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U-6 불완전 고용 실업률이 17%를 넘어섰고 실질 실업률이 23%에 달하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주식, 채권, 곡물, 원자재, 귀금속등 대부분의 자산 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 번째 양적통화완화(Quantitative Easing #2, 또는 QE2)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막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S&P500 지수는 불과 6주 만에 12% 상승했다. 첨단 기술주들이 집약적으로 거래되는 나스닥지수는 애플과 구글의 강세에 힘입어 17%나 뛰어 올랐다. 이처럼 경제와 증시가 따로 놀고 있는 상황에는 과연 어떠한 배경이 깔려있을까.
지난 5월 6일, 주식시세가 15분 만에 600포인트 폭락한(플래시 크래쉬) 이후 일반 투자가들은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 이는 투자가들이 더 이상 미국 주식거래소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내막에는 전통적 투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뭔가 새로운 ‘괴물’이 증시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반증이며 전문가들을 두렵게 하고 있다.
예전처럼 투자자가 한 회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분석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거래가 대부분 초고속 슈퍼컴퓨터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닷컴(www.GyungJe.com) 제공>
2주 전 방송된 CBS의 ‘60 Minutes’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주식거래량 중 70%가 사람에 의한 거래가 아니라 대형은행의 계열사들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가동시키고 있는 슈퍼컴퓨터들에 의한 것이다.
슈퍼컴퓨터들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주식 또는 경제 분석가들보다 대부분 고도의 아이큐를 가진 수학 천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제는 증시를 예측하는 직업이 예전처럼 정치, 사회, 경제, 산업, 회사의 상황을 분석하는 예술적 행동이기에 전에 주식 거래용 컴퓨터들이 어떻게 프로그램 되어 있느냐를 연구하는 테크닉으로 전락한 셈이다.
퇴색한 주식거래
쉽게 말해 뉴욕 증시가 마치 큰손들이 합법적으로 즐기는 카지노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증시가 쉴새 없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지난 8월 말 발표됐던 QE2가 가져올 수학적 변화를 슈퍼컴퓨터 프로그램 공식에 입력시켜 수많은 컴퓨터들이 동시다발로 ‘매입’에 치우친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QE 정책은 연방은행이 찍어내는 달러로 시중에 돌고 있는 채권들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경제구조에 돈을 풀어 넣어주는 경기부양책을 가리키는 용어다. 제1차 QE가 2008년 12월 16일 선언된 이후 FRB는 그동안 1조 달러를 풀어 모기지와 연방 채권을 사들인 바 있다.
월스트리트는 QE2가 향후 11월 3일부터 실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미 QE2의 양적 사이즈가 QE1보다 2배에서 최대 3배가 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슈퍼컴퓨터 공식에 대입해 넣었을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돈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에 시달리게 될 중산층의 고충과는 관계없이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저변에 깔린 실질적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주식을 매매하는 컴퓨터들은 자산가격 상승에 편견을 가지도록 (upward bias)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것이 최근 지속된 주식강세를 설명해 주는 열쇠가 된다. “급한 불은 껐지만” 달러 흉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