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커뮤니티 최대은행으로 오랜 기간 군림했던 한미은행의 위상이 시름시름 지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윌셔-나라-중앙 등 다른 상장 한인은행들의 2배 가까운 덩치를 자랑하던 그 위용도, 자산고 40억 달러를 넘어서며 이른바 ‘리저널 뱅크’에 가장 근접했던 옛 영예도 다 내려놓은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불과 1억 4천만 달러 수준으로 4대 상장 한인은행 가운데 최하위로 전락했고, 자산고 또한 30억 달러가 붕괴돼 3위권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은행은 지분의 51%를 한국계 우리금융지주 사로 넘기는 경영권 인수계약 종료시한이 오는 15일로 다가왔는데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미은행의 최고위 집행부가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한국계 자본, 즉 우리금융의 투자유치 결정이 자칫 최대 패착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 한미은행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대주주 이사진들의 내분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행장 인선을 비롯해 사사건건 다툼이 노출됐던 이사진들의 전횡은 금융 감독국의 제재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고 살아남은 현 이사진 집행부의 은행매각 결정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은행 이사진은 오랜 관행(?) 탓인지 상장회사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기업의 호재이거나 혹은 악재를 불문하지 않고 고급정보를 스스로 외부에 흘리고 다니는 우를 여러 차례 범했다.
그런데 결국 현 시점에서의 큰 문제는 인수계약 종료시한을 앞두고 흘러나오는 암울한 전망이라 할 수 있다. 주체인수인 우리금융 측의 민영화 작업이 한국 경제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사실상 조그마한 협상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은행 인수전’은 왠지 한발 물러서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금융으로의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뛰어든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한미은행 살리기’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인가. 한번쯤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현재 한인 금융가에선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 등 또 다른 차선책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 우리금융과의 계약 종료시한을 앞두고 불거져 나오는 투자자들의 보험성 시나리오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한미호의 미래가 한국계 자본투입에 의해 회생되고 주인이 뒤바뀐다면, 대주주 이사진들에 의해 30여 년 가까이 누려온 한인 커뮤니티 최대은행이라는 어색한 타이틀은 곧 어울리지 않는 치장이 될 성 싶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