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 UN 안보리 서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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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의 안보리 ‘천안함 조사 의문’ 서한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유엔대표부와 안보리 이사국들에 따르면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이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e메일을 통해 15개 안보리 이사국에 11일 발송했다. 참여연대는 또 서한과 함께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의혹을 담아 발표한 ‘천안함 이슈리포트’를 번역한 20쪽짜리 영문문건도 함께 보냈다.
2쪽 분량의 이 서한은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가 의혹투성이”라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심각한 정치·외교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서한의 근거자료로 국내에서 발표한 ‘천안함 이슈 리포트 1·2’의 영문번역 20여쪽을 첨부했다.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 물기둥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고, ▲생존자나 사망자의 부상 정도도 어뢰 폭발에 따른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가스터빈실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없는 발표를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있었는가 등 그동안 서울에서 숱하게 제기됐고, 또 해명된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이 서한을 안보리 이사국 외에 베트남 등 북한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비이사국들에도 팩스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며 강력 규탄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참여연대가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국에서는 이를 두고 거센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참여연대는 “유엔에 NGO의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고, 보수진영에선 `내부 테러행위’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 전문가까지 참여한 조사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났고, 안보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야 할 시점에 참여연대가 천안함 조사결과에 큰 의혹이 있는 듯한 뉘앙스의 서한을 안보리에 발송함으로써 정부를 당혹케 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전문조사 인력까지 함께한 과학적·객관적 조사를 통해 결론이 났고, 이미 50개 넘는 나라에서 신뢰를 보냈다”며 “도대체 이 시점에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외교 당국은 북한 측이 참여연대의 서한을 거론하며 유엔 등 국제사회에 `남한의 시민단체도 조사결과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의견을 확산시키고 있는 점에 당혹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단체는 더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참여연대가 유엔안보리에 보낸 천안함 사태의 의혹을 제기한 서한은 `의문의 제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대한민국을 향한 내부 테러행위”라고 규정했다.
라이트코리아와 6ㆍ25남침피해유족회 회원 10여 명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참여연대 앞에 몰려가 안보리에 서한을 발송한 행위에 대해 직접 항의했다.
라이트코리아는 15일 오후 검찰에 이번 서한 발송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우선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 행위가 천안함 사태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북한에 동조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할 방침이다.
또 허위사실을 유포해 민군합동진상조사단 조사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의 외교업무를 차질을 빚게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했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이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허위사실 유포의 고의성이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단순히 의견을 개진한 것이 아니라 고의로 잘못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무를 방해했다면 그 자체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센 비난 휩싸여

한 때 참여연대의 홈페이지는 분노한 네티즌 등의 접속 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회원들이 글을 남길 수 있는 ‘회원마당 활기차’ 커뮤니티를 비롯해 평화군축센터 등 17개의 블로그 등 홈페이지 자체에 접속되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참여연대의 홈페이지를 찾아 찬반 댓글을 남기며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일부 네티즌은 “참여연대가 북한을 대변하는 단체냐” “참여연대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인터넷에 떠도는 괴소문과 다를 바 없다” “국제 무대에서 이렇게 망신을 줘야 하는가” 등의 글을 남기며 강하게 항의했다.
반면 “시민을 대신해서 궁금증을 풀어주고 안보리에 당당하게 대응해달라” “천안함 안보리 보고서 제출은 잘 한 일이다” “천안함 안보리 메일 건 지지한다. 회비가 아깝지 않게 대한민국 평화를 위해 애써 달라” 등의 격려 글도 있다.



참여연대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평소와 다름 없이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으나 서한 발송에 항의하는 전화가 쏟아지면서 일부는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정부와 보수진영의 반발에 대해 “전 세계 시민단체의 통상적인 국제 의사소통 행위”라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NGO(비정부기구)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아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회신 발송 절차와 관련해 “총회를 통해 모든 회원이 모여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회원의 위임을 받은 실무진과 실행 위원이 지난주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가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일부 보수단체의 지적에 참여연대 관계자는 “유엔에 NGO의 의견을 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저희(참여연대)를 매도한 것”이라며 “용산참사, 표현의 자유 위축 건에서도 유엔이란 통로로 정부 비판을 꾸준히 했다”고 강조했다.


평통사도 서한

한편, 참여연대에 이어 다른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국제사회에 천안함 사태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 시민단체들의 `서한 발송’에 따른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평통사는 미국 뉴욕의 한인 청년단체 노둣돌과 함께 14일  뉴욕에서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프랑스와 영국, 브라질 등 11개국 대표부에 천안함 사태 재조사를 요구하는 A4 종이 4장 분량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평통사는 서한에서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중국 등 관련국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는 만큼, 유엔 안보리가 사건의 원인을 다시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없이 북한을 비난하는 결의나 성명을 채택하면 유엔 안보리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통사는 한ㆍ미 연합군의 훈련 도중 북한이 낙후한 잠수함으로 배를 침몰시켰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 함체에 어뢰 파편이 없고, 감사원 조사 결과 군의 보고 누락과 서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 등을 재조사가 필요한 이유로 거론했다.
평통사가 서한을 보낸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2곳과 나이지리아, 우간다, 보스니아, 터키, 오스트리아, 멕시코, 가봉, 레바논 등 비상임이사국 9곳이다.
평통사 관계자는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이미 사태에 대해 견해를 밝혔고, 비상임이사국 중 일본은 미국의 방침에 동조할 공산이 커 해당 국가들에 문건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한을 전달한 국가들은 일단 ‘담당 대사가 해당 문서를 읽고 안보리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추가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16년 만에 ‘불바다’ 발언

우리 군이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조치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위한 대형 확성기를 실제로 설치하자 북한이 ‘서울 불바다’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인민군 총참모부는 12일 ‘중대포고’를 통해 “전 전선에서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흔적 없이 청산해 버리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괴뢰들(남한)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11개소에서 이미 심리전용 확성기를 설치했다.”면서 “군사적으로 심리전이 전쟁 수행의 기본작전 형식의 하나라는 점에서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 설치는 우리에 대한 직접적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에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북한군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지휘관들은 정위치에 대기하며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의 이번 ‘중대포고’는 지난달 24일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 경고장’의 연장선상으로 주체만 바꿔 가며 유사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포고문의 ‘서울 불바다’는 수사적 표현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의도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엄포용으로 간주하면서도 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에 포격을 하려면 미사일이나 장거리 야포로 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여러 상황에 비춰 도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가 설마 하는 상황에서 일어났듯이 안심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전 위원은 특히 “북한의 위협은 정부와 민간을 이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남한 내 국론이 분열되면 북한은 그 틈을 노려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공격 같은 전면전 대신 도심 테러와 같은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간 군사력의 차이와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전면 도발은 자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에 천안함 사태처럼 은밀한 방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국방부는 대북 심리전을 위해 군사분계선 일대 10여곳에 전광판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전광판 하나 설치하는데 13억~15억원 정도가 든다.”면서 “시내에서 흔히 보는 전광판 화면은 멀리서는 보이지 않아 전방 지역에선 효과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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