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앞에 가는 차 뒤꽁무니만 보고 따라가는 ‘후미등 따라잡기 전략(tail light strategy)’을 구사했다. 이 전략으로 소니,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같은 일본 전자업체를 제칠 수 있었다. 미세 정밀 공정에서 앞선 일본 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같은 창의적 사고에 기초한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애플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 19일(현지 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2백 85억 7천만 달러(30조 1천억원가량)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33%나 되었다. 제조업체 영업이익률이 기껏해야 7%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2분기 순이익은 73억1천만 달러(7조원가량)이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28% 상승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액정표시장치 같은 부품의 최대 고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고객과 벌이는 전면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플은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 A6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타이완 업체에게 맡길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애플과의 소송전이다. 삼성 입장에서 애플은 최대 고객이자 최고 경쟁자인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더구나 최근 들어선 애플이 갤럭시S Ⅱ와 갤럭시탭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오며 양측 간 글로벌 소송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특히 독일 법원에서 갤럭시탭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치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며, EU시장 전체 수출이 막힐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뿐 아니다. 그간 삼성의 대표적 먹거리였던 반도체와 LCD 시황은 불황에서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 엘피다를 비롯해 대만 업체들은 너도나도 ‘삼성 잡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 더해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삼성전자 주가는 곤두박질 친데다,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 더블딥 우려를 헤쳐나갈 묘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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