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이끄는 오바마 정권이 예상대로 눈물을 흘렸다. 공화당이 지난 2일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격파해 연방 하원을 장악해 미국의 정치 판도가 다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공화당 존 베이너 의원(오하이오주)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은 현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며 “유권자들은 오바마 정권의 비대한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은 2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절대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해 4년 만에 다수당 자리를 탈환했다. 따라서 하원의 중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공화당이 맡게 된다. 공화당은 비록 상원을 장악하지는 못했으나 4표 차이로 의석 수를 줄였다. 따라서 공화당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내준지 4년 만에 다시 하원을 장악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편 이처럼 공화당이 4년 만에 다시 하원을 장악한 것은 한국과의 FTA 협정 비준에 밝은 신호가 되고 있다. 또한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김정일 정권의 말기를 재촉하는 의회 분위기를 몰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성 진 취재부기자> |
내년 새 의회 회기부터 하원의장에 선출될 존 베이너 의원. 그는 평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 체결한 FTA를 즉각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그의 리더십 아래서 하원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이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로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일 바로 전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오는 11∼12일 개최되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합의를 이루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이뤄진 통화에서 한미 FTA와 관련, 향후 세계 자유무역주의를 촉진하고 한미 동맹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모범적으로 한미 FTA가 체결돼야 하고 G20 정상회의 전에 (FTA 체결을) 합의하는데 노력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이 대통령과 한국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압승” 민주당“참패”
지난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해 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은 하원에서 참패하고 상원에서 가까스로 다수당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이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2년 전 높은 투표율로 오바마를 지지했던 젊은 층이나 소수계층을 이루고 있는 히스패닉, 흑인 등의 투표율이 지난 대선 때에 비해 부쩍 낮아진 점도 민주당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정치분석가들의 평가다. 또한 현직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이 대부분 패배하는 역사를 되풀이해왔다는 데에서 이미 이번 민주당의 참패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이렇듯 20세기가 들어선 이후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에서 승리한 사례는 딱 두 차례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미국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권력 독점을 원치 않아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집권당인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민심의 표를 통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과거 부시 행정부 때인 지난 2006년 선거 때처럼 이라크 전쟁 등과 같은 외교정책은 이슈로 부상하지도 않았고, 경기침체와 고실업, 정부재정 등 경제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문제는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고, 오바마 스타일 개혁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표출된 결과이다. 따라서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충분한 중간평가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수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조그비는 “예산, 세금, 환경, 사회보장, 경제 문제 등 구체적 이슈에서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8천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나 건강보험개혁 입법은 유권자들에게 ‘당파적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면서 외면을 받았다. 이번 선거는 경제상황에 대한 여론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 들어 워싱턴 중앙정치무대에서 양당의 당파적 투쟁이 격화된데다, 공화당의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인 ‘티파티(tea party)’ 영향력이 위력을 발휘한 것도 공화당 승리의 관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마바 정책개혁은 실패했다
미국의 정치 1번지를 대변하는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미국 유권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원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부분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오바마 정권에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실업률이 높아졌음을 유권자들이 인식해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Fox 뉴스는 선거결과 보도에서 “공화당이 의회에서 민주당을 퇴출(evict) 시켰다”고 제목을 달았다. 이미 이번 선거 결과는 공화당이 하원을 다시 장악할 것이란 징조가 많은 여론조사에서 예견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미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되어 왔으며, 또한 중간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고 평가되어 왔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에 대한 심판으로 유권자들이 외면해 2012년 그의 재선 가도의 향방에 새로운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새 의회에서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일리아나 로스-레티넌 의원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좀 더 강경한 대응을 하도록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미 FTA 비준문제도 새로운 공화당 지도부가 조기 타결을 오바마 행정부에게 알력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한미 간에는 한국에 대한 더 많은 무기 판매나 미사일방어 논의 등 안보문제와 관련한 더욱 긴밀한 조율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은 현재의 동맹기류가 더욱 촉진될 것 같다. 한미관계는 큰 기조에서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공화당이 하원에서 압승을 했기에 전통적인 한미동맹 강화가 전망되고, 대북강경 기조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중간선거 결과를 분석한 미 정치분석가들의 평가다.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FPIP) 소장은 중간선거 결과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회는 전통적으로 핵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북 협상이 타결되고 오마바 행정부가 적절한 돈을 보상 패키지로 북한에 줘야 한다면 공화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실장은 중간선거 결과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당장 변화시키도록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리처드 부시 실장은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정부가 자동차 문제를 해소한다면 더욱 빨라 질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FTA 비준은 내년에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공화당 의원들이 비록 의회를 장악하드라도 당장 실현될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다. 이번 중간선거는 유권자들이 경제정책에 대한 집권당에 대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유권자들은 한미 FTA를 경제위기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 자동차업계에 불리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기에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완화하려 할 때 좀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문제에 대한 북한의 해명 등의 조치가 없어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오바마 정부가 이런 변화를 검토한다면 공화당 다수의 의회가 이를 쉽게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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