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조국 근대화의 기수였던 파독 산업전사들의 제4차 LA세계대회가 13일 오후 6시 타운 내 가든스위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성대하게 개막했다. 이날 독일, 유럽,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참석한 전 서독광부들과 간호사, 그 가족들이 LA 현지 동우회원들과 반세기만에 해후해 감동의 장을 연출했다. 이 자리에는 신연성 LA총영사를 비롯해 남문기 미주총연회장, 김진형 축제재단 명예회장, 하기환 코리아타운노인 및 커뮤니티센터재단이사장을 비롯한 내외귀빈 등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을 성장시키는데 서독 탄광과 병원 등에서 고생했던 이들 전사들의 세계대회를 축하했다.

이날 약 100여명이 참석한 4차 세계대회 개회식에서 대회장인 김창수 재미LA서독동우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세계에 퍼져 살며 현지 동포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온 우리 파독 산업전사들의 업적을 되새기고 상호 간의 친목은 물론, 동료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크나큰 의의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번 제4차 LA세계대회를 통해서 우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파독산업전사총연합회의 결성과, 파독광부들과 간호사들의 국가유공자 청원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근대화 위업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신연성 LA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파독산업전사 여러분들은 어려운 작업환경 가운데서도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통해 독일의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심어주었고, 여러분들이 흘린 피와 땀은 우리 조국 근대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미래번영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면서 “오늘 제4차 파독산업전사 세계대회를 통해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간에 우정을 돈독히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여러분 모두가 각 지역에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한단계 더 도약하여 성숙되도록 헌신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남문기 미주총연회장은 축사에서 “저는 LA코리아타운에서 활동하면서 과거 서독 탄광에서 고생한 광부들과 서독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들이 이 땅에 와서도 동료애와 동포애로서 코리아타운을 건설해왔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여러분들의 희생으로 번영의 조국이 됐듯이, 오늘의 미주한인사회의 번영도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헌신이었음을 미주한인 이민사가 입증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진형 LA한인축제재단명예회장도 축사를 통해 “이번 세계대회가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파독 산업전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절되고 잊혀지기 쉬운 과거를 소중히 가꾸고 조국근대화와 발전에 여러 모양으로 함께 이바지하며 살아온 파독 산업전사들의 역사를 바로 정립, 발전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음에 찬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날 박형만 이사장은 ‘우리의 결의’라는 성명서에서 “올해 제4차 세계대회를 갖는 2011년은 한독 경제수교 50주년, 파독 48주년이 된다”면서“우리 파독 산업전사들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인 박정희 대통령 비문(연설문) 및 동상 건립 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소식은 매우 의미 역사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위업의 계승과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남기는 일은 우리사회는 물론, 우리들의 자손들이 살아 나가는 데에도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사회에서 정치와 경제 문제로 서로의 뜻이 달랐거나, 마음이 상하셨던 분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오늘의 역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우리조국의 근대화의 주역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파독산업전사들의 희생에 대한 ‘어느 육사 교장의 편지’가 동영상으로 상영되어 식장의 분위기를 한층 숙연케 했다. 김충배 전 육사교장의 파독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애환을 담은 편지를 낭송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이 곁들인 동영상은 감동적이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참석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코끝을 찡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60년대 초 한국 농촌의 춘궁기로 배곯던 시절부터 오늘날 세계 정상급 국가로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들을 광부와 간호사를 주체로 해서 엮은 김중배 전 육사 교장의 편지는 목이 메어 떨려나오는 낭독자의 감정이 참석자들에게 몰입되면서 감동의 물결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번 제4차 LA 세계대회는 15일 타운 내 만리장성에서 환송 만찬회로 대회를 마감했다.

독일로 파견된 8000여명의 한국인 광산근로자들은 3년간의 노동계약기간이 끝나고 대부분 귀국했다. 그러나 20% 정도는 독일에 남아 오늘날의 재독동포사회를 형성했고 또 일부는 제 3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들 700여명은‘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주로 미주와 호주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지난 40여년 간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기회의 땅’에서 자신들의 꿈을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LA에서는‘코리아타운’을 형성하는데 주역을 담당했으며, 여타 이민자들과 달리 그들은 단단한 끈으로 묶여있다. 독일 광부시절 1000미터 지하갱도, 생명을 담보한 막장 생활을 하며 다져진 그들의 우정은 미국에서도 변할 수는 없었다. 2008년 처음으로 뉴욕, 시카고, 로스엔젤레스, 뉴저지 등지의 파독광부들을 중심으로 뉴저지 골프 대회를 열었다. 서로 문안하고 왕래하며 함께 골프를 치면서 더욱 우의를 다진 이것이‘파독산업전사 세계대회’의 시작이었다. 뉴욕에 거주하는 김성환(1965년 6월, 제5진으로 파독, 함보른 탄광 근무)씨의 제안으로 1차 세계대회가 시작됐다. 2009년에는 시카고에서 2차 세계대회가 열렸다.‘파독 산업전사’란 바로 2차 대회 때에 대회장이었던 신길균씨가 제안해 채택된 명칭이다. 이는 파독광부 뿐만 아니라 파독간호사까지 포함해 이들이 조국이 어려웠던 시절 경제발전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감당한 산업역군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것을 기억하고 정체성을 찾자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2010년 8월에는 독일에서 제 3차 세계대회가 개최됐다. 40년 전 젊은 꿈과 애환이 담겼던 광산을 방문한 옛 산업전사들의 가슴은 벅차 올랐고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곳엔 여전히 그들을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출가한 딸의 친정과도 같은 마음의 고향, 독일 루르지역에서 뜻 깊은 3차 세계대회를 개최하면서‘파독산업전사세계대회’는 정기행사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제3차 독일 세계대회는 마침 광복절과 비슷한 시기에 일정이 잡히면서 광복절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제3차 세계대회 공식행사가 시작되면서 미주지역 동우회장 김성환사장을 비롯해 시카고의 신길균 사장 등 재미동포 일행은 버스를 전세 내 그들의 젊음이 묻혀있는 탄광단지를 돌기도 했다. 옛 일터 함보른 25광산 인근, 발줌(Walsum) 탄광 입구에서 깊은 감회에 잠긴 김성환씨는“나는 역경에 처할 때마다 독일 광산에서 일하던 때를 떠올리며 스스로 힘을 얻곤 했다. 1000미터 지하 막장에서 새카맣게 탄가루를 뒤집어 쓴 채 돈을 벌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냈던 그 투지와 정신력이면 무슨 일이든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시련들을 버텨나갔다”며“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3년간 독일에서 광부로 일했던 나의 젊은 과거에 대해서 지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LA에서 참석한 이현구씨는 43년 만에 돌아왔다. 발줌 기숙사에 살면서 함보른의 25탄광과 발줌 탄광 양쪽에서 근무했던 이씨는 골목과 거리를 되짚어 보면서 감회에 젖었다. 모든 것이 많이 변해 버렸다고 말하면서도 용케도 자전거를 샀던 가게자리며 벼룩시장 자리도 찾아냈다. 제3차 세계대회 개막식은 2010년 8월 18일 에쎈 소재 파독광부기념회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3차 대회의 대회장인 고창원 글뤽아우프회장은“1차적인 목적은 1963년 초창기에 오신 원로들과 후발대로 온 젊은 층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서로 교류와 친목을 다지는 데 있다”며“2차적인 목적은 우리의 2세들이 이제 세계 각 처에 퍼져 살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성하자는 데 있다”고 대회 취지를 말했다. 고 회장은 이어“그동안 우리는 한국정부에 독일광부들을 기억해달라고만 했지 정작 우리들 자신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일에는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라며“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를 살펴보면서 미래를 꿈꿔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대회의 모토도 과거를 상기하며 미래를 다듬는다고 정했다”고 밝혔다. 문태영 주독대사는 환영사를 통해“우리나라가 어렵던 1960년대 광산근로자들이 만리타국 독일까지 와 피땀 흘려 번 돈이 모두 한국으로 송금되면서 조국의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했다”며“그 때 그 분들이 세계 여러 곳에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이제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 친구, 동료들과 다시 만났다. 이번 대회는 서로 만나 회포도 풀고, 지난 날을 돌이켜 보는 뜻 깊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광부로 오신 이 분들은 한국 뿐 아니라 독일 경제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크므로 독일에서 보더라도 귀감이 되는 분들이다. 또 많은 분들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가 정착해 살면서 그 곳에서 크게 사업을 시작하고 성공했으니 이 또한 동포들의 귀감이 되는 일이다”라고 산업전사들의 업적을 평가했다. 3차 개막식에서 삼성 유럽의 양해경 사장의 축사는 윤행자 문화회관 건립추진위원회 부이사장이 대독했는데 낭낭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이 곁들인 낭독은“한편의 대서사시”였다. 그 만큼 축사의 내용은 감동적이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회중의 가슴을 후벼 파며 코끝을 찡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60년대 초 한국 농촌의 춘궁기로 배곯던 시절부터 오늘날 세계 정상급 국가로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들을 광부를 주체로 해서 엮은 양 사장의 축사는 어느 문학가 못지않은 훌륭한 글이었다. 목이 메어 떨려 나오는 낭독자의 감정이 회중에게 이입되면서 감동의 물결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뉴욕의 김성환씨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을 훔쳐대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 콧물 닦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3차 세계대회는 40여년 전 함께 일하던 옛 친구를 처음 상봉하는 감동적 장면의 상봉장이 되기도 했다.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하는 모습이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는 장면과 흡사했다. 40년 만에 소식 한 자 없이 나타난 옛 친구,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무슨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들은 손을 맞잡고 얼굴을 부비며 껴안고 또 껴안았다. 그들은 그렇게 애틋한 우정을 나누었다. 2011년 4월 그 산업 역군전사들이“해외한인의 1번지”인 LA에서 제4차 세계대회로 다시 만나 또 다른 감격에 얼싸안고 지난 세월과 추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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