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놓고 이재용 – 이부진 치열한 경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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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은 연말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이재용-이부진 남매의 사장 승진을 필두로 젊은 인사들이 사장단과 고위 임원진에 대거 포진된 데다 ‘기획통’인 김순택 부회장이 새 컨트롤타워인 미래 전략실을 이끌게 되면서 ‘포스트 이건희’ 체제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 이부진 남매 간 경쟁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재계는 이재용 사장이 현재 이건희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구도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괄목할만한 경영 실적을 올리며 이재용 사장의 파이를 조금씩 떼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의 원칙이 아닌 무한경쟁을 통해서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이건희 회장 역시 이병철 명예회장의 삼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형들과의 경쟁을 통해 경영권을 쟁취했다.
현재 이 회장의 삼남매 중 가장 이 회장을 닮은 자녀로는 둘째인 이부진 사장을 꼽는다. 그래서 이재용 – 이부진 남매의 경쟁에 더욱 관심이 가고 있는 것.
<선데이저널>이 포스트 이건희 체제 구축에 들어간 삼성그룹의 앞날을 예측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연말 삼성 인사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젊은 삼성’이다. 삼성은 임원 승진 가능 연차를 대폭 출여 40대 초반에도 임원을 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젊은 삼성을 만들어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이재용 사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는 쪽에 전문가들은 무게를 싣는다. 과거 이건희 회장 세대의 임원들을 정리하고 이재용 사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쪽으로 사람들을 심겠다는 것이다.


이부진을 주목하라

그러나 젊은 삼성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사장이 아니라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이라는 것이 삼성 내외부의 평가다.
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는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부사장직을 뛰어넘고 승진했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겸하게 됐다. 그동안 삼성 내에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3년 연한을 적용해 왔다. 이건희 회장 아들 이재용 신임 사장도 전무로 3년을 꽉 채운 뒤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부진 사장은 ‘황태자’ 이재용 사장도 피해갈 수 없던 3년 연한 규정을 피하면서 이재용 사장과 같은 사장 반열에 단숨에 올라서게 됐다. 이렇다 보니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젊은 조직” “폭넓은 인사”가 이재용 사장보다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사장을 더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부진 사장이 지난해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을 겸하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이재용-이부진 남매 대결구도에 관심이 쏠렸고 삼성은 이 같은 시선을 몹시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관심이 적잖게 이부진 사장에게 쏠려있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리틀 이건희






이재용 사장이 뚜렷이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는 반면 이부진 사장의 경영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특히 지난 해 그는 인천공항에 위치한 호텔신라 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입점시키며 경영 능력을 과시했다. 면세점에 루이뷔통이 입점한 것은 세계 최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부진 사장의 승진 여부보다는 삼성물산으로 외연을 확대한 것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지난 해 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한 경영진단(감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등 건설부문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 전무는 ‘건축=디자인’이란 생각 때문에 건설부문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사실상 이 전무가 삼성물산을 ‘핸들링’한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은 바이오 광물 사업 등에서 삼성의 차세대 주력사업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 사장은 사장 승진과 동시에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직도 겸하게 됐다. 즉 지금까지 이 전무가 비공식적으로 삼성물산에 관여해왔다면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물산에 공식 입성하며 외연을 확대한 셈이다.
이부진 사장이 기존의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삼성물산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계열분리가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과 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그리고 금융 계열사들이 이재용 사장의 몫이 될 거란 예측 속에 이부진 사장이 어떤 계열사들을 맡게 될지 관심을 받아왔다.
삼성물산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토대가 된 곳인 데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두루 보유해 그룹 내 상징성이 높은 계열사다. 이건희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물산을 이부진 사장의 활동영역으로 공식 인정한 까닭에 향후 승계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이 이재용 사장의 들러리 역할을 넘어설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사장단 인사에 앞서 지난 11월 19일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전보된 것이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겸직 인사와 맞물려 묘한 해석을 낳기도 한다. 지난 1995년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된 삼성건설(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한 재분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것이다. 이학수 고문이 건설부문으로, 이부진 사장이 상사부문으로 가게 되면서 “건설은 이재용 사장, 상사는 이부진 사장에게 각각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삼성물산을 황태자 이재용 사장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와 그동안 경영에 참여해온 이부진 사장 몫을 챙겨줘야 한다는 논리가 어우러진 절충안인 셈이다.




계열분리 이뤄질까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그룹이 전자와 금융 등으로 나눠질 것이라는 예측은 금산법이 생기면서부터 있어왔지만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게 된 것은 2009년 9월 이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을 겸임하면서부터다.
이 사장의 삼성에버랜드 임원 겸임은 몇 달 전부터 치밀한 사전정지 작업을 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한다. 특히 호텔신라에 있던 이 사장의 최측근이 먼저 에버랜드 임원으로 수평이동을 했다. 이 측근은 이 전무의 해외출장에도 동행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측근이 에버랜드로 발령이 났다는 것은 이 사장이 에버랜드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이때부터 삼성그룹 내부에서 향후 그룹 계열분리에 대한 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이 사장이 에버랜드 전무 겸임이 확정됐고 레저·서비스부문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삼성그룹 전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그의 광폭행보 뒤에는 ‘리틀 이건희’라 불릴 정도로 남다른 집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장이 업무와 사업에 대해 갖는 열정은 삼성그룹 내에서도 유명하다. 특히 그는 호텔신라 상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 불과 사흘 만에 사무실에 출근,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오빠인 이재용 사장에 대해 갖는 경쟁의식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임원 출신의 한 인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재용 사장이 외국 바이어와 함께 신라호텔에 들러 스테이크로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후 이재용 사장이 이부진 사장에게 전화로 스테이크 품질에 대해 평가를 좋지 않게 했다는 것. 이 전화를 받고 이부진 사장은 크게 화를 냈고 관련 직원들에 대한 문책도 뒤따랐다. 오빠인 이재용 사장에게 지기 싫어하는 이부진 사장의 성격을 보여준 셈이다.
일각에선 그룹 내 건설업 조정 작업이 이재용-이부진 남매의 신경전을 부를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든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을 아우르는 합병이 이뤄질 경우 그룹 주력인 전자와 금융에 필적할 소그룹군이 될 것이란 평가다. 계열사 합병으로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건설업을 이부진 사장이 자기 살림으로 온전히 챙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남매간 신경전 계속될까

이러한 이부진 사장의 약진으로 이재용 사장이 갖는 부담감이 아무래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는 그 동안 제기됐던 경영능력에 대한 그룹 내외의 불신을 올 한 해 해소해야 하는 막중한 시기가 됐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삼성그룹을 이어받는다 해도 ‘세습’에 의한 대물림이란 비판을 잠재우기 어렵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경우처럼 이재용 – 이부진 남매도 무한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해 나갈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동생의 ‘무한 도전’에 대한 오빠의 히든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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