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셋째 주 화창한 토요일. 기자는 미국에서도 가장 안전한 도시로 손꼽히는 어바인 시의 한 주택가를 찾았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 쬐는 아침이 고즈넉한 가운데 주말임에도 유독 바삐 움직이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남가주 한인 최초로 직선제 시장 직에 오른 어바인시 강석희 시장이다.
수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재선거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그는 홀로 ‘재선 캠페인’에 분주한 것이다. 이날은 오전에만 신장병 가족 돕기 캠페인, 남가주 한국학원 졸업식 등 주류사회와 한인 커뮤니티 행사가 동시에 겹쳐 있어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마음이 조급해 보였다.
이렇듯 바쁜 일정 속에 살아가기에 언제부터인가 강 시장은 아침을 챙겨먹는 일이 뒷전이 돼버렸다. 부인의 신신당부도 뿌리친 채 특유의 강씨 고집인지 이날도 우롱차 한잔과 로컬 주요 신문을 꼼꼼히 훑는 일로 일과를 시작했다. “나 홀로 캠프 가동”
오는 11월 열리는 공직자 선거. 강석희 시장은 현직 시장이기에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지만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이웃들과 가벼운 악수 등 스킨십을 통한 유대관계 또한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선거에서 주위의 약세 예상을 깬 강 시장의 전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 색채의 강 후보를 반대하는 세력인 보수층 백인 유권자 공략을 위해 가가호호 2만 가구를 찾아다닌 발품이 큰 빛을 본 바 있다.
결국 정치인의 성공비결로 그는 “공인으로서의 삶, 정치인의 삶의 토대가 무엇보다 인간관계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자신의 생활신조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날의 첫 공식일정은 UC 어바인 캠퍼스에서 개최된 한 신장병 가족 돕기 행사였다. 자신의 오프닝 연설시간이 30여분 남았음에도 미리 행사장에 도착한 강 시장은 참가자들과 함께 체조도 즐기고 담화를 나누는 등 영락없는 동네 이웃 아저씨로 변신했다.
이미 소문난 그의 유창한 한국어 구사능력만큼 출중한 영어 실력으로 멋들어지게 주류사회 이웃들을 사로잡는다. 또한 신장이식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 500여명의 가족과 후원자들과 한데 어우러져 걷기 캠페인에 동참하자, 한줄기 희망의 빛을 이끌고자 참석한 참가자들은 일일이 강 시장과 악수를 청하며 친근함을 건넸다.
이처럼 강석희 시장은 공직에 있다 보니 수많은 주류사회 행사에 초청돼 참석하는 일이 잦다. 이와 관련 강 시장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솔직히 미국인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참여의식이 부럽다”며 “미주 한인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동병상련을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든지 건전한 도네이션 문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상인의 피 “정직과 신뢰”
강석희 시장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긍정적 삶의 태도와 인간과의 신뢰를 토대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며 “또한 특유의 화술만큼은 어느새 달변가로 정평이 나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에게 최고의 상도를 지향했던 개성상인의 피가 흘러서일까. 강 시장은 “지금은 작고하신 두분 부모님이 개성상인이었다”며 “어려서부터 귀에 닳도록 사람과 사람과의 신뢰를 꼭 지키라는 말을 새겨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강 시장은 이민생활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전자제품 할인매장 서킷시티에서 일하는 동안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입사 4개월 만에 판매사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그의 열정은 빛났고, 소수계 한인 이민자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