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 LA한인노인 ‘도박 광풍’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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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사회 내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별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한인 타운에서 노인들이 갈 곳이란 대형마켓이나 공원뿐으로 삭막한 미국 생활과 도시풍경은 적막강산과 다름이 없을 정도로 살벌하기 그지없다.
할머니들은 가끔씩 손자나 손녀를 보는 낙으로 산다지만 젊은이 부럽잖은 욕구를 지닌 할아버지들의 삶은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넘쳐나는 욕구를 주체 못하는 노인들이 최근 도박판에 몰려들고 있다. 하루에 적게는 20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달러까지 판돈이 오가는 도박장 중독으로 노인들이 극심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도박을 즐기지 않는 노인들은 한 달에 2~3회씩 콜걸들을 불러 섹스를 즐기기도 한다. 도박 중독뿐 아니라 무분별한 성관계도 LA한인 노인들을 좀먹고 있다. 성욕이 넘치는 할아버지들이 종종 무도장에 들려 중년 여성들과 춤을 즐기다 패가망신 당하는 사례도 속출해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또 돈에 여유가 있거나 자식들이 용돈을 풍부하게 주는 경우 아예 폐창가나 팔라 카지노 등지를 전전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LA한인사회 노인들의 비행실태를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김현 취재부기자>



LA에 어둠이 깔리자 올림픽가와 노르만디 인근 하우스 몇 곳에 노인들이 줄을 이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차를 가진 노인들은 아예 2~3블럭 건너 차를 세우고 허름한 하우스로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모두 아는 사이인 듯 서로 눈인사를 나눈 이들은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들의 나이는 모두 60대 중반~70대까지로 보였으나 개중 50대 정도로 보이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눈에 들어 왔다.
제보자의 말을 따라 기자가 노인을 따라 진입을 시도했다. 다행히 누구도 개의치 않은 눈치였다. 문을 지키고 선 기도는 ‘또 하나 걸려들었다’는 눈치로 기자를 위아래로 쳐다볼 뿐 말을 걸지는 않았다.
하우스 안에는 벌써 민화투와 고스톱 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바둑이 등 포카판도 한창이었다. 판돈은 1인달 수십 달러 정도로 크지 않았다. 도박판이라고 하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였다. 수십 명의 노인들 모여 고작 1000달러도 안 되는 판돈을 걸고 노름을 벌여 단순한 소일거리라 하는 편이 정확했다.
일행 가운데 종종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이며 가끔씩 푸념석인 한숨 소리와 육두문자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할아버지보다도 할머니 목소리가 더 우렁차 대담해 보였다. 옆에 있는 남편은 오히려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고 할머니의 목소리에 다른 할아버지들은 오히려 기가 죽어 있는 분위기다.


연금 모두 도박으로 탕진

도박판 한 구석에 앉은 한 70대 노인은 초췌한 모습으로 라면을 먹고 있었다. 하우스에서 파는 라면 가격은 김치를 포함해 단돈 5달러. 노인은 하루 종일 굶었는지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라면을 다 먹은 할아버지는 피곤이 엄습해 오는지 그대로 벽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친구로 보이는 한 노인은 한심한 듯 잠든 노인을 가리키며 “이 친구 어제도 집에 못 들어간 모양이지”하며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노인은 “월 페어 받은 돈을 모두 날려 아파트 임대료를 못내 못 들어가는 모양이야”라며 응수했다.
윌셔 부근의 한 노인아파트에 사는 이 노인은 월페어 800달러를 받았으나 1주일 만에 모두 날리고 할머니가 무서워 집을 못 들어간다고 했다. 노름판에서 이달 말 월페어가 나올 때까지 버틸 심산인 듯 했다.
벌써 사흘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지만 할머니는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단다. 칠순이 넘은 황혼의 나이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해 이혼을 결심했다는 할아버지는 기자가 말을 걸자 곧 눈시울을 붉혔다.
한 제보자의 전언에 의하면 이런 노인들은 상상외로 많고 급증하고 있다. 자식들 보기 부끄러워 가슴앓이를 하는 할머니들은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할 정도로 노인들의 도박문제는 심각하다.
지난달 노인 아파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70중반의 할머니는 유언장에 1개월째 들어오지 않는 남편에 대한 절절한 원망과 탄식을 토해냈다. 노인 아파트는 아침마다 아파트 매니저들이 문 앞에 종이를 걸어 놓고 이틀이 지나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면 죽었다고 판단, 문을 열고 들어가 사망 여부를 확인한다.
이 할머니의 경우도 이틀이 지나도록 인기척이 없어 이상하다고 판단한 매니저가 할머니의 시신을 확인한 경우였다. 참으로 비참하고 원통하기 짝이 없는 할머니의 죽음도 뒤 늦게 연락을 받고서야 알 정도로 이민생활은 삭막했다.
할머니는 두 딸이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낼 정도였는데 할아버지마저 노름판에서 월페어를 모두 탕진해 아파트 임대료 조차 내지 못하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낳을 성 싶었을 것이다.




자식에 받은 용돈까지

저녁 10시 무렵 한 할머니가 노름판에 끼어들었다. 할머니 왈 “하루 종일 손주 보고 나오는 길인데 정말 힘들었다”며 “며느리가 100달러를 주었다”고 자랑하더니 이내 고스톱 판에 끼어들었다. 그는 “빨리 판을 돌리라”며 재촉하기까지 했다.
어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손주를 돌봐주고 받은 용돈까지 털어 노름판을 찾아온다. 할머니는 한국적 사고방식에 젖어 자식들이 눈치 챌 것을 두려워해 그동안 근근이 모았던 쌈짓돈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줬다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도박벽은 갈수록 심해만 갔다. 어떤 때는 할머니를 때려서까지 돈을 가지고 가는가하면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해 가면서 노름 판돈을 마련하는 등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경우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정말로 손주 보는 게 힘들다”며 “하루 종일 손주 보고 돌아오면 온 몸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이 쑤실 정도”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한편 지난달 VIP플라자 인근에 경찰이 출동해 도박 현장을 급습했지만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찰이 제보를 받고 출동했지만 경찰은 판돈이 거의 장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경고만 주고 그냥 돌아간 것이다.
제보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도박판에 빠진 할아버지의 부인, 할머니였다. 남편이 월페어는 물론 할머니가 몰래 숨겨 둔 쌈짓돈까지 노름판에서 날린 것. 게다가 도박자금을 대기위해 꽁짓돈까지 쓴 것을 안 할머니가 경찰에 고발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이곳을 찾은 할아버지들의 유형은 젊은 시절 꽤나 날리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노인은 별 둘을 달은 소장출신에 대학교수 고위 공무원 출신들도 많다. 미국에 이민 와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짤짤이 노름판을 전전하지만 한 때는 장안에 이름깨나 날리는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노르만디와 올림픽가 부근의 짤짤이 노름판이 적어도 10여 곳 이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게는 20여 곳에 이르는 노름판은 크린샤워와 올림픽가에 위치한 노름판까지 합치면 30여 곳 정도가 노인들을 상대로 성행하고 있다.


아침이면 카지노 버스타고

올림픽가 한남체인 앞에 가면 LA인근의 카지노 행 버스가 줄을 잇고 서 있다. 아침 6시만 되면 카지노 버스들이 카지노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승객 대부분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일부 중년의 남녀들이었다. 특히 지난 마더스 데이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할머니들이 무리지어 버스를 타기도 했다.
전날 자식들이 준 용돈을 기자고 폐창가와 팔라 등 카지노로 가기 위해서다. 이들 카지노는 노인들에게 하루에 20달러 상당의 쿠폰을 준다. 10달러는 버스비고 나머지는 카지노에서 음식을 먹으라고 나눠준다.
그런 유혹에 넘어 간 노인들은 돈만 생기면 카지노에 가서 하루 종일 즐기고 돌아오는 것이다. 돈이 많은 노인들은 하루에도 수천 달러의 카지노 도박을 즐기고 심지어는 카지노 호텔에 콜걸들까지 불러 황혼 인생을 즐기기도 한다.
카지노 행 버스는 하루에 두 번 왕복한다. 아침 8시에 떠나 저녁에 돌아오고 저녁에 떠나 새벽에 돌아온다. 하루에 이용객은 줄잡아 300여명이나 되지만 대부분 노인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이다.
한국에서 몇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K씨는 카지노에서 VIP로 통한다. 한인 노인들은 그런 할아버지가 선망의 대상이다. 자식들도 한인사회에 ‘내노라’하는 재력가로 알려져 카지노를 즐긴다. K씨의 심심풀이 카지노 짤짤이 도박이 아니라 거액도박에 가깝다.
주변에 서 있는 여자들은 모두 30~40대로 나이차이가 40년 이상이 돼지만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 할아버지 주변 지인들은 “K씨의 정력이 30대 못지않게 왕성하고 몸에 좋다는 보약은 모두 챙겨 먹는다”며 “바이아그라와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제 덕분에 여자가 끊이질 않다”고 전했다.




왕성한 성욕을 주체 못해

노인 도박문제뿐 아니라 주체 못하는 성욕도 큰 문제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노인들의 성욕과 섹스문제는 국가적으로 골칫거리다. 남자들이란 주전자를 들 힘만 있어도 섹스가 가능하지만 여자들은 다르기 때문에 정력은 할아버지들의 성적 욕구는 도리가 없다. 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들어주지만 이제는 옆에만 와도 진저리가 난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재주가 있으면 나가서 해결하고 와도 눈감아준다는 소리에 할아버지는 아예 할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콜걸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월페어와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합하면 월 2000달러의 수입이 들어오지만 아파트 임대료를 내고 나면 할아버지는 정기적으로 월 1~2회씩 콜걸들을 집으로 부르거나 모텔로 불러 성욕을 해소한다.
이런 노인들의 사회적 문제는 오늘 현대 사회에 가장 큰 과제거리다. 특히 LA에 사는 노인들의 경우 어디 가서 즐길 소일거리가 전혀 없다 보니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여러 곳의 노인복지센터가 있지만 이들과는 전혀 동 떨어진 기관이다. 자유분방한 노인들은 구속 받기를 싫어하고 노인이라는 말에서부터 거리감을 느낀다. 그 곳에 가면 자신이 늙었다는 기분에 차라리 도박장과 노름판을 전전하지만 어떤 사람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노인들의 불만은 사회적 무관심이다. 대형 마켓 앞에서 앉아 하루 종일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겨울 정도로 심심하다. 노인들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동정 가득한 눈초리에 신물이 날 정도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이 찾는 곳은 오로지 짤짤이 노름판인 셈이다. 단체들마다 자랑스럽게 노인 회관을 지어 노인들의 여가 장소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3년이 지나도 개관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LA한인회장 선거를 접한 한 노인은 “절대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선거 때만 노인들 표를 의식해 접근하고는 선거가 끝나면 외면하는 단체장들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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