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새한)’가 ‘고래(나라)’ 잡아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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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undayjournalusa

최근 나라은행(행장 앨빈 강)과 새한은행(임시행장 대니얼 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먼저 나라은행은 지주회사인 나라뱅콥 이종문 전 이사장이 사실상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최대주주인 그가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을 놓고 갖가지 설이 분분하다.

당초 사임의사를 밝혔을 당시만 해도 이 전 이사장은 은행 주식을 절대 매각할 일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며칠 사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 매각 가능성의 여지를 흘린 것이다.

이를 놓고 항간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조만간 주식매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반반이다. 만약 이종문 전 이사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나라은행은 그간 명맥을 이어온 한인 커뮤니티 4대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새한은행을 이끌어 온 육증훈 행장이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에서 돌연 사임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적 사유를 들어 사퇴의 변을 마쳤으나 사실상의 경질된 것이라는 게 한인 은행권의 공통적인 해석이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흐르자 짧은 시차를 두고 오비이락 격으로 발생한 한인 금융계의 빅뉴스, 즉 나라와 새한 두 은행 수뇌부의 돌연 사퇴를 놓고 호사가들의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 나라뱅콥 이종문 전 이사장

2003년 9월부터 나라은행과 지주사인 나라뱅콥을 이끌어온 이종문 전 이사장은 사실상 개인 최대주주로서 7년여 넘게 나라은행을 좌지우지해 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8년 5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돌연 사임의사를 밝히며 한인 금융가에 한차례 소용돌이를 일으켰었다. 당시 주총행사에서는 이종문 전 이사장의 노고를 치하하는 감사패 수여식과 함께 사실상 그의 금융계 은퇴를 기리는 자리로 뒤바뀐 바 있다.

이날 은퇴를 알리는 소감을 밝히며 이종문 전 이사장은 “(선데이저널을 지칭)모 언론사는 나를 나라은행의 점령군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심하게 몰아세웠다”며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의 마음으로 나라은행과 함께 했던 나를 이렇게 매도할 수 있는가. 반드시 영원한 나라은행의 주주로 남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하지만 목청을 높여 은퇴선언을 했던 이 전 이사장은 사임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또한 그의 행보는 나라은행이 곧 새한은행을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게 했다. 나라은행은 보란 듯이 8,000만 달러 증자추진을 통해 속칭 ‘총알’을 장전했고, 이러한 나라의 새한은행 합병시도는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다.

이를 반영하듯 연초만 해도 LA 비즈니스 저널 등 주류언론들 또한 일제히 한인 커뮤니티 은행들의 재편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나라-새한 합병 가능성에 큰 무게를 실어줬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은 방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나라의 새한 인수전은 불발탄으로 끝나고 말았다. 나라은행은 민 킴 전 은행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형태로 사태를 재빨리 수습했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윌셔은행의 구 미래은행 인수방식과 같이 새한은행의 선 폐쇄에 이은 후 인수를 노린 패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 모든 책임의 수습에 있어 이종문 전 이사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었다. 
 
새한의 부활 ‘뒤바뀐 운명’


















당시 상황을 뒤돌아보면 새한은행의 폐쇄가능성은 어느 부실은행보다 컸다.

2009년도 순손실액만 5,640만 달러, 주당 3달러 52센트 손실, 티어1 자본비율 1.38% 등 모든 지표를 봤을 때 회생가능성은 손톱만큼의 여지도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라은행이 새한은행의 폐쇄를 염두에 두고 미리 인수를 준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에 새한은 거액의 자본잠식에 따라 금융감독국이 데드라인을 두고 명령한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추진한 6천만 달러 규모의 신규증자를 추진했다. 하지만 한인 금융권에서는 그 성공여부를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위기에 봉착한 새한은행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피어났다. 갑작스럽게 한국계 자본과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자금유치 소식이 터져 나오며 호재가 연발한 것이다.

다함이텍을 비롯해 동양피엔에프, 셀트리온 등 한국의 상장사 3곳의 투자합류 소식은 수많은 한인 투자자들의 증자참여로 이어졌다. 실제로 은행폐쇄 위기에 몰려 한때 7센트까지 추락했던 새한(SAEB)의 장외주가가 2달러 15센트까지 치솟는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증자성공을 이끈 중심에는 PMC 뱅콥 윌리엄 박 대표의 공이 무엇보다 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그가 한국계 자본수혈을 이끌어냈고, 이어 LA 다운타운의 신흥 재력가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수완을 곁들였다는 것이다.

새한의 신규증자에 참여한 자바시장의 한 투자자는 “지난해부터 자바시장에서는 새한은행이 나라은행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번졌다”며 “1년여 정도만 투자할 경우 2~3배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투자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수뇌부 물밑작업 한창?



















현재 한인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나라와 새한의 합병가능성이다. 나라뱅콥 이종문 전 이사장의 사임과 새한은행 육증훈 행장의 경질을 놓고 그 연결고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지난해부터 한인 금융가에서 최대 화제로 떠올랐던 나라와 새한의 합병, 즉 ‘어게인 합병’ 이슈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타운의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나라와 새한의 인수합병을 기정사실화하며 합병은행의 차기행장이 누가 될 것이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워낙 나라은행과 새한은행이 합병할 경우 가져오는 파급효과가 ‘메가톤 급’으로 크기 때문에 소문들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새 통합은행의 행장후보로는 기존 한인 커뮤니티 은행에서 검증된 인물이 1순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한인 금융가에서는 현 나라은행 앨빈 강 행장이 한인 커뮤니티와의 밀접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행장 교체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따라서 육 행장의 이번 사임결정에는 더 큰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해석이다. 새로운 은행장에 발탁된 인물이 차기 통합은행장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련의 돌발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나라뱅콥 이종문 전 이사장의 의중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이 전 이사장의 영향력에 줄을 댈 이사들이 반반으로 나눠졌다. 이 전 이사장은 현재 지병을 앓고 있는 박기서 신임 이사장보다 다른 이사에게 더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다른 이사들은 주식들이 거의 없는 사외이사들로 새한은행 인수는 골칫거리나 다름이 없다. 문제가 산적한 새한은행을 정부의 개런티 없이 인수한다는 것은 향후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한을 인수한다고 해도 당장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어 돈을 주고 새한을 산다는 것은 무리라는게 이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종문 전 이사장은 과거에도 한미은행, 중앙은행과의 합병을 저울질하면서 실익을 따졌던 전문 투자가다. 그가 줄곧 주장했던 것처럼 “나라은행 주식을 평생 품고 가겠다”는 뜻을 은연 중이라도 접은 상황에서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그는 과거 나라은행 입성과정에서도 아시아나 은행 대주주로서 나라에 피인수 합병되며 대주주로 참여하게 된 인물이다. 이렇듯 처음에는 대주주 투자자로서만 참여했지만 실상은 다르게 전개됐다.

지금 와서 결과론적으로 뒤돌아보면 기존 토마스 정 이사장-벤자민 홍 행장 체제를 무너뜨린 장본인 역시 이 전 이사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는 뒷말이 돌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현재 이종문 전 이사장의 나라뱅콥 보유 주식은 234만 8,622주로 현재 시세로 환산했을 때 약 1,760만 달러, 약 6%를 웃돈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 외 고위내부자가 소유한 지분은 극히 적어 전체 내부 지분 장악비율은 8% 대에 그친다. 따라서 이 전 이사장이 주식을 전량 매각할 경우 한인 커뮤니티 은행의 상징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나라은행 측은 이 전 이사장 사임으로 내부 이사회 보유지분이 2%대까지 떨어지는 것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 지분 75% 이상이 기관투자자들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은행 내부 이사진들의 지분 장악비율이 2%에 불과하다면, 해당 이사회 의사결정 등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또 다른 한인 커뮤니티 은행인 윌셔은행의 경우 고석화 이사장을 비롯한 내부 인사들이 34%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이종문 전 이사장의 주식매각 여부는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한인 금융권에서는 이종문 전 이사장의 지분을 한인 투자자 그룹이 인수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새한-나라의 합병설에는 PMC 뱅콥 윌리엄 박 대표(원안 사진)가 그 중심에 서있다.

이런 가운데 이종문 전 이사장의 지분 매수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로 새한은행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던 PMC 뱅콥 윌리엄 박 대표가 꼽히고 있다.

한마디로 이종문 전 이사장의 주식을 매입해 나라은행의 이사회를 장악한 뒤 단계적으로 새한은행의 인수합병을 시도함으로써 결국 ‘새한의 우회상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PMC 뱅콥 윌리엄 박 대표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 시점에서는 ‘Yes’, ‘No’ 그 어느 방향으로도 답변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다만 한인 커뮤니티 은행의 미래를 위해 한인은행들 간의 인수합병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 나라은행 주식(NARA)은 이종문 전 이사장의 사임발표 이후 오히려 큰 상세를 띄고 있다. 일부 주
식 전문가들은 또다시 새한(SAEB)과의 합병 가능성이 피어 오른 것이 상승탄력을 가져왔다고 풀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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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라은행의 주가는 이종문 전 이사장의 사임 이후 오히려 10% 이상 수직상승했다. 은행 최고 수뇌부이자 최대주주의 이탈은 악재로 작용한다는 상식을 벗어나 오히려 주가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로 앤 램버트 그린뮤추얼 노찬도 투자분석가는 “지난해 연말에도 나라은행의 새한은행 합병 소식으로 한차례 나라은행의 주가가 출렁인 바 있다”며 “이번에도 한인 금융권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수합병 재료가 터져나오며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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