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새 주인, 우리금융 가고 하나금융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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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undayjournalusa

우리금융그룹의 한미은행 인수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15일로 매각계약종료 기간이 다가왔으나 금융감독원 측은 최근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은 C&그룹 특혜 대출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선데이저널>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없다하더라도 가뜩이나 인허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금감원은 이번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한미은행 인수 작업은 사실상 스톱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미 지난 주 기사를 통해 보도했던 것처럼 한미은행에 투자했던 한인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에다 최근 우리금융에 대한 한국 검찰의 수사까지 맞물려 한미은행의 매각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미국 금융시장 진출을 꿈꿔왔던 하나은행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몇 해 전부터 미국의 한인은행을 인수하려 했으나 하나금융 대주주 가운데 중동계 펀드인 테마섹이 있어서 미 금융당국이 승인을 거절해왔다. 그러나 최근 테마섹이 주주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돼 하나금융의 미국 시장 진출 길이 열린 것이다.

기로에 선 한미은행 매각 작업의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선데이저널>기자와의 통화해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매각 작업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은행은 C&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이다. C&그룹이 사세를 확장하거나 연명하는 데 우리은행이 불법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검찰은 우리은행이 C&그룹에 지원한 2200억 원대의 대출이 박해춘(62·용산역세권개발 대표) 씨와 동생 박택춘(60) 씨가 각각 은행장과 C&중공업 사장으로 재직하던 15개월 사이에 대부분 이뤄진 점에 착안해 대출 경위 파악에 주력했고, 박 전 은행장이 C&그룹에 대한 불법 대출을 묵인한 사실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3월 사이 C&구조조정 유한회사와 C&중공업에 ‘유효담보가액’을 뻥튀기하는 수법으로 대출한도를 초과해 불법대출을 일삼았다.

C&구조조정 유한회사는 2007년 11월 우리은행에 765억 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C&그룹 계열사 4곳의 주식가격을 63%, 48%, 41% 등 은행법보다 높게 산정해 유효담보가액을 639억 원으로 책정한 뒤 625억 원을 대출해줬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은행법에는 주식회사의 발행주식에 대해 그 가격의 ‘100분의 20’(20%)을 초과해 담보를 설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는 곧 그 이상 대출하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이런 규정을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2177억 원을 대출받은 C&중공업도 2008년 3월 이 같은 편법으로 100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C&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일 임병석 그룹 회장의 비서였던 김모씨로부터 “임 회장이 기업 M&A(인수·합병) 등을 할 때 여러 차례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에게 자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날 검찰에서 “박 전 행장은 상당기간 전부터 금융권과 C&그룹의 중간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또 “임 회장 측에서 박 전 행장에게 상당한 액수의 상품권을 줬고,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모피도 선물로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들 이탈 가속화

우리은행이 검찰 수사로 인해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한미은행 인수 작업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은행 입장에서는 악재가 겹치고 있는 셈이다.

본지가 이미 지난 주 보도했던 것처럼 현재 한미은행의 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월 우리금융의 한미은행의 인수약정이 전격 체결됐을 때만해도 우리금융의 한미 경영권 인수는 이미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였다.

더욱이 이 같은 인수계약 소식에 미주 한인 투자자들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지난 7월 한미의 증자과정에 과감히 투자금을 투입했다. 줄잡아 1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증자액 80% 이상은 한인들의 투자금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설이 불거지며 한때 2달러에서 4달러를 웃도는 롤러코스트 폭등세를 연출했던 한미의 주가추이를 뒤돌아봤을 때, 1주당 1달러 20센트란 가격은 기존 주주뿐 아니라 신규투자자, 그리고 우리금융 측 모두에게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말, 갑작스레 양측의 인수계약 종료기한이 9월말로 한차례 연기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물론 다행히 지난 8월 DFI의 인수승인 호재가 전해지며 또 다시 양측의 인수협상은 9부 능선을 넘어서는 듯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지난 9월말 또 한 차례 11월 15일까지 경영권 매각 종료기한이 연기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서서히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일례로 한미의 지난 증자과정에 200만 달러 가까이 투자했던 한인 재력가는 한미은행의 주가가 우리금융이 약정한 인수가인 1달러 20센트 아래로 떨어지는 등 우리금융 인수전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속칭 ‘손을 털고’ 나온 상태다.

로 앤 램버트 그린뮤추얼 노찬도 투자분석가는 “그간 한미은행의 주가를 지탱해온 것은 1달러 20센트라는 의미 있는 지지선이었다”며 “그러나 1달러 20센트가 붕괴됐다는 것은 어떤 뉴스가 나오느냐에 따라 상하 어느 쪽으로든 큰 변동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악재가 나올 경우 큰 실망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금융 움직임 주목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가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하나금융지주가 그 대안으로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그 동안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으나 번번히 무산되어 왔다.

2008년 초에는 하나은행이 미국 내 한인은행이었던 ‘커먼웰스 비즈니스’ 뱅크(행장 최운화)에 지배구조로 전체 주식의 70%인 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해 MOU까지 체결하고 FRB에 승인 신청을 냈으나 하나은행의 10%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국부은행인 ‘테마섹’의 투자회사 중 알카에다 자금으로 의심되는 회사의 재정을 공개하지 못해 무산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지난 달 21일 테마섹은 보유하고 있던 하나금융지주의 지분(9.62%)을 전량 매각했다. 외신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테마섹의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는 하나금융 주식 2038만주를 이날 주당 3만4300~3만5550원에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는 이날 종가(3만5550원)보다 최대 3.5% 할인된 가격이다. 테마섹은 2004년 하나은행에 투자를 시작해, 2005년 하나금융지주 설립 이후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당장 하나은행의 대주주가 빠져나가며 주가가 폭락하는 등 어려워지고 있지만 미국 시장 진출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만간 하나은행과 한미은행 간의 구체적인 접촉이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주인없는 배처럼 떠돌아 다니는 한미은행이 과연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 지 한인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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