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창 동계올림픽 무산 대비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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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강원도 평창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IOC 위원들의 실사를 받았다. 이번 실사에는 정부 부처 관계 장관뿐만 아니라 이건희 IOC 위원, 조양호 유치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실사단을 맞이했다. 실사단이 다녀간 후 유치위 측은 올림픽 유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반색했다. 그렇다면 본국의 분위기처럼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이 높기는 한 걸까.
유치위의 분위기와 달리 국제적인 분위기는 평창에 그렇게 높지 않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국제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평창, 프랑스 안시, 독일 뮌헨 등 유치 후보 중 뮌헨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평창 유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국내 여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유치 성공 여부는 여러 모로 중요하다. 삼수 도전 끝에 실패할 경우 다시는 도전하기 어렵고 이는 현 정부에도 정치적으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유치 여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으로 인해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평창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사면 받았다.
만약 실패로 돌아갈 경우 삼성 역시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현재 삼성은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이후도 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삼성이 전전긍긍하는 내막을 살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유죄 선고 후 이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뿐만 아니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유죄 선고가 떨어진 지 넉 달 만인 2009년 12월 단독 특별 사면을 받았다. 한 개인에 대한 단독 사면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정부가 특별사면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일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세번째 유치 도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체육계 등의 의견이었다.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이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통해 현재 정지 중인 (IOC)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면 명분으로 올림픽 유치

실제로 이 회장은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를 거쳐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8년 IOC에 스스로 IOC위원 자격 정지를 요청해 현재 `일시 자격포기’ 상태로 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연말 사면 논의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체육계 인사들은 조양호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도 발 벗고 나서 이 회장의 조기 사면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체육계로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시도가 이번이 세 번 째라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고, 박용성 회장이 IOC 위원직을 잃은 마당에 실질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뛸 수 있는 원로급 인사는 이 회장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사면을 두고 비난 여론이 급등했고 삼성 측은 올림픽 유치로 보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이 회장은 복귀 후 IOC 위원 자격을 재취득했고 틈나는 대로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 유치를 설득했다.
이번 실사에서도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총 출동해 이 회장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IOC 위원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 후보지 조사평가단을 초청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17일에는 현장실사가 열린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 참석해 평가단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날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은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보인다”며 그 동안 많은 공을 들였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 회장은 평가단 반응이 2014 동계올림픽 장소 선정 당시와 비교해 어떠냐는 질문에 “나아졌다”며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불리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도시들과 대등해진 것 같다”며 “평가단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IOC 실사단의 현장실사 자리에는 이 회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김재열 제일모직 부사장 등 삼성가 오너 일가가 대거 참석해 IOC 평가단을 직접 맞이했다. 이 회장은 보광피닉스파크 호텔에서 미리 기다리다가 평가단을 영접했으며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경기장과 스노보드 경기장에서 진행된 현장 프레젠테이션도 참관했다.




유치 가능성은

그렇다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개최후보 도시 결정을 남겨놓고 평창의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평창은 지난 두 번의 유치 과정에서 1차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2차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0년 올림픽 유치 때는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51표를 얻었으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탈락한 뒤 열린 2차 투표에서는 고작 2표 더 많은 53표를 받았다. 반면 캐나다 밴쿠버는 1차 투표에서 40표를 얻었지만, 2차에서 56표를 받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평창은 2014년 올림픽 유치 때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1차 투표에서는 36표를 받아 34표를 받은 러시아 소치와 잘츠부르크(25표)에 앞섰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47표를 얻어 51표 받은 소치에 밀렸다.
이번에도 2차 투표까지 간다면 유치를 낙관하기 힘들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유치위원회 관계자는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권의 안시와 뮌헨은 1차에서 떨어지면 서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평창은 무조건 1차 투표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1차에서 유치를 확정하려면 평창이 받아야 하는 표는 53표 이상이다. 총 113명 중 자크로게 위원장과 평창·뮌헨·안시 등 후보도시 소속 위원 등 7명·최근 유명을 달리한 우간다 IOC 위원 등을 제외한 105명이 투표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과반수 이상을 득표해야 2차 투표를 막을 수 있다.


이 전 지사 비리 연루

본국에서는 평창 유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독일 뮌헨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프랑스 안시가 유치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뮌헨 쪽에 IOC위원들의 마음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복잡한 셈법을 계산해야 하는 마당에 최근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어 지사직을 상실한 것이다. 이 전 지사는 도지사에 당선된 후 평창 올림픽을 우선순위에 두고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이런 이 전 지사가 비리에 연루되어 물러났다는 것은 평창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자 뮌헨 입장에서는 좋은 공격거리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뮌헨 측은 조만간 있을 실사에서 이 전 지사의 비리 혐의 연루는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위원들에게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뮌헨 등이 이런 딴지를 건다면 평창의 올림픽 유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우려대로 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현 정부다. 특히 이광재 전 지사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는 본국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던 부분이다. 여권 인사는 모조리 무죄를 받은 채 이광재 전 지사와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 등 이른바 친노 인사들만 유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연차 전 회장이 증인 출석을 거부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논란이 분분했다.
삼성도 적지 않은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특히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사면을 받은 이 회장이 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실속은 혼자 챙겼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삼성은 뮌헨이 이 전 지사 비리 연루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감안, 현 정부의 무리한 수사가 올림픽 유치 실패를 가져왔다는 여론 형성을 할 것이라는 게 본국 재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평창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그보다 더 큰 경사는 없겠지만 유치에 실패할 경우 이해 당사자들의 셈법은 그만큼 복잡해지게 된다. 유치전 뒤편에서는 이보다 더 어려운 머리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원도 평창, 강점은 무엇?






’30분 이내의 콤팩트한 시설, 정부의 강력한 지원,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 국민의 대대적인 지지’.
2018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는 평창만이 지닌 강점들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세 번째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각종 국제 스포츠 행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우선 평창은 IOC에 약속한 대로 교통 및 경기장 시설 등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해 완료 단계에 있다. 30분 이내의 가장 콤팩트한 시설을 자랑한다. 설상 8개와 빙상 5개 등 13개 경기장 시설 중 설상 6개와 빙상 1개 등 7개 시설은 이미 완공했다. 완공 시설은 대회전·회전,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컬링(강릉빙상장) 등이다.
아직 착수하지 못한 설상 2개와 빙상 4개 시설은 기본 설계 등은 완료됐으며 유치 확정 후 추진할 예정이다. 올림픽 관련 시설인 IOC 본부호텔과 미디어촌은 준공 단계에 있고 선수촌 등은 유치 확정 후 추진할 계획이다. 현지 실사를 위해 평창을 찾았던 IOC 조사평가위원들도 “스키점프장 등 평창은 4년 전의 약속을 지켰고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주민들의 뜨거운 환영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10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IOC에 약속한 ‘드림 프로그램’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드림 프로그램은 기온이나 경제적 이유로 겨울 스포츠가 어려운 나라의 청소년을 초청해 동계 종목 강습 등을 통한 문화 교류를 하는 것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2개국 806명이 참여했다.
평창은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에도 노력했다. 평창~강릉을 동계 스포츠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동계 실업팀 육성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동계 실업팀으로는 강원도청 소속인 남자컬링,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시·군과 기업체 소속의 스노보드, 스키점프, 스피드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이 있다.
경쟁 도시와 차별화되는 평창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국민의 뜨거운 유치 열기다. IOC의 평가 대상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적 지지에서 평창은 2014 유치전 당시 90%가 넘는 등 경쟁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지지를 보였다. 2018 역시 국민의 지지율은 90%를 웃돌고 있다.
평창은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맞춤식 유치 전략을 세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유치위는 대한체육회(KOC)와 정부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범정부적 총력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평창의 강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두 번의 유치 과정을 통해 IOC와 약속한 경기장 시설은 물론 접근 교통망, 드림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추진 등 2014 유치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평창을 보여 줄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IOC 위원이 이러한 평창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실사단의 평가서를 통해 평창의 상황은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올림픽 개최지가 북미와 유럽으로 이어지고 있어 또다시 ‘서양’을 선택하기가 부담된다는 점이 평창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치위도 이 부분을 파고들어 IOC 위원들에게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동계올림픽을 할 때가 됐다’는 점을 호소할 방침이다.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다른 무기는 바로 ‘두 번의 실패’다. 유치위는 두 번의 도전에서 평창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아쉽게 탈락했다는 점을 파고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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