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發 사정태풍, 박지원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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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 바야흐로 사정(事定)의 계절을 맞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숨고르기를 해왔던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 정치권과 기업을 겨냥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재계 쪽에서는 한화, 태광, C&그룹 등 굴지의 기업들이 수사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연관됐다는 정치인 실명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한명숙 전 총리 수사실패로 인해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이번 수사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사정 칼날은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에이스라 불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과와 2과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2과는 C&그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에이스 중 에이스’라 불리는 1과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1과도 조만간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다. 이럴 경우 1과의 수사는 정재계 인사들의 해외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은 몇개월 전부터 해외 검찰 및 국세청 등과 공모해 정치인들의 해외비자금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왔다. 그간 쌓아놓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의 또 다른 뇌관을 쫓아가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의 이번 기업 수사는 우연한 ‘덮치기’가 아니다.

서부지검에서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등을 수사할 때만 해도 별건으로 처리돼 사정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끝나갈 무렵 대검 중수부가 1년 6개월 만에 C&그룹 비자금 수사로 ‘몸풀기’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가 아니면 좀처럼 나서지 않는 대검 중수부의 성격상 이번 기업 수사는 정치권을 정면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이 이번 기업 수사를 대하는 태도는 결연하기까지 하다. ‘본때를 보여 주겠다’라는 분위기다. 철저한 기획과 준비로 ‘딱 떨어지는 것만 하겠다’라며 자신감에 차 있다. 마음먹고 하는 것이고 끝까지 간다는 것을 검찰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진도가 워낙 빨라 A기업은 이미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B기업은 사장이 검찰 소환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C&그룹 비자금 수사는 해외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 G20 기간 동안 수사를 하고 G20이 끝나면 굴지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에 빼돌린 비자금 수사를 할 것이라는 등의 시나리오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 내에선 이번 중수부 수사가 ‘워밍업’일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년 4개월 동안 쉬었던 중수부가 무뎌진 칼날을 갈기 위한 일환으로 C&그룹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때 ‘폐지론’까지 나올 정도로 수모를 당했던 중수부 입장에서 C&그룹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확실한 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C&과 관련된 첩보를 대거 입수하고 자체적으로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기업 떠는 이유는










또 다시 떠오르는 무기중개상 <조풍언>의 입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의 행적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해 7월 항소심에서 벌금 172억원과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여전히 LA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조씨가 최근 벌금 172억원 중 상당액을 납부하고 검찰과 모종의 딜을 통해 상고심과 관계없이 금년 내로 미국으로 들어오게 될 것으로 측근들은 예측하고 있지만 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씨가 그동안 벌금 172억을 납부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벌금을 납부할 경우 돈의 출처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조씨에 대한 행적이 이번 검찰 조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생활을 해 왔던 조 씨는 그 동안 대검 중수부와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번 수사에 일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 공로로 검찰이 출국금지조치를 해지할 것이라는 설이 정가 정가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호남에 모태를 두고 있는 C&그룹과 태광그룹 사이에  DJ정부의 유착관계, 박지원 의원 관계 등 DJ 정부에 존재했던 비리의 실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찰에 까발린 것으로 알려져 사실로 들러날 경우 검찰의 도덕성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조씨는 지난 2000년 검찰의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 참고인 기소중지 되었으나 해제된 것으로 오인, 지난 2008년 3월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체포되어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이 없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인 글로리 차이나 회사에 헐값으로 우회매각한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강제집행면탈(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허위 양도하여 채권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이어 7월 9일엔 재벌가 자제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추가 기소했다. 또한 추징금 301억 원을 확보하기 위해 조씨 소유의 국내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증권거래법 위반 같은 경우는 조씨도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변수였으나 대우그룹 구명로비와 같은 경우 철저히 조씨의 뜻대로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1월 22일 검찰이 15년형을 구형한 대우그룹 로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주가조작 및 강제집행면탈 혐의에 대해서만 공소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조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72억 원을 선고했다. 이러한 판결은 6월 17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검찰이 15년을 구형하면 법원이 관례상 구형량의 절반 정도는 선고하는데 조 씨의 경우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형량을 선고했다. 검찰로서는 ‘치욕’적인 결과였던 반면, 조씨로서는 ‘면죄부’를 얻은 셈이었다.


중수부가 공백 끝에 선보인 결과물이 대표적 호남기업 중 하나인 C&그룹과 태광그룹이라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임병석 회장은 호남 지역 정치인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광 이호진 회장 역시 호남 출신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중수부 수사가 ‘야권을 겨냥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민주당 유력 정치인 박지원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전북에 위치한 전주방송이 이호진 부자 소유로 야권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박지원 의원과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했다.

실제로 태광 계열사인 티브로이드는 전주 방송을 모태로 한빛 전주방송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현 이름을 갖게 됐다. 전주방송과 티브로이드 등이 이호진 일가 소유라는 점에서 SO업체인 동종 업종을 따로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문방위원실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대표적인 전주 방송이 이호진 일가의 소유라는 점은 곧 그 지역 유력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 사주와 이런저런 친분이 얽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16, 17대 문방위 소속 의원들과 호남 유력한 인사들과 연루됐을 공산이 높을 것으로 추측했다.

급기야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지난 10월21일 국감장에서 ‘태광 게이트의 몸통’은 박지원 원내대표’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가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는 동안 태광그룹이 케이블 TV 회사로 급성장했다”는 점을 들어 직격탄을 날렸다.

현 정부의 미운 오리새끼로 불리는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미움은 단순한 미운 털이 아닌 눈엣 가시같은 존재다.

특히 리틀 김대중으로 온갖 비리의 중심에 섰던 박지원 의원에 대한 압박성 수사의 칼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 원내대표실은 이런 의혹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불안에 떨고 잇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 측은 청와대의 밀양 라인을 거론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권도 안심할 분위기는 아니다.


이기택도 물망

일단 야권에선 태광 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핵심 인사로 지목되는 이호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70년대부터 태광 그룹의 자금관리를 사실상 총괄해온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상무가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누나로서 둘 사이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회장의 외삼촌이기도 한 이 부의장은 7선의 국회의원으로 신민당 국회의원을 시작해 신민당 부총재, 통일민주당 부총재, 민주당 대표(꼬마 민주당), 민주당 총재를 역임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전에 한나라당으로 탈당하면서 정치 인생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을 때 만해도 이 부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공동총재를 맡았고 ‘이기택 계보’를 가질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행사했다. 하지만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재차 한나라당을 탈당, 민국당을 창당하면서 정치 인생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정치적 재기는 다시 왔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중앙선대위에 들어가면서 민주평통 부의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다음 타자는 ‘SK’ 혹은 ‘웅진’


















그렇다면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은 어디일까. 우선 대형 건설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그룹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건설사는 ‘고려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한 시행사와 함께 수도권에서 대형 건축 사업을 벌였다.

이를 위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았으나, 미분양 사태에 부닥쳐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어 ‘여권의 유력 인사’에게 구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정 인사가 직접 나서서 정부 기관장과 접촉해 “(거액을 대출해준) 은행장에게 전화해서 대출금 상환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는 등의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SK그룹 계열 건설사와 한 시행사가 대형 사업권을 따내는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대출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여권 인사’가  개입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내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역시 검찰이 주목하는 대기업들 가운데 하나이다. 웅진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에 벤처 기업을 여럿 설립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 벤처 기업들은 유령 회사인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별도로 사람들을 고용한 흔적이 없고, 특별한 사업 실적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웅진그룹은 몇몇 해외 벤처 회사들을 손실 처리하면서 문을 닫았다. 다시 말해,  웅진그룹 오너가 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유령 회사를 차렸다가 손실 처리하면서 거액의 투자금이 ‘공중’으로 사라졌고 그 투자금은 웅진그룹 오너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해외에 설립한 벤처 기업들로부터 매출을 거의 올리지 못했으며, 장부상 기록되어 있는 매출도 사실상 해외의 통관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꾸민 가짜 매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웅진그룹이 해외 벤처 기업 설립이라는 명목으로 나랏돈까지 가져다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웅진과 같은 경우 특별히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수사 대상이 해외 비자금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년 간 해외 사정 기관과 공조 외국으로 새어나간 검은 돈과 관련한 자료를 상당 부분 모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민의 정부 시절, 해외로 빠져나간 비자금 규모 파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재미교포 무기 중개상 조풍언씨가 입을 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현재까지 벌어지는 검찰 수사는 워밍업이며 더 큰 대어는 앞으로 있을 해외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여의도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검찰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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