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란 한마디로 환전소나 은행 등을 통해 적법한 환전송금 절차를 치르지 않고 외화나 원화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 간 환치기 거래도 있을 수 있고, 환치기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나 조직을 통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 루트가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A가 B의 한국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B는 A에게 그에 상응하는 달러를 현금으로 주는 식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럼 왜 이 같은 환치기가 성행하는 것일까. 물론 돈세탁 등의 이유로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 외화송금 시 부과되는 환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한 꼼수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환치기 이용자들은 환수수료의 부담을 다소 덜고, 환치기 업자들은 중간에서 환차익과 더불어 세탁된 자금을 음성적으로 재활용하는 부수입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송금대행, 속칭 ‘환치기’가 최근 LA 한인타운에서 또 다시 큰 기승을 부리며 커뮤니티 경제계를 문란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타운에서 성행하는 환치기 범죄 유형을 보면 몇몇 한인들이 운영하는 체크 캐싱 업소를 중심으로 신분이 불분명한 유흥업소 종사자나 서류미비자들을 집중적으로 환치기 범죄에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인의 미국 무비자 입국시대가 열린 것과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지능범죄를 낳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에 몇몇 사례를 토대로 최근의 환치기 범죄유형에 대해 살펴봤다.
불법 환치기 송금사례 <1>
올해 초 서울에서 LA로 무비자 입국해 한인타운 유흥업소에 종사하고 있는 A양. 무비자로 입국한 탓에 한국으로 서둘러 돌아가야 했지만, 유흥업소 생활을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짭짤한 수입을 올리다 보니 아예 서류미비자로 눌러앉았다.
A양의 경우 한국 룸살롱에서도 탑클래스로 꼽혔던 ‘인재’로 워낙 LA에서도 출중한 인물이라 일순간 고연봉자에 합류한 케이스다. A양은 내친 김에 2~3년 LA에 더 머무르며 차곡차곡 모은 수입으로 한국에 돌아가 유흥업계를 떠나 새 삶을 준비할 계획을 세웠다.
A양으로서는 매달 벌어들인 수입 일정부분을 한국으로 미리미리 송금해 둬야 하는 사전준비 절차가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정상적 외환거래를 통했다. 하지만 곧 적잖이 부과되는 수수료가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에 주위의 권유로 알게 된 LA한인타운의 한 체크 캐싱 업소가 암암리에 ‘환치기’를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이내 단골고객이 됐다. A양은 한 달에 1번 이상 한국행 송금이 필요했던 터라 상당한 액수의 환수수료를 절약하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환치기 업체 업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고 이에 응한 것이 화근이 돼버렸다. 환치기 업주는 A양에게 한국에 거주하는 부모형제 등 친인척 명의 은행계좌를 빌려주면 거액의 환치기 송금과 함께 수고비 또한 넉넉히 지급하겠다는 감언이설로 유혹했다.
A양으로서는 그간 워낙 깔끔한 일 처리로 ‘환치기’를 해준 업주를 신뢰한 나머지 선뜻 제안에 응했고, 몇 달간은 수고비 등을 챙기면서 부수입까지 올렸다.
하지만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날아든 불똥으로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A양의 부친은 딸의 부탁으로 자신의 계좌를 빌려준 뒤 일부 돈 심부름에 응했는데 어느 날인가 국세청과 관할경찰서로부터 출두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조사에 응했더니 이 계좌에서 수천 차례 인터넷 뱅킹 거래를 통해 수백만 달러가 오고 간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깜짝 놀란 A양은 해당 업주를 찾아 따져 물었지만 “이미 수고비까지 다 받아놓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며 “서류미비자 주제에 범죄까지 저지르고 뭐 하는 짓이냐”며 오히려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한다.
일부 제보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환치기 업자들이 던진 유혹에 빠져들어 무심코 한국에 거주하는 친인척들의 계좌를 포함해 인터넷 뱅킹 등의 비밀정보를 고스란히 제공했다가 낭패를 보는 한인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과 미국의 사법당국이 환치기 범죄에 대해 공조수사를 보다 강화하면서 환치기에 동원된 계좌들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까닭에 숨겨진 피해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환치기 업자들은 전통적 수법인 차명계좌를 빌리는 방식을 통해 복잡한 거래를 일으키고 정작 자신은 쏙 빠져버리는 지능적인 범죄행각을 벌이고 있다. 즉, A양의 사례에서 보듯 서류미비자 등에게 접근해 이들의 부모, 친인척 명의의 계좌정보를 받아낸 뒤 거래 건수 당 얼마씩 수고비를 건네주는 형태로 근거를 남겨두고 오히려 발뺌을 하는 식이다.
불법 환치기 송금사례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