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한미은행 인수전 “사실상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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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과 한미파이낸셜 노광길 이사장(오른쪽).

한미은행에 대한 우리금융의 인수전이 사실상 불발탄으로 끝날 가능성이 노출되고 있다.

16일 한미은행의 지주회사인 한미파이낸셜 코퍼레이션은 “우리금융으로부터 지난 5월 25일 계약하고 9월 30일자로 연장한 주식인수계약서의 독점조항(Exclusivity Provision)을 11월 15일자로 해제(waive)하는 것으로 통보 받았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에 따라 한미은행은 필요에 따라 우리금융 이외의 잠재 투자자와 주식인수 거래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는 결국 우리금융 측의 인수전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한미 측이 다른 투자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으로 큰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한미 측은 지난 15일까지로 약정됐던 한미와 우리금융간 주식인수계약은 계속 유효하며, 양측은 일부 내용의 조정을 협상 중이나, 세부 내용 및 합의도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다소의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그러나 한인 은행가에서는 차일피일 미뤄왔던 인수계약이 결국 깨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본지가 지난 제759-760호를 통해 기사화한 대로 한국 금융감독원의 인허가 작업이 지연된 데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지난 8월 가주 DFI의 인수 승인 이후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었음에도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한국 금감원의 허가를 받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 또한 그리 밝지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써 약 2년여 넘게 기다려왔던 한미은행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한인 커뮤니티 경제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지난 7월 마무리된 한미은행의 1차 증자과정(1억 2천만 달러)에 투자한 미주 한인들의 자금의 향배 또한 한마디로 미궁 속에 빠져들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은행에 대한 투자열기는 한인 커뮤니티 대표은행을 살리자는 취지도 더해졌고, 우리금융으로의 피인수라는 호재를 발판으로 안전 투자처로서 매력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우리금융 측의 경영권 계약 종료시한이 지켜지지 않았고, 독점적 인수조항이 배제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혼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한미은행의 이준형 이사가 지난 4일 자신 지분의 10% 선인 28만 6,830주를 매각해 눈길을 끈다. 더군다나 매도가는 1달러 17센트로 이른바 ‘손절 가격’이라 할 수 있어 구설수 대상에 오르고 있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지난 15일로 예정된 한미은행(행장 유재승)과 우리금융간의 경영권 인수종료 시한이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16일 한미은행의 지주회사인 한미파이낸셜 측은 8-K 보고서를 제출하고 “우리금융 측이 한미은행에 대한 인수계약 독점조항을 해제하는 것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전문에 언급한대로 한미 신주인수권에 대해 향후 우리금융 외에도 다른 잠재 투자자와의 거래선이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나,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금융과의 딜이 사실상 깨졌다는 역 해석이 가능한 상태다.

이를 놓고 한인 금융가에서는 한미은행과 우리금융간의 빅딜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으로 번지고 있다.

또한 한미은행의 향후 행보가 당초 예상과 달리 딴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한인 금융가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자칫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시나리오에 대한 부담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은행 측은 지난 7월 종료된 1차 증자를 통해 긴급 수혈자금인 1억 2천만 달러를 수혈한 상태라 여유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지난 3분기 기준 한미은행의 토탈 리스크 자본비율이 12% 가까이까지 크게 개선된 상태로 웰 캐피탈라이즈 뱅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지속되어온 적자폭으로 자본잠식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이번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된 대로 월가의 예상치를 뛰어넘어 다소 개선된 성적표로 향후 미래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한미호의 미래는 과연?


그렇다면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한미은행의 최종 인수전 시나리오는 무엇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궁 속으로 빠져들긴 했으나 과연 예정대로 한국계 자본상륙에 의한 우리금융의 미주 진출성공이 이뤄질 것이냐.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인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은행 측은 “아직 우리금융과의 딜이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 우리금융과의 딜이 깨진다 한들 그 뒤로도 투자할 그룹이라든지 대안은 줄을 섰다고 보면 될 정도로 희망적이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한인 금융권에서는 한미은행이 더 이상 한국 자본에 의한 회생이 아닌 제2-3의 차선책 전환모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차선책으로의 전환 “시급”


물론 한미은행의 미래는 현 상황에서 봤을 때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우리금융 품에 안기는 것이 연착륙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한국 금감원의 인허가 작업이 지연되는 것에서 보여지듯 우리금융으로의 피인수는 그리 순탄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국 경제계의 최대이슈이기도 한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이 이뤄진 다음에야 비교적 작은 규모의 딜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은행 인수 건이 어떤 식으로든 처리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걸어 볼만 하다.

만약 한국계 자본의 미주상륙에 의한 시나리오가 아직 유효하다는 관점에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로서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약 2-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해 보인다.

우리금융이 해외펀드와 우리사주 등의 힘으로 자립갱생의 길을 걷게 된 뒤 한미호의 인수를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아니면 우리금융의 강력한 인수주체로 떠오른 하나금융이 연장선상에서 인수전을 다시 전개하는 방안 등으로 나뉘어볼 수 있겠다.

일단 우리금융이 되었건 하나금융이 주체가 되었건 간에 한국 자본의 미주진출 시나리오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금융 스스로 민영화에 성공하면 예정대로 한미은행 인수전을 마무리질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하나금융으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 딜은 연장선상으로 처리될 전망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하나금융 또한 과거 구 아이비 은행 인수를 추진한 것을 비롯해 커먼웰스은행(행장 최운화)과의 지분인수 계약이 막판까지 성사됐다가 깨지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그만큼 하나금융 또한 미주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지주사의 김승유 회장은 여러 차례 LA 방문을 통해 로컬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미주진출을 아직까지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큰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제는 한미은행 이사진이 우리금융만을 바라볼게 아니라 로컬 재력가라든지 중앙-윌셔-나라 등 이미 탄알을 장전해놓고 기다리는 다른 상장은행과의 합병을 모색할 때가 아닌가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빅딜성사를 위해서는 기존 한미 대주주를 비롯한 주주들의 양보심과 함께 한미를 인수하려는 측 또한 최대한의 예의를 지켜가며 빅딜 성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인 커뮤니티 은행계의 한 원로인사는 “한인은행 대주주 이사진들이 이제는 변화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마치 은행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접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상장은행간의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주가 부양책 등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다. 개개인의 이사진 진입 등의 영예라든지 실익계산을 너무 따지는 현재 분위기라면 한인은행간의 합병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미은행은 한인 커뮤니티의 맏형이자 오랜 리딩뱅크로서 한인은행들간의 인수 합병전에서 늘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구 PUB 은행 인수합병을 통해 크게 덩치를 키웠고, 다른 상장은행과의 격차를 벌이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구 PUB 인수에 따른 후유증을 적잖이 겪어야 했고, 오히려 현 상황은 인수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고나 할까. 마치 구 PUB 인수가 한미은행에게는 독이 묻은 부메랑 으로써 큰 실책이자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 한미은행 이준형 이사가 제출한 SEC 폼 4 양식을 보면 지난 4일자로 보유주식 가운데 28만
6,830주를 1달러 17센트에 매각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0 Sundayjournalusa

이러한 가운데 한미은행 이준형 이사가 지난 1차 증자가격과 우리금융의 인수 약정가인 1달러 20센트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 눈길을 끈다.

이준형 이사는 지난 4일 28만 6,830주를 1달러 17센트에 매각해 약 33만 5천 달러의 자금을 현금화했다. 하지만 주식을 매도한 시기가 가뜩이나 ‘우리금융과의 인수계약 종료기한 연장’을 놓고 암울한 전망의 뉴스가 쏟아졌던 때라 괜한 오해를 불러 사고 있는 것.

더욱이 한미은행의 이사장까지 역임한 이준형 이사가 책임의식이 고취돼야 할 시기에 장부가에 근접한 헐값에 자신의 지분 10%를 매각한 사실은 두고두고 구설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참고로 한미은행의 지난 3분기 결산기준 주당 장부가치는 1달러 14센트다. 이 같은 장부가는 1년전 3달러 65센트와 비교했을 때 거의 1/3 수준으로 동강난 상태다.

리딩투자증권의 ‘먹튀(?)’


한편 현재 한미은행 인수전의 숨겨진 쟁점은 과연 중간 투자자를 자처했던 리딩투자증권의 ‘치고 빠지기’에 대한 감시책은 있었느냐는 문제다.

처음부터 리딩투자증권은 단기 투자자로서 우리금융을 끌어들일 실리적 계산을 앞세웠고, 이가 여의치 않자 주체만 살짝 바꿔 사모펀드인 IWL을 내세워 빅딜을 성사시키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고 나서는 정작 이런 저런 핑계를 삼아 리딩투자증권이 1차로 참여했던 투자액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교묘한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또한 몇 가지 수상쩍은 투자패턴에도 의문이 가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증권가에서도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었던 리딩투자증권 박대혁 부회장의 과거 거래패턴을 지켜봤을 때 ‘우리금융 인수전’은 충분히 계산된 시나리오에 의한 한편의 쇼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렇듯 뒤늦게 뒤돌아보면 리딩투자증권의 투자로 시작된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전. 결국 그 끝은 도대체 어디로 치닫고 있는지 이래저래 한인 금융가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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