 탈레반은 국제적 공격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 이들이 미국을 공격했다는 것은 국제적 네트워크와 조직을 갖춘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탈레반이 결합했음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알카에다의 자금과 정보력이 중동 각국의 지엽적인 반미(反美) 테러 집단의 인력과 결합해 ‘마녀의 비약(秘藥·witches’ brew·각종 재료를 섞어 만든 신비한 약)’ 같은 국제적인 테러 연합체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파키스탄 탈레반뿐 아니라 알카에다의 과격함을 비난해오던 하마스(팔레스타인 강경 무장 정파), 이집트의 자마트 알이슬라미야, 리비아의 이슬라믹 파이팅그룹 등이 국제적인 세력 확장을 위해 알카에다와 손을 잡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미국 본토를 테러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는 ‘거대한 변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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