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상공회의소(이하 LA상의)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조직 내 잡음이 심하다. 김춘식 현 회장이 연임을 노리며 일찌감치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혀 선거 분위기에 불을 지폈고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 단독 회장 추대가 기정사실화 됐던 에드워드 구 이사장도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해 선거는 두 후보의 2파전으로 예상된다. LA상의는 본격적인 차기 회장 선거 체제에 돌입했지만 3년 만에 치르게 되는 회장 경선으로 이사회 내분과 분열 조짐이 예상된다. 제 34대 회장과 이사장으로 현 LA상의를 이끌었던 김 회장과 구 이사장의 출사표와 속내를 들어보았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LA상의 차기 회장은 에드워드 구 이사장의 단독 추대로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 김춘식 회장이 돌연 재출마 의사를 밝혀 잠잠하던 LA상의가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 선거 세칙 개정, 일방적인 선관위 구성과 부회장 경선을 주장하는 등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던 김 회장의 행보에 전 회장들을 비롯한 원로들과 이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5일 정기이사회에서는 김 회장의 공식 출마선언과 세칙개정, 선관위 구성 등을 놓고 뜨거운 격론이 벌어졌다. 이사회는 오는 12일 선거공고, 내달 3일 후보등록 마감, 내달 17일 정기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용태, 이승렬, 김금규 등 3명의 이사를 선거관리위원으로 인준했다. 일부 이사들이 “선관위원들은 회장 경선에 입후보하는 김춘식 회장이 추천한 이사들이어서 형평에 어긋난다”고 반발했으나 정관 관련 세칙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에 합의했다. 선관위원장은 이용태 이사가 맡는다. 또 이사회에서 김춘식 회장이 추진하려 했던 부회장 경선과 회장 후보 자격 박탈 규정 신설 등 선거세칙 개정안은 참석한 대부분의 이사들의 반대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김 회장 “개혁위해 출마”
김춘식 회장은 이사회에서 경선 출마를 선언 하면서 “LA 상의는 정관에서 ‘회장이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연임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것은 일을 어느 정도 추진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인 만큼 그 권리를 포기하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의가 몇몇 전직 회장들과 원로들의 입김으로 좌지우지되는 분위기 때문에 이사들의 피선거권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상의는 관례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이사들은 자유롭게 의사표현도 하기 힘든 분위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분위기 때문에 회장에 출마하고 싶어도 출마의사를 자유롭게 밝히지도 못한다. 내가 먼저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사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싶었다”며 “상의에 이런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바람을 띄우고 싶었다. 상의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이 같은 출마의 변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 회장은 사업의 연속성이나 새로운 비전이 아닌 ‘정관에 나와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상의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다른 이사들이 나오지 않으려고 하니까’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출마의 저의를 의심케 하는 옹색한 배경이었다. 일부에서는 “바닥난 상의 재정을 출마 공탁금으로 메우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후보등록 시 공탁금은 현행 정관대로 회장 5000달러, 부회장 3인 각 2500달러 등 총 1만250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공탁금은 반환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상의 재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현재 상의에는 5만여 달러의 재정이 확보돼 있으며 6월부터는 인수인계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5월까지 상의를 꾸려나가는 데 충분하다”고 말해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일부 이사들은 “공탁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탁금을 통해 재정손실을 메우려는 김춘식 회장의 의도대로 지출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선거비용을 제외한 잔액은 후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취소된 사업 놓고 책임 전가
한편 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에드워드 구 이사장과 김 회장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구 이사장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김 회장이 경선 출마의사를 밝히고 선관위를 구성하는 등 회장추대 관례를 깨고 경선 체제로 돌입했다”며 “사전에 얘기 한마디 없다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어갔다. 1년 동안 함께 상의를 이끌어왔었는데 이런 경선 분위기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구 이사장이 서울 가기 전에 분명히 출마하겠다고 말했고, 그때 구 이사장은 특별한 말이 없었다”고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또 취소된 사업들을 놓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등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구 이사장은 “김 회장은 대부분의 사업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것을 이사장인 내 탓으로 돌리는 그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고 있다”며 “하지만 임기 중 사업 추진의 중심은 엄연히 현직 회장과 부회장 등 집행부이며 이사장은 이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회장은 “사업 추진은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몫이긴 하지만, 구 이사장은 엑스포사업을 놓고 ‘본인이 알아서 잘 진행할 것’이라고 앞에서는 큰소리치더니 한 게 하나도 없었고 결국 다 엎어졌다. 그런 부분들이 서운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거를 치러낼 것이며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활동으로 반드시 재선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구상하고 있는 큰 사업이 있고, 타운개발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타운개발위원회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 이사장 또한 이번 주 전직 회장들과 중진 이사들과의 모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선거 활동에 들어갔다. 또 “단체 자체보다는 한인 상공인들과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것이며, 그걸 실현하기 위해 좋은 목적과 전략을 가지고 도전할 것”임을 밝히며 이사진들의 지지를 구했다. 회장 경선으로 예상되는 상의의 내분과 분열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전으로 3년 전과 같은 내분이 일지 않도록 ‘포지티브 선거전’을 치루겠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 추대제를 도입한지 몇 년 만에 경선제로 돌아간 LA한인상의가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보다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1년 임기 동안 사업은 없고 회장 자리에만 혈안을 한다’는 오명과 실추된 위상을 극복하고 LA한인상의 본연의 기능인 한인경제 발전을 이끄는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