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본국 언론들의‘막가파식’행태가 대기업들 사이에서 비판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몇몇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일부 타블로이드 시사 주간지나 인터넷 경제지 등이 <선데이저널>에 보도된 특종 및 단독 기사들을 마차 자기들이 취재한 것처럼 들고 가서 광고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들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최근에는 증권가 정보지에도 관련 내용이 돌고 있다고 한다. 비단 기업 기사뿐만이 아니다. 정치권 관련 기사에서도 이런 모습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BBK 관련 기사나 재미동포 무기중개상 조풍언 기사는 본지가 처음 문제 제기를 했을뿐만 아니라 후속기사를 꾸준히‘팔로우 업’해왔다. 그러나 일부 시사 주간지들은 마치 본인들이 단독으로 보도한 것처럼 기사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매체들은 기자들 수가 5~10명 정도에 불과해 한국 내 취재도 제대로 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이다. 그런데 이들이 마치 미국 현지에서 자기들이 취재한 것처럼 접근해 기업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선데이저널>은 도를 넘은 한국 언론들의 막가파식 취재 및 영업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특집기사를 보도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저널>은 지난 2월 3일,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해외 은닉 부동산과 관련한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조성 발언과 맞물려 언론계에서 적지 않은 이슈를 몰고 왔다. 당시 몇몇 주간지 및 일간지들이 기사 관련 내용을 아이템화 했고 이 중 일부는 본지에 문의도 해왔다. 하지만 기사내용과는 달리 일부 몰지각한 타블로이드 주간지나 인터넷 경제지들은 다짜고짜 신세계 홍보실에 연락해 마치 이 기사를 자기들이 직접 취재한 것처럼 언급하며 거액의 광고를 요구했다고 한다. 신세계 측에서도 이들이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오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광고를 줬다고 한다. 오너 관련 내용이 국내에 보도될 경우 기업 측에서 굉장히 당혹스러울 수 있다는 약점을 이런 매체들이 악용한 것이다.
몰지각한 국내 언론
이런 사례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멀게는 지난 2003년 본지는 삼성그룹 황태자 이재용 사장의 해외비자금 의혹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삼성그룹은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본보 기사를 막으려 했으나 본지는 이를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자 본국 언론들이 본지 기사를 들고 삼성에 찾아가 사실 확인을 했고 일부 언론은 이를 빌미로 광고를 요구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06년 본지는 (주)신영이 LA 중심가에 짓고자 했던 주상복합센터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제기했다. 이 기사 내용이 보도되자 시사 주간지 광고사원들이 그야말로 ‘개떼’처럼 신영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당시 중견 건설업체에 불과했던 신영은 이 사건으로 인해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한 최근 본보가 롯데그룹 미주 법인장의 횡령 사건을 보도했을 때도 일부 언론들은 ‘이를 기사화하겠다’며 롯데그룹 측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지각한 주간지나 경제지들의 막가파식 행태는 그야말로 언론이기를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매체들은 보통 10명이 채 되지 않는 기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언론 본연의 임무인 ‘권력 감시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광고수주에 그 목적이 있다할 정도로 막가파식 영업을 한다. 이들은 기업이 광고를 주지 않았을 경우에는 지면에 ‘특종’, ‘단독보도’라는 타이틀을 붙여 마치 자신들이 취재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최근 어려워진 언론 시장을 감안한다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자기네들의 취재 영역 밖에 있는 사건들을 마치 자신들이 취재한 것처럼 기사화하거나 영업을 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언론들은 본보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구미가 당기는(?)’는 내용이 올라오면 바로 기업 홍보실로 찾아간다고 한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막가파’로 치부하기도 한다.
정치기사도 베껴 써
이런 일은 비단 경제 기사뿐만이 아니다. 정치·사회 기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지난 2007년 대선 최대 이슈였던 BBK 사건은 본지가 최초 보도한 사건이다. 본지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기사를 ‘팔로우 업’ 해왔다. 다스와 BBK의 관계도 이 연장선상이다. 본지는 최근까지도 다스 관련 미스터리를 보도했다. 그런데 일부 시사 주간지들이 마치 이런 내용들을 자신들의 취재에 의해 밝혀진 것처럼 보도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재미동포 무기중개상 조풍언 씨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본지가 조 씨에 대한 단독기사를 보도하면 다음 주 일부 본국 언론들은 본지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는 LA 현지가 아니면 취재할 수 없는 내용이나 취재원들의 멘트까지도 자신들이 딴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양수경 – 변두섭 부부의 하와이 쇼핑센터 매입 의혹’,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도 비슷한 것들이다. 여기에 비하면 본국 정론지의 보도는 역시 달랐다. 최근 본지가 보도했던 ‘다스, BBK 상대 140억 소송 포기’ 기사를 보자. 본지가 이 내용을 최초 보도하자 경향신문이나 한국일보, 내일신문 등 소위 정론지는 출처가 <선데이저널>임을 밝혔다. 다음은 지난 5월 13일 경향신문 보도 중 일부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주)다스가 김경준 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재산환수 민사소송을 최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 누나 에리카 김의 돌연한 입국과 검찰의 불기소 처분, ‘청계재단’으로의 다스 지분 5% 이전 등 최근 진행된 일련의 흐름과 맞물려 다스의 소송 취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 로스앤젤레스(LA) 소재 교포신문 ‘선데이저널’은 다스가 김경준 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포기요청을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접수했고, 재판부는 지난 7일 이를 수용했다고 12일자로 보도했다. 다스는 2003년 ‘BBK에 투자한 190억원 중 반환되지 않은 140억원을 돌려 달라’며 김 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2007년 미국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막가파 행태 멈춰야
미국 그 중에서도 LA는 많은 한인들이 모여 사는 만큼 사건 사고도 다양한 곳이다. BBK 사건의 김경준, 에리카 김 뿐만 아니라 조풍언, 린다 김 등 한국에서 화제를 몰고 왔던 인물들 모두 LA 한인사회를 기반으로 해왔다. 뿐만 아니라 시민권자 출신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재벌가 인사나 연예인들도 LA를 자주 오간다. 이런 LA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한국 언론들이 취재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이 곳에 특파원들을 파견한 일간지 정도 되어야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을 뿐 시사 주간지나 인터넷 경제지들은 거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이 곳이다. 반면 <선데이저널>은 이 곳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들의 취재에 특화된 언론이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들을 취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자들의 피와 땀이 어려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본지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와 기사들을 접하는 한국의 독자들이 많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본지는 본국 언론들에 비해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이런 허점들을 이용해 본지의 컨텐츠를 마치 자신들의 것인 마냥 활동하는 몰지각한 한국 언론들의 행태는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기자들의 노력을 대가없이 가로채는 행동이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언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추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된다면 본지는 몰지각한 매체들의 실명과 행태를 가감 없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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