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일본 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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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 연 훈
대참사에 울고 그들의 국민성에 또 한 번 울었다

진도 9.0 규모의 대지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대재앙이 일본을 덮친 것이다. 도심 한 복판에 대형 선박이 쓰러져 있고, 건물 지붕에 자동차가 걸려 있다. 곳곳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있으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 위기에 놓이며 또 다른 참사 가능성이 일본 국민을 떨게 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지인들에 따르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일본과 일본 국민들에게 위로를 표한다.
이런 참극 가운데 필자는 일본의 국민성 앞에 또 한 번 울 수 밖에 없었다. 가족과 친지를 잃은 슬픔에다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는 등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일본인들의 자제와 질서 의식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식품점, 주유소, 식수 배급소, 화장실까지 길게 줄을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다. 피난 차량 행렬에서도 얌체주행이나 끼어들기는 없었다. 전력 공급 부족으로 14일부터 일본 사상 처음으로 ‘3시간 계획 정전’이 실시됐지만 불평 없이 수용했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나 방사능이 누출된 후쿠시마현 주민들도 불평을 늘어놓기 보다는 차분히 대피소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는 철저히 준비된 재난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하나로 단합해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이런 일본의 모습을 보며 ‘일본 DNA’란 표현까지 써가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는 오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체화된 일본국민의 저력임이 분명하다. 이런 참사 가운데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그들을 보며 감탄과 서글픔이 뒤섞인 눈물이 난 것은 필자뿐일까. 이러한 일본인들의 저력은 과거 여러 차례의 지진피해를 잘 극복해 온 것처럼, 이번 재난도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너끈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그들을 위로하지는 못 할 망정 자극적인 보도와 개념 없는 망언으로 일본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언론과 일부 사회 지도층의 작태는 그만돼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다. 이제 그들의 아픔을 우리가 위로해줘야 할 때다. 재난구호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비록 우리나라와 일본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이런 인류 참사 앞에서 과거사 문제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 인류의 재앙을 맞아 우리는 먼저 아시아의 도덕적 지도국가로서 휴머니즘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LA 한인 동포들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주위의 일본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 복구를 위한 물질적 도움도 아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죽음보다 더한 고난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멀리서나마 간절히 기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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