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우리금융 인수 무산대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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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한미은행 본점 9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오른쪽)
과 노광길 이사장이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2010 Sundayjournalusa

한미은행에 대한 우리금융의 경영권 인수가 어떤 식으로든 올 연말 안에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은행(행장 유재승)의 지주회사인 한미 파이낸셜(이사장 노광길)은 지난달 30일 장마감후 8-K 보고서를 제출하고 “우리금융과의 경영권 인수계약 2차 조건변경에 합의했다. 이로써 유효기간은 지난 11월 15일에서 12월 31일로 연장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측은 이날 공시자료 제출과 함께 본점 9층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 여러 가지 정황상 갖가지 해석을 불러일으킬 미묘(?)한 소지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우선 명목상으로는 한미은행과 우리금융과의 경영권 인수계약이 또 한차례 연장되는데 합의를 이뤘으나, 왠지 모양새는 양쪽 모두 결별수순을 밟는 인상이 짙어 보인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이 같은 이유는 한미와 우리금융 양측이 이른바 ‘독점인수 조항’과 ‘페널티 조항’을 삭제하는데 합의하는 등 언제든지 갈라서기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8-K 보고서를 통해 수정된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인수계약 유효기간을 12월 31일로 연장하는 안, 둘째 한미가 향후 주당 1달러 20센트 이하의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우리금융 지분이 당초 계약 51%에서 40% 이하로 감소할 경우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안, 셋째로 한미 측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전체금액의 5%, 약 1,050만 달러의 페널티 위약금을 우리금융 측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 등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2010 Sundayjournalusa

한미은행과 우리금융간의 경영권 인수계약이 올 연말 12월 31일까지 또 한차례 연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과 노광길 이사장 등 고위 임원진의 의중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노광길 이사장은 “우리금융과의 계약기간을 올 연말까지 연장하고 양측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투자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측은 독자적 추가증자에 나서는 방안마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광길 이사장은 “오늘 현재도 일부 투자자들이 펜트하우스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등 활발하게 제2-3의 투자자들과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시사해 우리와의 딜이 깨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추가증자 가능성 발언 진실여부


지난달 30일 장마감 직후 8-K 보고서를 제출한 한미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추가증자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보고서 제출 이후 한미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 평소 한미은행 본점 펜트하우스 회의실이 아닌 9층에서 개최됐다. 물론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과 노광길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주도한 것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한미은행 브라이언 조 CFO를 비롯해 IR팀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두 고위 임원진의 발언수위를 수시로 체크하는 등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미 측이 향후 우리금융이 아닌 제3자와의 추가증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추가증자 가능성은 처음 공식 제기된 것으로 노광길 이사장은 “현재도 펜트하우스에서 투자의향을 묻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며 우리금융 외에 제2-3의 투자자들과의 증자논의 가능성을 흘렸다.

하지만 이 같은 노 이사장의 발언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우리금융과의 계약연장 기한이 1달여가 남아있는 시점에 너무 발 빠른 ‘말 갈아타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 이사장은 “1억 달러 규모의 추가 신규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우리금융 측의 지분이 40% 이하로 떨어지게 돼 한미 측이 먼저 딜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며 “게다가 이번 계약수정을 통해 한미 측이 우리금융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 문제도 해소된 상태다”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1달러 20센트 약정가에 2억 1천만 달러규모(1억 7,500만주)의 투자계약을 맺고 있는 우리금융을 배제시킬 수 있는 일부 투자자들의 등장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벌써 뉴욕 증권가의 일부 헤지펀드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로컬 한인 재력가들 또한 호시탐탐 한미호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 측의 페널티 조항 제거에 따라 최소 50센트에서 75센트 가격으로 2억 주 이상의 신주를 발행할 경우 우리금융의 투자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장합의 이면에 숨은 뜻은?


이런 가운데 이미 본지가 지난 제762호를 통해 기사화한 대로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전 지연배경은 다름 아닌 우리금융의 손자회사인 우리아메리카 은행에 대한 FDIC의 감사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이 같은 우리아메리카에 대한 감사로 인해 우리금융 측은 FRB에 한미은행 인수에 대한 승인 보류신청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이와 관련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곧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고 이 같은 민영화는 한미 인수전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금융그룹의 이팔성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세계화 전략에 있어 ‘한미은행 인수’가 갖는 위상을 주목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올 연말까지 연장시한을 확보한 한미와 우리금융간의 경영권 인수계약.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희미한 안개형국으로 빠져든 가운데 그 키를 쥐고 있는 한미호의 선택이 무엇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한미은행이 앞서 2년여 넘게 추진해 온 한국계 자본유입에 의한 ‘우리금융의 미주진출 교두보’가 될지 아니면 로컬 투자자 혹은 뉴욕 증권가 헤지펀드와의 새로운 밀월관계를 형성할지 이래저래 한미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그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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