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 <서승룡> 대표 인터뷰 “NH무역, 동포업자에 정가공급, 美 업자엔 덤핑”

-가보에서 수입 판매한 한국산 신고배가 뉴욕에서 현재 선적 거부된 채 대기 중인 상태라고 들었다. 어떤 상황인가.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업체는 신고배의 현재 시세인 약 15달러 선에 매매계약을 맺고 한국산 신고배를 선적 길에 올렸다. 그런데 선적이 되고 난 며칠 후 거래업체인 오펜하이머와 썬리버로부터 선적을 거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고가로 자신들을 속였다’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주류 유통업체들은 어떤 내용이 불만사항이었는가.
“간단히 말해 11달러 선에 판매하는 업체가 엄연히 있는데, 우리 쪽에서 15달러 가격에 판매했으니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내막을 잘 살펴보면 무슨 연유에서인지 6컨테이너 분량의 덤핑판매 분이 툭 튀어나와 시장 물을 흐렸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다.” -어려운 제보를 결심하게 되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사실 오랜 기간 한국산 농산품을 취급하면서 안정적이지 못한 수매가가 늘 불만이었다. 비단 이번 사례는 언젠가 한번 크게 터질 뻔한 예고된 사태로 우리업체뿐 아니라 피해사례가 늘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유관기관이 개입돼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한국산 농산품이 이렇듯 미주지역에서 마구잡이 덤핑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어서 시정해달라는 의미로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 |
이와 관련 서 대표는 지난 1984년부터 한국산 배를 취급해왔지만 이번과 같은 덤핑 판매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가격대는 가보 측이 확보한 물량과 거의 4달러, 25% 이상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한마디로 의도적인 ‘덤핑’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배라는 한 품목을 놓고 저가에 덤핑판매를 시도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이는 실적위주에 사로잡혀 (한국 정부 차원의)지원금 등의 보상이 이뤄진다거나 혹은 손실처리를 통한 원가보존이 뒷받침돼 있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개탄했다.
현재 뉴욕지역에서는 이 같은 도매가로 한국산 신고배 가격이 새롭게 형성돼 미주 지역에 유통되고 있다. 이를 다시 해석 한다면 누군가는 시세보다 더 비싼 가격에 똑같은 품질의 배를 사먹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현재 LA의 경우 농수산물유통공사, 농협중앙회 등의 지원금 등 독려정책에 힘입어 한인마켓에서 노마진 세일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 가격대가 현재 15.99달러로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에 취재팀이 시온마켓, 가주마켓, 아씨마켓, 한남체인, 한국마켓 등의 신고배 가격대를 확인한 결과 별반 차이 없이 비슷한 가격대에 물량을 들여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미 배 수출업체의 문제점
올해 한국의 배 수확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으로 수출물량이 그리 풍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형성되고 있는 수출용 한국산 신고배의 가격은 5킬로그램 1BOX 기준 15.99달러가 적정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산 배의 수출과정과 가격결정은 평택, 안양, 안산, 나주, 곡성, 상주, 울산, 천안, 논산 등 원예단지에서 재배된 배를 농산물수출협의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러한 통제시스템으로 구축된 가격산정 과정에서 덤핑 제품이 툭 튀어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긍이 되지 않는다.
가보의 항의와 관련 한국에서는 대미 배 수출업체 8곳(나무, 동서, 모닝팜, 삼진, 아이신안, NH무역, 철원닉스팜, 태봉)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해당물량에 대한 보상 등 수단을 강구하기로 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문제는 이번 덤핑물량이 유통된 데에 따른 후폭풍이다. 물론 1회성 덤핑물량의 제고처분 혹은 주류시장을 겨냥한 선심성 홍보 전략일지 몰라도 농산품 가격시장의 관례상 한번 떨어뜨린 가격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미국의 경우 한국에 오렌지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연간 7000~8000 컨테이너, 약 2억 1천만 달러의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WUSATA라는 중개기관에서 거의 값의 변동 없이 고른 가격대로 관리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LA aT센터 주최로 ‘2009 코스코 한국배 홍보판촉 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산 배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 했으나, 사실상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코스코 매장에는 당초 원대했던 포부와는 달리 한국산 배의 수출루트가 뚫리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수출업자는 “한국 정부차원에서 한국산 배를 전략적으로 수출주력 종목으로 밀고 있기는 하나 솔직히 미국인들이 과일을 먹을 때 껍질째 먹는 습관이 있어 배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서 취약점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국산 감을 비롯해 귤 등 한국산 농산품이 미국 시장에서 뻗어나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실적위주의 수출물량 늘리기는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정책이 못 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