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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2005 Sundayjournalu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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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 회의에서 장성택(64) 국방위원회 위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김정일 위원장의 제의에 따라 이같이 선거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제의에 따라 김영일 대의원을 내각총리에서 소환하고 최영림(81) 대의원(평양시당 책임비서)을 내각총리로 선거했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곽범기·오수용·박명선 내각부총리가 해임되고 대신 강능수 노동당 부장(86)과 김락희(77)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리태남(70)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 전하철(86) 당 중앙위 위원을 새로 부총리에 기용했으며, 조봉주 현 기계공업상과 한광복(64) 현 전자공업상에게 내각부총리를 겸하도록 해 내각 부총리는 기존 5명에서 8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리주오 대산에 안정수를 경공업상에, 정연과 대신에 조영철을 식료일용공업상으로 기용했으며, 체육지도위원장은 체육상으로 명칭을 변경해 박명철 국방위 참사에게 맡겼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4월 9일에 두 달 만에 열린 것이다. 북한이 1998년 이후 2003년을 제외하고는 최고인민회의를 매년 1회씩 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장성택 승진의 의미
북한의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장성택 국방위원의 국방위 부위원장 ‘승진’이다. 국방부위원장은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의 바로 다음가는 자리다. 2~3년 후를 장담할 수 없는 김정일과, 아직 30대 풋내기에 불과한 김정은을 잇는 북한 권력의 가교가 된 장성택의 손에, 현대사에 전무후무한 3대 권력 세습의 성공 여부가 달린 것이다.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에 임명된지 1년 2개월만에 부위원장으로 올라선 그는 검찰,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를 관장하는 노동당 행정부장을 겸하고 있으며, 사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매제이다. 특히 그의 경쟁자로 알려진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지난 2일 돌연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김일철 국방위원 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도 해임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의 부각은 더욱 두드러진다. 븍한 매체들은 그의 이번 승진이 김 위원장의 ‘제의’에 따라 이뤄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그의 부위원장 선임이 ‘2인자 공식화’이며 김 위원장이 그를 중심으로 후계체제를 구축해나가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국방위원회에는 김정일 위원장 아래에 조명록 제1부위원장(82)과 리용무(87ㆍ김일성 사촌 여동생과 결혼), 김영춘(74ㆍ인민무력부장 겸임), 오극렬(79ㆍ당 작전부 부장 겸임) 부위원장이 있다. 조명록과 리용무가 고령이라 활동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장성택이 군부 내에서도 오극렬, 김영춘과 함께 최고 실세 자리에 앉은 셈이다. 앞서 지난달 김일철 국방위 위원 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80)이 전격 해임돼 군부 내에서 장성택 부상 가능성이 점쳐진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4월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에는 불참했으나 약 두 달 만에 다시 소집된 이번 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내는 한편 직접 장성택 임명을 제의해 장성택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정일이 장성택을 발탁한 것은 지난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권력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던 경험도 한 몫 한다. 당시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 식량난으로 일반 주민은 물론, 권력의 핵심인 군부까지 적지 않게 술렁였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당과 군부에 쌓아둔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김정일의 회복과 복귀까지 북한을 안정,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장성택은 자유분방한 장남 김정남 대신, 호전적이며 권력욕도 강한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을 것을 김정일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적극 나서며, 3대 세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단되는 인사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국방위원회 내 또 다른 권력 축을 이뤘던 리제강과 리용철이 심장마비와 음주 교통사고로 느닷없이 사망한 것 역시 그와 관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장성택은 김정일의 공개 대외 활동에 부인 김경희와 함께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일의 현장 지도를 계획하고, 그의 뜻을 하부 조직에 전파하는 2인자이자, 핵심 비서의 역할이다. 천안함 사태로 권력 승계에 차질을 빗고 있는 김정은을 대신해 당분간 수렴청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택이 부위원장이 되면서, 실질적인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의 부위원장은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용무 차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오극렬 부위원장 4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최영림, 인민경제 운영
최영림 신임 내각총리는, 2007년 4월 임명됐다가 3년 2개월만에 물러난 김영일의 뒤를 이어 인민경제 운영을 맡게 됐다. 1929년생인 그는 고 김일성 주석의 책임서기(비서실장)을 세 번이나 역임했던 인물로, 1971년에 당 경제부서 부장, 1983년 정무원(현 내각) 부총리를 맡은데 이어 1990년에는 국가계획위원장을 겸임했고 1992년에는 금속공업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 뒤로는 주로 중앙검찰소장(1998-2003),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2005. 4∼2009)등으로 경제와는 거리가 있는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우선 지난해 11월 30일의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처리할 책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일 전 총리는 지난 2월 평양시 인민위원회 주요 간부들이 모인 회의에서 화폐 교환 이후 국영상점 상품 판매 가격이 잘못 책정돼 인민들의 생활에 혼란과 불안정을 주었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 2월 15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경축 중앙보고대회 주석단(귀빈석)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돼 퇴진이 예상돼 왔다.

고위급 프로필 공개
한편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최영림 총리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의 나이와 경력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중요한 인사를 해도 이름과 현 직책만 밝히고, 비중있는 인물이 사망했을 때도 부고에 간단한 약력만 소개했다는 점에서 간략하게나마 공식 `프로필’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이었던 장 부위원장의 경우 1946년 1월22일에 출생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부터 당의 중요 직책을 순차적으로 거친 뒤 2007년부터 당 행정부장을 맡아온 것으로 소개됐다. 국내에서 쓰는 북한 인물정보에는 장 부위원장이 `1946년 2월6일생’으로 돼 있는데, 출생연도는 맞지만 생일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29년생’으로 알려진 최 총리가 `1930년생’으로 소개되는 등 이번에 프로필이 전해진 8명 중 5명의 생년월일이 남한 내에 알려진 것과 달랐다. 전하철 부총리의 경우 각각 `당 중앙위원’과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동명이인이 2명 있어 혼란스러웠는데, 북한의 프로필을 통해 `당 중앙위원 전하철’로 확인됐다. 이밖에 직전 보직이 당 `선전선동부장’으로 추정됐던 강능수 신임 부총리의 경우 영화부장과 국가영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것으로 소개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8일자 2면에 최 총리와 장 부위원장 등 8명의 사진과 약력을 실었는데, 이 신문은 작년 4월에도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 위원 8명의 사진을 게재했지만 경력은 소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신임 총리 등 고위급 인사들의 나이와 경력을 공개한 것을 놓고, 대내외적으로 인사 내용을 공식화해 투명한 방식으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정치 체제 및 최고인민회의 구성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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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2005 Sundayjournalusa |
| ▲ 의회 : 최고인민회의 의회는 보통 1년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해 형식적인 승인을 하는 입법기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해 지난해 5년 임기로 선출된 대의원 687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정부의 주요 보직을 차지한다.
▲ 국방위원회 : 군인 120만 명을 감독하는 북한 정부의 최고 기관. 주요 안보정책을 수립하고 군 최고 지휘관들을 임명한다. 동원령을 낼 수도 있다. 지난 1998년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하고 있다.
▲ 노동당 : 300만 당원을 보유한 북한 통치 공산당. 대부분의 주요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감시한다. 최근 노동당의 영향력은 군부 세력이 부상하면서 줄어들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1997년부터 당수로 재직하고 있다.
▲ 내각 : 39개 부처 및 기타 기관으로 구성돼 주요 행정 및 경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내각총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된다.
▲ 군대 : 기근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군사 부대. 김정일 위원장이 1991년부터 군 최고 통치권자로 군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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