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계류돼 있던 3건의 소송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다스(구 대부기공)의 지분구조가 대폭으로 변화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스 지분 가운데 5%가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헌납으로 만들어진 ‘재단법인 청계’(이하 청계재단)로 넘어갔다. 실소유 논란에 대해 극구 부인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본인이 만든 재단을 통해 상당한 회사 지분을 쥐게 된 것이다. 지난 8일 ㈜다스가 금감원에 제출한 ‘2010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 대통령의 처남 故 김재정 씨의 지분(48.99%) 가운데 대부분(43.99%/13만1100주)이 미망인 권영미 씨에게 상속됐고, 나머지(5%/14,900주)는 청계재단이 물려받아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박상균 취재부기자>

㈜다스의 지분변화로 종전 2대주주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 이상은 씨는 단숨에 1대 주주(46.85%·13만9600주)가 됐다. 청계재단의 감사이자 이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김창대 씨는 4.16%(1만2400주)를 보유해 4대 주주가 됐다. 지난 대선 이후 어떤 식으로든 ㈜다스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했을 때 과연 무슨 이유로 청계재단에 다스 지분 5%를 이전하는 과감한 결정을 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 수상쩍은 행보를 놓고 세인들은 큰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다스에 입사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알게 모르게 ㈜다스의 지분구조 재편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아들 시형 씨의 다스 입사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본지는 지난 754호 ‘MB 외아들 시형 씨의 수상한 행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MB의 장남 시형 씨가 ㈜다스에 입사했고 이후 ㈜다스의 지분구조 변화에 대해 예고한 바 있다. 그간 ㈜다스는 이 대통령의 처남인 故 김재정 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알려졌으며 지난 대선 당시부터 도곡동땅 비리를 비롯한 실소유 의혹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김재정 씨가 떠안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스의 지배구조가 뒤바뀐 지금의 상황은 예의주시할 만 하다. 이번 사안을 놓고 한국 여야 정치권에서도 큰 소용돌이가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지분 5% 청계재단으로
㈜다스의 실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야권의 강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른 시점에서 도곡동 땅 비리 의혹, BBK 등 향후 대선의 판도를 뒤흔드는 아킬레스 건으로 떠오르더니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다스는 당초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1987년 창립된 주식회사로 지난 2003년 ㈜다스로 회사명을 바꿨다.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가 갑작스레 작고하기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지배구조는 김재정 씨가 48.99%, 이명박 대통령의 맏형 이상은 회장이 46.85%,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김창대 씨가 4.1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의 주요 납품업체는 현대자동차다. 이 대통령이 평생 몸 바쳐 헌신한 현대그룹과의 특수 관계 등으로 비춰봤을 때 그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어느 정도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했다.

‘도곡동 땅-BBK’ 악재 털기
이명박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여부는 대통령 당선과 함께 세월이 흘러 세인들의 뇌리 속에서 서서히 지워질 뻔했다. 그런데 하필 임기가 1년 조금 넘게 남은 미묘한 시점에 어떻게 ㈜다스의 지분 5%를 청계재단이 취득한 것일까. 이에 대해 청계재단 측은 “김재정씨가 사망하기 전에 부인에게 자신의 지분 일부를 재단에 출연하라는 의사를 밝혔고 부인 김씨가 남편의 유언을 실행한 것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청계재단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에 따라 재단이 다스의 주총 등에 참여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사회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청계재단이 넘겨받은 다스 주식 1만4,900주의 시가총액은 10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다스의 실소유 여부는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소유 의혹, BBK 설립 의혹 등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구었던 메가톤급 의혹들과 여전히 직결되는 문제다. 뜨거운 감자였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의 설립자금으로 흘러가, ㈜다스의 자금이 BBK에 투입된 의혹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아직 미해결 과제인 셈이다. 따라서 MB측은 도곡동 땅과 BBK라는 최대 아킬레스건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는 ㈜다스와의 연결고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9 회계연도 약 220억 원, 2010 회계연도 약 150억 원 등 황금알을 낳는 알짜배기 회사인 ㈜다스는 놓치기 아까운 재산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다스의 지난 주요주주 구성을 보면 모두 이 대통령과 친인척 혹은 가까운 지인들이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과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했다. 따라서 지난 대선 당시 치열한 의혹 공방전이 벌어졌을 때 “故 김재정 씨가 과거 최대주주로서 급여나 배당을 수령한 적이 없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을 정도로 의혹이 다양한 회사가 ㈜다스다. 바로 이 ㈜다스에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 씨가 입사하면서부터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었다.

㈜다스와 청계재단
청계재단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재산 사회환원을 지키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장학재단이다. 청계재단에는 이 대통령의 맞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 등이 이사로 있다. 그런데 청계재단이 ㈜다스의 지분을 소유하는 동시에 최측근 친인척과 지인들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게 돼 재단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다스의 지분이 청계재단에 넘겨지게 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지난해 ㈜다스에 입사해 고속승진 끝에 지난 3월 1일자로 본사 기획팀장으로 올라섰다는 점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를 놓고 항간에는 벌써부터 “사실상 ㈜다스의 실질적 경영주는 이시형 씨가 될 것”이라는 풍문과 함께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지분구조 변화 또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다스의 지배구조를 정리수순을 밟기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도곡동 땅과 BBK 의혹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 씨의 전격 귀국으로 어느 정도 부담을 희석시키면서 의혹종식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레임덕 전에 관련 의혹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동시에 ㈜다스로 대표되는 재산환수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메가톤급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장남 시형 씨는 공직자 재산공개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혹을 사고 있는 상태다.
BBK와 연결고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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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
| 대통령의 외아들인 이시형 씨의 행보를 놓고 이번에 정리된 ㈜다스의 지분 뿐 아니라 이미 재력가로 소문난 처남 김재정 씨의 나머지 소유재산에 대한 명의변경이나 지배구조 변화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다스가 최대 유명세를 치르게 된 것은 BBK라는 투자자문 회사 때문이었다. ㈜다스는 일명 ‘옵셔널벤쳐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이 있는 주요 관계사로 등장하며 이 회사 전신인 대부기공 시절 자기자본금(약 3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14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BBK 투자자문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로 주목을 끌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스(140억 원), 이명박 대통령의 대리인 김백준(30억 원) 씨, 옵셔널캐피탈(옵셔널벤쳐스의 후신)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더욱 유명세를 치르게 했다. 아직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서 계류 중에 있는 3건의 소송은 막바지 종료단계로 치닫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사실상 이 대통령이라며 소송 성립자체를 거부했던 에리카 김 변호사는 최근 한국으로 돌아가 “동생이 모두 꾸민 일이다”고 자백 아닌 자백으로 오랜 소송전의 패배를 시인했다. 결국 희대의 증권사기극을 벌인 범죄자로 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김경준 씨 또한 형량이 어느 정도 끝나가는 상태로 세인들의 이목을 뜨겁게 달구었던 ‘도곡동 땅-BBK’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이렇듯 일부 정치권에서 언급하듯 ‘레임덕’을 코앞에 둔 MB의 악재 털기가 끝마무리 성공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다스의 지분구조 변화는 적잖은 소용돌이를 몰고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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