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 2탄>새한-나라 인수합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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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뱅콥 이종문 전 이사장

이종문 전 나라은행 이사장의 갑작스런 퇴진 배경에 놓고 한인 금융가가 어수선하다.

일각에서는 그의 사퇴가 커뮤니티 은행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여기에 새한은행 육증훈 행장 역시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경질되는가 하면 토마스 정 전 이사장의 나라은행 이사회 상대의 소송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등 한인은행권 안팎에 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나라은행 측은 이 전 이사장의 향후 구체적인 행보와 운영 방침을 파악하지 못해 사외이사인 박기서 이사장 체제를 고수하며 당분간 현상 유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전 이사장과의 소송 대응도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정 전 이사장의 변호인은 항소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이종문 전 나라은행 이사장의 안개 속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전격사퇴 직후 “보유 주식은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불과 일주일 만에 “주식을 팔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본지가 이 전 이사장의 이사장 전격사퇴 내막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자 이 전 이사장의 심경에 또 다른 변화가 포착됐다.

여기에 나라은행 이 전 이사장의 지분을 매입해 나라은행에 입성하려던 윌리엄 박 새한은행 대주주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자칫하면 ‘내부자 거래’의 의혹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라은행과 새한은행 간의 인수합병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려는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온 셈이다. 은행감독국과 증권위원회 측도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육증훈 새한은행장이 돌연 사표(10월 22일자)를 내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은행을 떠난 것이다. 육 전 행장의 사퇴가 새한은행과 나라은행간 합병을 위한 바탕을 마련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가 휴가 기간 중 해당 은행 측과 모종의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육 행장 퇴진, 내부거래 의혹


















▲ 오는 22일 사임하는 새한은행 육증훈 행장

육 전 행장은 지난 2008년 8월 새한은행의 행장으로 내정돼 같은해 10월 취임하면서 공식적으로 행장직을 맡아왔다.

그는 한미은행의 최고대출책임자(CCO)출신으로 지난 1999년부터 5년간 한미은행장을 역임했으며 은행지주회사를 설립해 한미의 나스닥 상장을 주도한 한인은행가의 입지적인 은행가로 평가됐다.

지난 2008년 초부터 6월까지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이 갑자기 사임하면서 어수선했던 한미은행에 복귀해 행장 대행으로 활약했으며 그 해 10월 벤자민 홍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새한은행 행장으로 취임했다. 육 행장은 취임 후 불과 한 달 뒤인 지난 2008년 11월 사모방식으로 1520만 달러의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육 전 행장은 지난해 은행이 감독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존폐위기까지 몰리는 등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올해 초 한국과 미국에서 투자 유치를 끌어내면서 6000만 달러의 증자에 성공, 은행이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바 있다.

새한뱅콥의 한동수 이사장은 “육 행장은 은행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해 초 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등 훌륭한 업무 능력을 보였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아쉽다”고 평가하며 “비록 은행을 떠나지만 앞으로 육 행장이 하는 일이 모두 잘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는 행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적임자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새한은행 육증훈 행장이 6일 갑작스럽게 조기 퇴진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난 3월의 성공적인 6,060만 달러 증자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실적 악화에 따른 심적 부담과 함께 새로 구성된 이사진과의 갈등 등이 주요 이유였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미주 한국일보는 풀이했다.
 
올해 손실만 2천만 달러 육박

새한은행 이사진은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새한은행이 올 1, 2분기에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데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추가 증자를 추진할 지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은행은 올 1분기에 576만 달러, 2분기에 293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올 상반기에만 869만달러 손실을 냈다. 이 같은 실적을 반영해 최근 1년 사이 2.15달러까지 거래됐던 새한은행 주가는 6일 47센트까지 하락된 상태다.

또 3분기에도 또 다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등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지난 6월 출범한 새 이사진과 육 행장과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이사진이 새한은행의 지난 20년간 설립과 발전을 지켜봐 온 1세 기성세대 창립이사로 육 행장에게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면 새 이사진은 지난 3월 증자에 출연하면서 참여해온 ‘투자자’로 그 동안 지속적으로 육 행장과 경영진에게 조속한 실적 개선과 흑자 달성을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은행은 이번 육증훈 행장 사임으로 행장 대행으로 임명된 데니얼 김 전무와 이사진이 추가 증자를 추진하면서 자산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것으로 지적돼온 지점 축소 등 강도 높은 경비절감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육증훈 행장이 조기 사임을 했지만 지난 3월 완료된 성공적인 증자를 통한 새한은행 회생의 일등공신”이라며 “육 행장이 새로운 이사진은 새로운 경영진과 함께 새 출발을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퇴진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육 전 행장의 조기사퇴에 대해 헤럴드경제는 “올 초 증자에 성공한 뒤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연방금융감독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승인이 늦어지는 것도 육 행장의 사임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새한은행은 새 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다시 한 번 힘든 기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 상황이 은행권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영업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은행의 수장이 떠나면서 이 같은 운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사회 승인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총회 날짜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어 경영진 공백까지 생긴 와중에 은행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져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높다.
다니엘 김 전무가 행장 대행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감독국 제제 하에서 김 전무 자신의 업무도 과중한 상황이고 새로운 행장이 선임되더라도 업무 파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행장 선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한뱅콥이 즉각 행장선임위원회를 구성해 행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듯 행장 선임 시기는 현 상황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소송 결과도 변수


















나라은행과 새한은행의 인수합병 시나리오는 두 은행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나라은행 이사회는 지분을 지닌 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 이사장, 부이사장 등을 포함한 대부분 이사들이 사외이사이다. 사외이사들은 생리상 지분을 지닌 이사들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후화되고 무기력한 나라은행 이사회에 책임 있는 지분을 지닌 젊은 세대가 영입된다는 것은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신임 박기서 나라뱅콥 이사장도 “젊은 이사의 영입을 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나라은행의 토마스 정 전 이사장이 지난 2005년 벤자민 홍 전 행장 보너스 부당 회계처리에 따른 파동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나라은행을 상대로 지난 2008년에 제기했던 피해보상 소송이 지난달 21일 기각돼 나라은행 이사회가 다음 방안에 대해 이 전 이사장의 방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A 수피리어법원의 칼 웨스트 판사는 정 전 이사장이 나라은행 지주사인 나라뱅콥과 이종문. 박기서. 백제선. 존박. 스캇 황. 김용환. 하워드 구드. 제임스 스테이스. 테리슈와코프 등 당시 이사진과 민 킴, 양 호 전 행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이유 없다”는 취지의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 2005년 터져 나온 홍 전 행장과의 ‘보너스 계약서’ 파동으로 이사장에서 사임해 피해를 입었다며 당시 이사회가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지키지 않았다면 은행의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250만 달러의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LA법원은 주장을 받아들일 이유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이사장 측은 항소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항소법원은 한국 제도와는 달리 1심 판결 과정에서 법 판단과 해석의 근본적 차이, 증거채택의 부실 등을 다루게 된다. 만약 항소할 경우 3명 판사 중 2명의 결정에 의해 재판을 다시 개시할 수 있다.

나라은행 이사회 측은 이번 소송기각에 대해 정 전 이사장과의 대화 창구를 다시 열어 정 전 이사장의 이사회 복귀를 제의하려는 의견과, 소송에 대한 법정 변상 요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대두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라은행의 한 소식통은 “이종문 전 이사장과 정 전 이사장이 은행의 최대 주주들인 만큼 서로 협의로 타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측이 무엇보다 은행의 합병 문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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