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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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까지 일본 열도가 그야말로 초비상상황에 놓였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 11일 오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및 쓰나미에 따른 사망, 실종자가 수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더 큰 문제는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와 여진 등 위험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진도6 규모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원전에서는 계속해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질서를 유지하는 일본의 국민성에 세계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재앙으로 인한 슬픔에 잠겨 있지만 또 다른 한 켠에서는 희망의 싹이 피어오르고 있는 일본 지진 현장을 들여다봤.
                                                                                                        <특별취재팀>



이번 지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일본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 수에 잘 나타나 있다. 아사히신문은 16일 오전9시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495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당국자들이 집계한 사망-행불자는 수만명을 넘어 한신대지진 때의 피해수를 이미 넘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아직까지 안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수만명에 이르고 있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망-행불자가 1000명을 넘은 자연재해는 10회 있었으며 지금까지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것은 고베지진이었다. 메이지시대인 1896년에 메이지산리쿠(明治山陸)지진 및 쓰나미로 약 2만2000여명의 사망-행불자가 나왔고 다이쇼(大正)시대인 1923에 일어난 관동대지진 때는 10만5000명이 희생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


문제는 원전 폭발 사고 등 향후에 더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원전에서 잇따른 폭발이 일어나면서 일본 전역을 ‘핵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사태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사고가 났던 1호기부터 6호기까지 원전의 상당 부분이 파손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사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은 16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4호기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4호기는 지난 11일 강진 당시 정기점검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전날에 이어 이틀째 폭발과 화재가 이어진데다 건물 외벽에 8m짜리 구멍까지 뚫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도쿄전력은 4호기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담가놓은 수조의 수위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료봉이 냉각되지 않으면 방사선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가급적 신속하게 4호기의 수조에 냉각수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으나 내부 방사선 수치가 높아 직원들이 접근을 못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15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최고등급(7등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6등급으로 조정했다. ASN은 지난 14일 이 사고를 5등급 또는 6등급으로 분류했지만,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등급을 상향조정했다.
INES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사고의 심각성 정도를 알리고자 도입한 분류 체계로, 7등급으로 분류된 경우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유일하다. 이번 사고가 6등급으로 분류된 것은 5등급이었던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원전사고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인들은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절대적으로 안전을 자신하던 원전에서 지난 12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 사고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자 일본 국민은 ‘안전신화가 무너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로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1시간에 평소보다 400배 이상의 방사선이 노출됐다. 이는 일반인이 1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 양에 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정도 방사선에 10시간 이상 노출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원전 폭발 사고는 아키히토 일왕이 16일 특별 영상 메세지까지 발표할 정도로 심각해 지고 있다. 국제 원자력위원회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안일한 태도

일본 국민들의 질서있고 침착한 대응과는 반대로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지진 이후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별 이상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5일 최후의 안전장치라는 격납용기까지 손상되자 그는 “나도 정보가 부족하다. 도쿄전력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는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예비 발전기, 담수화설비, 긴급노심냉각시스템(eccs) 등 안전장치가 한꺼번에 고장 난 사상 초유의 사태였는데도, 일본 정부는 5일간이나 민간기업에만 사고원인 파악과 수습을 맡겼다. 요미우리(讀賣)와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낙관적 정보만 전하는 등 처음부터 정부가 위기의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집권 민주당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의 경우, 사고가 날 때마다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아직도 사실을 확인 중이다”, “정확한 원인은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는 식의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비판했다.
사고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지진 발생 5일이 지난 15일에야 정부와 도쿄전력으로 구성된 ‘통합대책 본부’를 발족시켰다. 도쿄전력은 도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전력회사로 3개의 원전과 수력·화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상장사인 도쿄전력이 주가 폭락을 우려, 처음부터 사고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소 폭발사고가 세 차례 발생하고, 펌프 연료가 없어 냉각수 주입이 중단돼 노심용해가 발생하는 등 어이없는 사고가 잇따랐지만, 도쿄전력은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일본 정부도 도쿄전력의 보고만 믿고 주민대피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상당수 주민들이 피폭을 당했다. 도쿄(東京)신문은 원전주변 주민들이 ‘정부는 도대체 뭘 한거냐’며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전에 투입됐다 피폭당한 자위대원들이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가 초기에 개입, 사고수습 경험이 있는 외국의 원전 전문가들과 공조했더라면 사고확대를 막았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은 모두 70년대 지어진 구형모델로, 안전장치에 근본적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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