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포재단 ‘감투싸움’에 두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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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회관에는 LA한인회와 이 건물을 운영, 관리하는 한미동포재단이 자리해있다. 현재 1층에 위치한 LA한인회는 지난해 회장 선거과정에서 스칼렛 엄과 박요한 후보 측 모두 부정 의혹에 휘말리며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층에 자리 잡은 동포재단은 지난 1월 12일 실시된 이사장 선출을 둘러싸고 당시 이사장인 김영태 씨가 새로 이사장에 선출된 김영 씨의 자격이 무효라고 주장해 두 동강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LA한인을 대표하는 두 단체의 이전투구는 한인 커뮤니티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실추시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반세기 가까운 전통을 지닌 한미동포재단은 지난 1975년 ‘남가주 한인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상식과 원칙에 따른 비영리단체로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부정과 부조리가 만연하며 공금유용 사건 등이 난무하는 저질 불량 단체로 추락했다.
지난 1월 26일 별세한 김지수 전 동포재단 이사장도 생전에 주변 지인들에게 “동포재단이 원칙과 공정성을 잃어버려 창피할 뿐”이라고 한탄할 정도로 의미와 정통성이 상실된 지 오래다.
45년 전 한인회관을 건립하면서 회관의 소유와 관리운영권을 LA한인회(당시 남가주한인회)에 소속시켜야 하는 것이 순리였으나, ‘한인회에 소유권을 주면 나중에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한인사회가 별도로 독립재단을 설립해 한인회를 지원토록 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한인회는 ‘신용불량자’였던 셈이다. 이제는 동포재단 마저 치사한 감투싸움에 휘말리면서 LA한인사회 내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지난 2월 1일 기준 동포재단 이사회는 당연직 이사로 LA 총영사와 LA한인회장을 포함해 총 1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월 31일 현재 이사로는 당연직 이사 2명과 조지 최, 양석규, 양회직, 강성용, 서영석, 최문환, 박형만, 오세영, 박혜경, 윤성훈, 김승웅, 임승춘, 김영태, 김영 이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김영태 이사장을 지지 이사는 양회직, 박형만, 최문환, 강성용, 오세영 씨 등이며, 김영 이사장을 지지하는 이사는 양석규, 서영석, 김승웅, 임승춘, 스칼렛 엄, 윤성훈 씨 등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어느 쪽도 이사회에서 과반수 확보에 성공하지 못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이사장 선출은 지난해 말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사장 후보는 김영 총무이사와 강성용 운영이사가 거론되어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이들 뒤에는 재단에서 ‘호남의 대부’로 불리는 양석규 이사와 양회직 이사가 버티고 있었고 각각 김영 씨와 강성용 씨를 밀었다. 이사장 선출을 두고 재단 내에서 이들 ‘대부’들이 대리전을 벌인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영태 씨는 현직 이사장으로 자신의 후임 이사장 후보로 김영 총무이사를 추천해 주위에다 지지를 요청했던 바 있다.


차기 평통회장 선출 관련 소문

김영태 씨와 김영 씨는 지난해 말까지 서로 이사장과 총무이사로 누가 보아도 ‘죽이 잘 맞는’ 가까운 사이였다. 최근 불거진 재단의 공금유용 사건에서조차 서로가 ‘한 통속’으로 재단을 요리했었던 셈이다.
이렇게 절친했던 관계는 김영태 씨가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영태 씨 자신이 이사장 연임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김영태 씨는 김영 씨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모든 준비를 끝낸 김영 씨는 이에 불복했다. 그동안 충실하게 이사장을 ‘보필’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까닭이다.
지난해 미주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나라당 외곽 지지단체인 ‘뉴 한국의 힘’ 운영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김영태 씨와 김영 씨가 지난해 12월 함께 서울 방문을 계획했었으나 무산되고 김영태 씨만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김영태 씨가 마음을 바꾸어 이사장에 재임하겠다고 나서면서 김영 씨와 갈등을 벌이게 된 것이다.
타운에 나도는 소문에는 김영태 씨가 차기 LA평통 회장과 차기 총선 비례대표에까지 눈독을 들이며 서울을 찾아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평통 회장에 임명되려면 단체장 타이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포재단 이사장을 연임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헛소문’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서울 평통의 차기 상임부의장 자리를 놓고, 현재 이기택 상임부의장이 연임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측 김덕룡 특보가 평통 상임 부의장 자리를 노리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관심거리다.
이 같은 상항에서 타운에 나도는 소문은 고려대 출신인 김영태 씨가 이기택 상임부의장과 계속 줄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민화협 LA회장을 맡은 하기환 회장도 민화협 상임의장인 김덕룡 특보에게 줄을 대고 차기 평통 회장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기환 회장과 김영태 전 이사장은 지난번 14기 평통 때도 서로 회장 임명을 받으려고 상당한 로비 경쟁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자리는 이서희 씨에게 돌아갔다.


치고 받는 핑퐁게임

지난달 25일 현재 전직 이사장인 김영태 씨와, 자신이 신임 이사장이라 주장하는 김영 씨 측은 각기 자신의 지지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적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들은 서로 상대편 이사들을 제명시키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또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한때 자신이 제명시켰던 전직 이사들을 ‘복권시켰다’며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자, 해당 인사들이 이를 ‘감지덕지’ 받아들이며 이사회에 합류하는 촌극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미동포재단이 두 동강 난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월 12일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비롯됐다. 1월 31일자로 임기가 끝난 전 이사장 김영태 씨는 같은 달 12일 열린 ‘임시이사회 정족수’ 문제를 들어 김영 신임이사장 선출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단 등록이사 16명 중 9명이 참석했으며 사무국장의 성원보고로 김영태 이사장은 성원을 선포했다. 그러나 김영태 전 이사장은 나중 당연직 이사인 LA 총영사관의 임 교민담당 영사의 대리출석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현장에 남아있던 이사들은 총영사를 대리한 영사의 참석은 관례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인정해 그 자리에서 임시 의장을 선출해 이사장 선거를 실시해 김영 총무이사를 차기 이사장으로 뽑았다.
김영 씨 측은 “지난 2년 전 이사장 선출 때 김영태 씨를 이사장에 선출할 당시에도 총영사관에서 총영사 대신 강 모 교민 담당 영사가 참석했을 때 김영태 씨는 이를 불법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영태 씨는 “당시 이사장인 내가 폐회를 선언한 만큼 신임이사장 선출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정식으로 신임이사장을 선출할 때까지 이사장은 자신”이라는 논리를 폈다.
지난달 24일 김영태 씨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2일 자신을 포함 양회직, 강성룡, 박형만, 오세영, 조지 최, 추부원, 박요한 씨 등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 이사회가 열려 만장일치로 자신의 연임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영태 씨 측은 최문환 이사로 하여금 ‘임시 이사회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최문환 씨는 자신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한다고 했는데 김영태 씨 측은 계속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미동포재단 정관에 따르면 2011년 1월 31일에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별도의 예외 조항이 없으므로 전임 이사장을 맡아왔던 김영태 씨는 1월31일 이후 자동적으로 이사장직이 소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태 씨는 자신이 ‘이사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영 씨도 자신이 ‘이사장’이라며 지난 2월 1일 한인회관에서 20대 한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감투 놓고 몸싸움 불사

이 같은 상항에서 김영 씨와 김영태 씨가 서로 단체 수장을 주장하면서 사무국이 있는 한인회관 4층 사무실을 점유하려 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25일부터 김영 씨 측이 보안요원 등을 동원해 24시간 재단사무국 출입을 통제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김영 씨 측은 지난 25일 김영태 전 이사장과 박형만, 조지 최, 강성용, 양회직, 오세영 씨 등 6명 이사를 ‘재단 정기이사회 방해 및 재단기금 유용’을 이유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영태 씨 측도 김영, 양석규, 임승춘 이사를 제명시키고, 지난번 자신이 제명시켰던 박요한, 추부원 씨를 다시 이사로 복권 시켰다. 김영태 씨 측은 “22일 소집한 이사회에서 김영, 임승춘, 양석규 이사를 이미 제명했다”며 “25일 김영 측이 소집한 임시 이사회는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문환 이사가 1월 임시이사회 무효소송 취하를 결정했지만 현재 변호사가 원고 측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발혔다.
이에 대해 김영 씨 측은 “이미 1월 말로 임기가 끝난 김영태 씨가 이사회를 소집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더구나 추부원, 박요한씨는 김영태 이사장 시절이던 지난해 이미 이사직에서 제명된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분란은 결국 동포재단 분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나았다. 한인회관 1층을 차지한 한인회도 두 동강, 4층을 차지한 동포재단도 두 동강이 난 셈이다.

결국은 돈 문제?

양측은 공금사용 불법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영 씨 측은 “김영태 씨가 소송을 위한 비용 9,500달러를 지난 2월 2일 재단 계좌에서 인출한 것은 문제”라며 공금 사용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영태 씨 측은 “이사회 정관상 이사장을 포함한 운영위원회 재량으로 1만 달러까지는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영 씨 측은 “운영위원회의 사용 한도는 2,000달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동포재단의 계좌가 있는 한미은행 갤러리아 지점 측은 김영태 씨 측 변호사의 요청으로 계좌를 동결시켰다. 이에 대해 김영 씨 측은 “법원의 결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좌를 동결시킨 은행도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장직 놓고 쌈박질…지친다”

현재 사무국을 접수한 상태인 김영 씨 측은 회관 임대 수입으로 경상 지출을 하겠다는 입장이며, 상대측의 소송에 대해 약시 재단 기금을 사용할 방침이어서 공금관리를 두고 차후 논란이 예상된다.
재단 측에 따르면 동포재단의 연간 예산은 수입 35만 달러, 지출 26만 달러 규모로 수입은 건물 사무실 임대료와 옥상 빌보드 등 외벽 광고비, 주차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출은 건물 모기지 페이먼트와 유틸리티 비용, 한인회 지원금 등이 포함됐다.
모기지는 지난 2004년 조지 최 이사장 재임 당시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옆 건물을 매입해 확장하면서 추가 은행 융자를 받아 현재 잔액이 30만 달러 정도 남아 있는 상태다.
재단 측에 따르면 지난 2009년의 경우 총 35만9,000달러의 수익이 발생했고 이 중 모기지 이자 3만여 달러, 유틸리티 4만8,000달러, 인건비 6만7,000달러, 한인회 지원금 2만 달러, 기부금 2만 달러 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포재단은 그간 이사진 중심으로만 운영되면서 지난 3~4년 동안 이 같은 회계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장 선출 분쟁이 보이지 않는 ‘이권’을 놓고 벌이는 감투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단의 전·현직 이사장이 서로 자신이 이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대해 동포사회는 ‘짜증이 난다’는 반응이다. 전직 노인상조회 임원을 지낸 L씨는 “동포재단 이사장이란 자리를 두고 벌이는 추태를 신문과 라디오 보도를 들으며 짜증만 난다”면서 “이런 단체는 차라리 폐지시키는 것이 동포사회를 위해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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