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긴급진단]흔들리는 미국, 떠나는 동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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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수 십 년간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를 지켜왔다. 정치적으로만 아니라 경제력, 군사력 심지어는 스포츠까지 미국은 모든 영역에서 초강대국으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외동포들이 살고 있는 곳이 미국이라는 것도 이런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많은 동포들이 초강대국인 미국의 그늘 아래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기회를 얻고자 이 곳에 왔다. 이제 그런 미국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본지가 이번 호에서 다루는 기사 중 하나인 역이민 현상도 흔들리는 미국의 모습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수많은 동포들이 발붙이고 있는 미국. 최근 불어닥친 경제 위기를 통해 미국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우리 교민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

<리차드 윤 기자>

“위대한 미국의 몰락(The Great American Downgrade)”.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5일자) 표지 제목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1달러 지폐의 표지모델인,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든 사진과 함께 등장했다. 이는 국가부채 상한 증액협상 과정의 난맥상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 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위 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오늘의 미국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질서의 역사적 맥락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자주 개진한다. 옛 소련이 몰락한 뒤 지난 20년간 유지돼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 여기에 기축통화로 한 미국의 경제적 패권 지위가 서서히 무너지는 장면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강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더 이상 유일 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은 예전과 같지 않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는 신뢰성을 의심받게 됐다. 70년간 지속한 달러의 패권적 위상도 서서히 위협받을 수 있는 국면이다.

게다가 국가부채 상한 증액 협상 과정에서 앞으로 미국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야 할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서는 국방예산도 크게(6천억달러)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군사패권도 위축될 가능성이 지목되는 이유다.

국고의 탕진

미국의 위축된 모습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국고의 탕진을 거론할 수 있다. 미국의 재정상황을 들여다보면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한 단계가 아니라 대폭의 수준이 돼야 한다는 금융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백악관과 정치권이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합의하기 전 미국의 국가부채 상한은 14조 2천 940억달러였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총액 14조 5천달러가 대부분 소진되는 규모다. 미국 국민 1인당 평균 부채가 17만 6천달러임을 의미한다. 오죽하면 S&P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에 백악관과 미 정부가 반발하자 S&P가 이례적으로 “추가 강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을까.

이런 상황은 사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더욱 악화했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9.11테러를 계기로 세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했던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에 매달렸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국가 예산을 전비로 쏟아부었지만 그가 바라던 미국 중심의 질서는 오히려 더 멀어져간 것이 현실이다.

‘변화’의 기치를 내걸고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실험도 여전히 미국 국내정치의 틀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국제사회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중국은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며 군사력 강화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패권적 지위를 내놓더라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 진단이다. 흔들리는 미국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미국의 움직임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할지 불투명하다. 결국 미국이 ‘흔들리는 초강대국’ 위상을 스스로 치유하고 사태를 수습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이다.

기댈곳은 어디?
















 

물론 미국의 몰락이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미국이 흔들리면 세상 사람들은 어디에 기대게 될까? 아직은, 다시 미국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미국보다 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갈려 일사분란한 해법을 내기가 훨씬 어렵다. 그리스 등 일부 국가는 이미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을 받아 비상상황을 꾸려가고 있으며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위기설이 부각돼 나름의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중국은 놀라운 제조업 성장세를 바탕으로 전 세계 돈을 끌어모으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유력한 국가로 지목된다. 미국 국채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요즘 흔들리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지역이다. 하지만 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르려면 한참 더 성장해 여러 부문에서 개발도상국의 딱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선진국 일본은 한때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경제대국의 명성을 들었지만 21세기 들어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계 경제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데다 올해 초에는 대지진과 쓰나미까지 겪으면서 제 앞가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증시의 몰락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증시가 거꾸러진 것은 등급 강등의 매를 맞은 당사자라서 그렇다고 치지만 다른 나라 주식들은 왜 이리 심하게 떨어졌을까.

미국이 아직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단위를 형성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경제가 침체하면 미국과 거래하는 각국의 무역 규모가 주는 등 실물경제가 바로 영향을 받게 되고 금융·상품·선물 시장 등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여전해 다른 국가들에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비록 한 신용평가사의 조치이긴 하지만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됐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국에 등을 돌린 투자자들이 찾은 안식처가 어디였을까.

역설적으로 그곳은 다시 미국이었다. 미국 국채는 이날 ‘안전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채권 수익률은 하락),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0.22% 낮은 연 2.35%를 기록했다.

물론 전통적인 안전자산 금도 인기가 치솟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미국 국채는 나쁜 성적표를 받은 장본인임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났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국채가 역시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 가격이 오르던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현상이 재연된 것이다. 이런 배경의 한편에는 미국이 통화금융정책을 통해 이번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기축통화 발행국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즉 재정 적자가 계속 문제가 되면 다른 걸 희생하고라도 돈을 많이 풀어 달러 가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함으로써 빚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투자를 유발해 경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

동포들의 선택은?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동포들이 해야 할 선택은 무엇인가. 먼저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점차 잃어갈 것이라는 대전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거의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꿈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동포들은 단기적으로는 1년 단위로 끊어서 장기적으로는 5년 앞을 내다보며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70~80년대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리를 잡았던 경험으로는 더 이상 동포들이 버틸 곳이 없을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동포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때다.






강남 유명 어학원장, “14년전 LA 갱단이었다”

LA경찰국이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령을 내린 갱단 출신 재미동포가 국내로 도피, 신분을 세탁하고 14년간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서울 강남 지역에서 영어 어학원을 운영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8일 이 같은 혐의로 김모(3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신분 세탁 사실을 알면서도 동업을 하고, 무자격 강사를 고용해 함께 어학원을 운영한 혐의로 강모(36)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78년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로 현지에서 단과대학을 중퇴하고 필리핀계 갱단에 가입했다. 1997년 5월 경쟁 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 2명을 권총으로 쏴 중상을 입혀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LA 이민 사회는 멕시코계와 캘리포니아계 갱들의 폭력이 심해, 10대 한국계가 자발적으로 갱단을 만들어 대항하거나, 기존 조직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김씨도 10대 초반에 갱단에 가입했고, 김씨가 속한 갱단 FTM(FlipTown Mob·플립타운의 폭도)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상당수 가입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LA경찰국이 수사망을 좁혀오던 1997년 7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미국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신분을 만드는 것이 급했다. 김씨는 입국 직후 서류를 위조해 미국 플로리다 이민자 이모(31)씨로 변신했다. 지문을 등록하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린 뒤 여권과 운전면허증까지 발급받으며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서울 강남 일대의 어학원을 돌며 원어민 강사 생활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학원을 전전하며 SAT(미국의 대입 자격시험), 토익, 토플 등을 가르쳤고 한 달에 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3년 전부터는 이번에 적발된 교포 출신 강씨와 함께 아예 서울 강남에다 영어 어학원을 차렸다.

경찰은 “김씨는 단과대 자퇴, 강씨는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 미국 명문 대학인 UCLA, 샌디에이고주립대 출신이라고 홍보하고 학생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무자격 외국어 강사들을 끌어모은 이들은 서울 신사동의 4층짜리 건물 세 층을 임대해 어학원을 차렸다. 초·중·고등학생을 모아 한 달에 100여만원의 고액 수강료를 받으며 SAT를 가르치는 등 사업은 잘 풀리는 편이었다. 이들의 연 수입은 합계 1억 5,0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김씨는 중국·태국·홍콩 등을 34차례나 여행하는 등 거리낌 없이 도피 생활을 즐겼다. 김씨의 14년 도피 행각은‘서울 강남에 미국 경찰이 살인미수로 수배한 원어민 강사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검거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경찰 관계자는“한국에서는 신분 세탁 혐의와 무자격 외국어 강사 고용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겠지만, 조만간 미국으로 송환돼 살인미수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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