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시대 편법 이용사례<1>
LA 한인타운의 한 고층 럭셔리 콘도에 3개월 가까이 거주한 K씨.
배가 한참이나 부른 것이 누가 보더라도 임산부임에 틀림 없다. K씨는 출산을 3개월여 앞두고 지난 5월에 비밀리 입국한 원정출산족. 결국 K씨는 며칠 전 한인타운 인근 H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한 뒤 몸조리를 끝마치자 마자 서둘러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산후조리원을 통한 위탁 원정출산족이 대세였다면, 요즘은 무비자로 입국해 콘도텔이나 호텔 등을 단기간 렌트해 스스로 출산하는 신개념 자가원정출산이 생겨난 것이 큰 특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컬 산부인과 의사는 “최근 원정출산을 하러 온 한국인 환자들이 짜증날 정도로 늘어나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많다”며 “의사라는 본연의 직업관으로서 이제는 원정출산 환자들을 사전에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한국인의 미국입국 무비자 시대가 열린 지난 2008년 11월 한 달만 해도 한국인 임산부의입국건수가 6배나 늘었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한 통계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해 원정출산을 위해 미주 땅에 건너온 한국인 임산부의 숫자가 연간 5천명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행 열풍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출산자녀의 시민권 취득을 통한 해외이민 사전 교두보 마련, 조기 영어교육의 기회제공, 그리고 남아들의 병역기피 등이 궁극적 목적으로 보여진다.
특히 비자 면제프로그램이 시행되면서 전자여권 소지자의 경우 최소 ‘90일 체류’가 보장되자, 2-3개월의 단기체류를 통한 원정출산이 과거보다 더 손쉬워진 것도 이들 원정출산족의 러시행렬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한국인 산모가 ‘응급환자실(ER)’로 입원해 출산할 경우에도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시민권 뱃속 태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에 의해 출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맹점이 한국인들에게 널리 전파(?)된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숙식비용을 과감히 투자해서라도 시민권 취득이라는 꿩(?)도 먹고 각종 베니핏을 알(?)로 먹는 얌체 원정출산족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
현재 무비자 시대가 불러온 LA 한인타운의 기현상은 단연 유흥업소와 그 종사자들의 수적 증대다.
특히 룸살롱 등으로 대표되는 편법 유흥업소들이 우후죽순 늘어나 과다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심지어 건전한 놀이문화였던 노래방에도 이제는 ‘도우미(?)’가 기본메뉴에 포함됐을 정도다.
이들 유흥업소 직원들은 이렇듯 무비자 시대가 반가운지 3개월 단위(최대 90일 관광/상용 무비자입국)로 한국과 미국을 자유롭게 출입국하며 손쉬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은 LA 한인타운의 고급 콘도와 아파트 렌트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며, 기대치 않은 새로운 특수(?)를 양산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유입에 따른 타운내 인구증가는 단기간 반짝 효과를 낳을 뿐, 장기전 관점에서는 끝내 마약, 매춘과 연계돼 ‘어글리 코리안’으로 무너질지도 모를 잠재적 악영향을 품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최근 한인타운의 무비자 신풍속도들은 또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눈에 띄게 원정출산족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산후조리원을 물색해 원정 길에 오른 뒤 모든 출산과정을 전적으로 맡기는 ‘위탁형 출산’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스스로 아파트나 콘도를 렌트하는 ‘자가 원정출산족’들의 모습이 이색적 풍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자가 원정출산’ 이면에는 가뜩이나 힘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극심한 재정적자를 키울 소지의 편법이 자행되고 있어 국제분쟁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허울 좋은 무비자 시대 “조기종료 예고”
이처럼 무엇보다 좋은 취지에서 추진된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이 그 수혜자인 한국인들의 편법적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그리고 한국인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국제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서는 유흥업소 뿐 아니라 주요 서비스 업종전반에 걸쳐 무비자로 입국한 한국의 고급인력들이 값싸게 취업전선에 뛰어든 뒤 불체자로 전락해 버리는 악순환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어 큰 우려감을 낳는다.
따라서 이 같은 한국인들의 불법체류, 해외 성매매, 원정출산 등이 증가해 지속적 불법사례로 적발될 경우 조만간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국의 지위가 박탈되는 불행한 사태가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무비자 시대의 편법들에 대해서 스스로의 방어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간단한 예로 단기적인 비용절감을 위해 무비자 입국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일은 가뜩이나 힘든 한인타운 로컬 경제계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수입을 올리고 있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무분별한 지출습관을 부추기는 신종사업이라든지, 새로운 원정출산족들을 겨냥한 렌트사업 등은 오히려 퇴출대상이 돼야 ‘건전한 한인타운 만들기’라는 큰 틀의 위상이 살아나지 않을까 한번쯤 뒤돌아 반문해보게 되는 시점이다.
————————————————————————————-
무비자 시대 편법 이용사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