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 2탄] ‘재외국민 미주총회’ 대통령 축사 무단 사용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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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미주총연합회 및 세계총회’의 대통령 축사 도용 사건의 파문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해당 단체를 창립해 회장으로 취임한 유영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정관계 고위 정치인들의 이름을 도용한 축하메시지와 화환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유 회장은 현재 LA평통의 총무부 부간사로 활동하고 있어 불똥은 LA 평통으로까지 비화될 전망이다. 청와대를 포함해 여당과 평통사무처 등은 미주사회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건에 우려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단독 보도한 본지가 지난 5일 타운에 배포되자, LA총영사관 측은 다음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별첨 참조)를 보내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언론사에 협조를 요청했다.
총영사관은 보도자료를 통해“현재 내부적인 법률 검토와 함께, 본국 정부와 적절한 조치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주 한국일보도 7일자 보도에서‘대통령축사 무단게재 파문’이란 제목의 톱기사로 이번 사건을 크게 조명했다. 유영 회장의‘돈키호테식’행보를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성진 취재부기자>



미주 동포사회에서 특정 단체가 대통령의 이름을 무단 도용해 이용한 사례는 사상 초유다. 이에 한국 검찰이 국가원수 모독 혐의로 수사를 검토하는 가운데 실명이 거론된 정부 관료와 일부 정치인들까지 법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어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현재 본국 법무부와 LA총영사관이 ‘관명사칭, 명예도용, 사기혐의 등으로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7일 밝혔고 현재 유영 회장은 연락이 잘되지 않고 있다.


과시욕이 부른 몰지각한 행태


축사 무단도용 파문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한국사회에서 만연된 학력위조나 경력위조 사태에 버금가는 행태”라면서 “해외교민사회 일부 몰지각한 단체장들이 고위 정치인의 후광을 빌리려는 사기행위라고 볼 수 있다”라며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번 사태보고를 받은 한 담당관은 ‘앞으로 참정권을 두고 어떤 일이 더 발생할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또 이 관계자는 “내년 재외국민 참정권 투표를 앞두고 국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일부 동포들이 각종 단체나 직함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단체 이름을 과장하거나 정계 고위직을 후원자로 마구 사용하면서 말썽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 회장은 최근 “박근혜 의원 비서실의 한 관계자가 ‘잘하라’는 격려 인사가 있었다”며 “이는 박근혜 의원의 축하로 볼 수 있다”는 아전인수격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박근혜 의원 사무실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 발등 찍은 총회 창립행사


이 같은 유 회장의 행태는 미주사회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독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최근 한인단체들의 분쟁으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 때문에 우리 미주동포들이 ‘똥포’소리를 듣는 거 아니냐”며 “이제는 LA에 사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격분을 금치 못했다.
한 원로 언론인은 “혼자 단체를 만들기 멋쩍어 새로 만든 단체를 빛내려 자천타천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마구 도용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한인들 이름을 내세워 봉사를 한다면서 만든 단체장 또는 관련인사들은 사실상 동포사회 봉사와는 관련이 없는 감투 만들기 명함 찍기, 광고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정치권 인사들은 미주지역에 만들어진 이런 종류의 각종 단체를 자신의 후원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비꼬았다.











 ▲ 유영 회장
유 회장은 해당 단체를 창립하기 전 LA 총영사관에 단체를 만든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대통령, 외무장관 등 행정부 최고 관리들의 축하 메시지 또는 축하 화환을 받을 수 있게 섭외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 배포된 홍보전단에는 연세대 남가주 및 미주총동창회의 축하광고와 함께 한미은행, 중앙은행, 롯데상사 미주법인 광고가 포함됐다. 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금호, 해태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축하광고도 게재됐으며 LA평통 협의회의 축하광고도 전면으로 올렸지만, 이들이 실제로 해당업체들과 접촉한 결과 대부분 축하광고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기자에 협박성 전화도


유 회장이 현재 LA평통(회장 이서희) 총무부 부간사로 재직 중인 까닭에 평통 일각에서도 그에 대한 징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LA평통의 한 관계자는 8일 “이 회장을 포함해 임원들이 14기 임기 말이라 임원 징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14기 평통이 ‘홀인원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 일로 또 이미지가 손상될 게 뻔해 쉬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 회장은 지난 5일 LA평통 사무실에 들러 일부 임원들에게 “왜 나의 회장 취임식에 참석치 않았나” “내가 평통 임원인데 임원들은 예의상 참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평통 사무처는 축사 도용 사건에 대해 LA평통 간부가 직접 관련됐다는 사실을 통보 받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행정수반인 동시에 평통의 의장이기도 하다.
유 회장은 본지가 타운에 배포된 지난 5일 본사에 전화를 걸어 리셉션 담당자에게 “발행인과 담당 기자는 이번 기사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본지는 이에 ‘언론기관에 대한 폭력성 행동’으로 보고 LAPD 측에 통보할 방침이다.







“대통령 각하 격을 높이려고 한 것이다”


본지는 ‘재외국민 미주총련 및 세계총회’ 창립총회를 주관한 유영 회장과 지난 4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진은 이 대통령 등을 위시한 고위 정치인의 축하광고 게재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 이번 행사에서 설치된 대통령 축하화환과 팜플렛에 게재된 축하광고가 사전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잘못된 것이 뭐가 있는가. 우리는 당사자들로부터 축하의 뜻을 받았다.


▶ 이명박 대통령 축하 화환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축하 메시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축하메시지를 게재하게 된 동기는?
– 청와대에 우리 행사에 대해 축하를 보내 달라고 신청했으며, 외교부에는 공문을 보냈다. 외교부 측에서는 축사는 안 된다고 해서 다시 우리가 축하의 뜻이라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 후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 반대한다는 뜻이 아닌 것으로 간주해 묵인 승인으로 받아들여 우리가 축하의 뜻을 담은 것이다. 아무런 답신이 없으면 반대가 아니지 않는가. 반대한다는 답신이 오지 않는 한 묵인승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대통령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축하를 요청했는가
– 청와대 이메일(webmaster@president.co.kr)을 통해 각하에게 두 번이나 요청했다. 반대한다는 내용을 받은 바 없었다.


▶ 청와대에 보낸 그 이메일 사본을 보내줄 수 있는가.
– 보내 주겠다. (하지만 유영 회장은 이메일 사본을 기사 게재 일까지 보내오지 않았다)


▶ 이번 일과 관련해 한국정부 측에서 문의가 있었는가.
– 한국 정부 기관에서는 문의가 없었다. 다만 LA총영사관에서 문의가 있었다. 영사관측에 나는 “상의군경 단체장으로 각하를 높여 주려고 한 것”이라고 했으며, 우리가 대한민국 국적자 단체로는 유일한 단체이기에 이런 우리를 각하께서 격려하고 축하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해주었다.


▶ 국적자 단체로 유일한 단체란 의미는,
– 우리 단체는 대한민국 국적자로 해외에서 창립된 유일한 민간단체이다. 미주 250만 동포를 대신하는 우리 단체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마땅히 축하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그 국민의 해외 단체 창립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런 단체를 수장이 격려를 하지 않으면 누가 하는가. 나는 대통령 각하의 격을 높이려고 한 것이다.


▶ 이번 일에 대해 동포사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 우리 활동은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 해외의 순수한 대한민국 국적자 단체이다. 국익을 위해서도 이번 일은 묵인승인으로 조치한 것이다. 이것이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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