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빠져든 한인 청소년들 “탈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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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53호에서는 미주 한인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마약의 병폐를 살펴보기 위해 마약 밀거래 수법이라든지 딜러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이번 호에서는 마약에 빠져든 소비자들에 대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뤄봄으로써 경각심을 세우고자 한다.

결국 마약문제란 마약을 필요로 하는 중독자, 즉 소비자들이 있기에 밀거래 시장과 거래상 딜러가 존재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점차 마약에 빠져드는 중독자들의 연령층이 왜 낮아지는지, 과연 어떤 경로로 마약을 구매하고 또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집중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그 루트와 심리에 대해 알아봤다.


<이승윤 인턴기자>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인 청소년들이 마약을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타락한 폐륜아’나 인생의 낙오자들이 저지를 법한 일로 치부돼 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한인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마약을 마치 놀이도구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마약류 취급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진 상태다.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 그리고 심지어 중학생들까지 마약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그들의 놀이문화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주변 마약노출상태 심각


평범한 주말이 되면 22살의 L군은 으레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화려한(?) 파티를 벌인다.
이른바 ‘밀가루 파티’라는 그들만의 속어까지 존재하는걸 보면 이들이 얼마나 코카인을 즐겨 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평화롭게 공부만 하는 대학생들이 즐비한 대학가 주변의 한 콘도미니엄 단지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환락에 빠진 대학생들이 모여 마약을 즐기는 장소로 돌변한 것이다.
L군은 “이 아파트 내에만 내가 아는 마약딜러가 5명은 있다” 고 말하며 대학가 주변 마약노출 상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주말이 되면 우리 집은 판타지 하우스가 된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주일간 축적된 학업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우리들만의 수단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가 주변 마약노출 상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주위 이웃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건물의 한 이웃은 “어린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노약자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단지 내에서 마리화나 냄새가 여기저기 흘러나오거나, 심지어 코카인 딜러들이 오가며 거래를 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 정도다”며 혀를 내둘렀다.


 


















 

중고등학생들까지 마약류 손대


최근 들어 마약소비자 연령층이 낮아져 고등학생들은 물론 중학생들까지도 마약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마약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8학년 30.3%, 10학년 44.9%, 그리고 12학년 52.8%로 드러나 학교 내 마약문제 또한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 수업 중 헤로인을 하다 들켜 정학 당한 S군도 당시 11학년에 재학 중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쉬는 시간마다 나와 공통점(?)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한적한 운동장이나 주차장에 가서 즐기다 수업을 빼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약을 구하기도 쉽고 마약을 통해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던 것 같다”라고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한때 바(Bar)나 클럽 같이 성인들만 갈 수 있는 장소에서만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버렸다. 이제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약중독의 허망한 말로


마약중독자들은 처음 호기심이나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맛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 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마음속 깊이 있는 외로움 또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우려는 욕구가 강해 결국은 쉽게 순간적인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마약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또래 집단의 강요에 의해 혹은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하기 싫었던 마약을 하게 되는 경우도 이들의 심리이다. 고등학생 시절 마약복용 경험이 있는 K군(24)은 “친구들끼리 의리 지킨답시고 무심코 하게 된 마약이지만 실은 속으로 왕따가 되기 싫은 마음이 절박해 싫어도 좋은 척 하게 됐다”고 처음 시작동기를 솔직히 털어놨다.

이처럼 순간적 주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어 인생의 황금기를 쾌락에 빠져들어 마약에 찌든 미래의 주역들이 오염돼 가고 있는 것이다.
“깨어있는 청년이 곧 최고의 국력”이란 금언을 떠올리며, 마약이라는 최악의 사회적 병폐를 한인 커뮤니티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계몽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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