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오바마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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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참패와 아시아 순방외교 실패라는 ‘원투 펀치’를 맞고 14일 워싱턴으로 돌아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야당인 공화당의 공세는 물론 우군인 민주당 내부로부터도 ‘희생’을 요구받으며 결단의 시간을 맞고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패트릭 캐들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참모를 지낸 더글러스 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오바마에게 “연임을 포기하고 당파를 초월한 국정 운영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을 살리는 일에 전념하라”고 조언했다.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버리고 당과 미국을 위해 희생하라는 주문이다.
<데이빗 리 취재부 객원기자>



이들은 카터,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정통 민주당 인사들이다. 이들이 기고문에서 ‘깊은 생각 끝에 나온 진지한 조언’이라며 재선 포기라는 주문을 한 것은 오바마에게 충격적이다. 민주당과 미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구 민주당 인사들의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바마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미래를 계산하며 국정을 운영할 경우 민주당의 재집권은 물론 미국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민주당이 살기 위해서는 오바마의 연임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또 국민들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를 한 것은 ‘공화당의 비전’을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바마가 무조건 공화당과 타협하고 중도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담겨 있다.


정치적 미래 결정

출범 당시와 완전히 달라진 국내정치 지형 속에서 오바마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할지 생각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15일부터 시작된 의회 ‘레임덕 세션’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 세션은 새로운 의회가 출범하기 전에 열리는 현 의회의 마지막 회기다. 의회 권력을 상실한 민주당은 다음 회기에서 처리하기 불가능한 법안을 해결하기 원한다. 반면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요구라는 점을 들어 오바마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오바마의 결정에 따라 의회 정치가 상생·협력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의 연장 여부다. 오바마와 민주당 지도부는 올해 말로 만료되는 감세조치를 연간 개인 소득 20만달러 또는 부부 합산 25만 달러 이하 소득계층에 한해서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모든 계층에 대한 일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과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4일 NBC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액설로드 고문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감안하면 부유층에 대해서까지 감세를 연장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탈출해서 세금 인상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 감세 혜택은 일괄적으로 연장돼야 한다”고 맞섰다.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비준 문제도 격돌이 예상된다. 비준을 서두르는 민주당에 맞서 공화당은 미사일방어(MD)체제 약화를 우려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양측이 레임덕 세션에서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지, 또는 타협을 모색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 문제들에 대한 접근법과 처리방식에 따라 중간선거 이후 정국 구도와 오바마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방식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변화 요구 부응

일단 오바마는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키겠다는 방침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며 변화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취임 후 지난 2년간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단기적 과제에 집중하는 바람에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최악의 위기는 좀 벗어난 만큼 좀 더 초당적인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하도록 노력을 배가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15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로에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기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새로운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최선의 판단에 근거해 정책을 올바르게 추진하는 노력에 나의 취임 후 첫 2년을 썼다”면서 “그런 정책에 대한 과도한 집중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크게 중요한 일부 일들을 등한시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초당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일과 자신이 내린 정책 결정이 국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토론될 수 있도록 하는 일 등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왜 그렇게 했는지를 워싱턴 밖으로 나가 국민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이런 기본적 원칙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나의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며서 “여전히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우리가 위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내가 그렇게 할 여유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이런 언급은 중간선거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공화당과 `상생.협력의 정치’를 펴나가겠다는 임기 후반의 국정운영 기조를 제시한데 이은 것으로, 일종의 자기 반성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이날 미국 국민은 정국의 교착상태를 바라고 표를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공화당도 단지 반대만 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건설적으로 개입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공화당의 협조도 촉구했다.




부시와 비슷한 길

오바마의 위기 탈출 노력에도 불가하고 그의 재선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에서 어렵게 승리했던 보수 성향 주인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가면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들 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왔으나 2008년 대선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경합 끝에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눌렀다.
또한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두자릿수 이상 승리를 거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에서 공화당이 승리를 거뒀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중서부에서도 민주당은 공화당에 대패했다.
러스트 벨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 전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주들로,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등을 돌렸다.
이 같은 지역별 선거 결과는 민주당 후보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했던 2000, 2004년 대선 구도와 흡사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당시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존 케리 후보는 플로리다 등 경합주에서 부시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해 대통령직을 공화당에게 내줬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간선거는 2년 뒤에 다가오는 대선의 풍향계로 인식된다”면서 “만약 오바마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했던 주에서만 우위를 보인다면 재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성향인 젊은 층 투표율이 저조하고 공화당 성향인 고령층 투표율이 높았던 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율도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낮았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백악관, 한ㆍ미 FTA 빈손으로 온 오바마 감싸기 ‘진땀’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엄호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서울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미해결 쟁점을 타결짓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후유증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14일 NBC방송에 출연해 중간선거 패배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무대 위상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 미 FTA 타결 실패에 대해 “여러분은 한국에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해 싸우는 미국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합의 실패가 미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것이다. 액설로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른 협정 내용이 미 자동차업계에도 충분하지 않았고,쇠고기 분야에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의 켄트 콘래드 상원 예산위원장도 ABC방송에 나와 “대통령이 그렇게 한 것은 약함보다는 강함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통령은 나쁜 합의를 거부했다”고 오바마 옹호에 나섰다.
콘래드 위원장은 “한국은 자신들이 한 과거의 약속을 피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동원한다”고 엉뚱한 주장도 했다. 그는 “동맹국 일부에도 공정한 무역을 요구하는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있는 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 · 미 FTA 불발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외교 좌절,실패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런 비판에 대해 백악관이 ‘피해관리 모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수주 안에 재협상을 갖고 타결짓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 양보해 절충점을 찾거나,미국이 한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반대로 미국이 양보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 시장과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는 민주당과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WSJ는 “한국인들은 밀면 밀리는 협상 상대(pushover)가 아니다”며 한국이 양보할 경우 미국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국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어 미국과의 FTA가 절박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분석했다.
FTA에 찬성하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해 한 · 미 FTA 비준이 보다 유리해지긴 했지만 보수주의 유권자단체인 ‘티파티’의 FTA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변호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자유무역 드라이브가 티파티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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