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한인경제의 젖줄 ‘자바시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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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의류상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자바시장의 중심,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경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 악재들로 더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형국이다. LA 한인 경제계 또한 불황의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경기가 오래 계속되다보니 버티기에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한인경제의 젖줄이라고 하는 자바시장도 옛 명성이 무색하리만큼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불경기로 인해 자바시장 내 한인상인들의 폐업과 야반도주가 최근 들어 더 잦아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원성이 들끓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문을 닫고 사라져도 관련 업체들은 아예 추적조차도 포기한 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바시장을 이루고 있는 도매업체와 원단업체, 그리고 봉제업체 등이 ‘하나된 자바’에 뜻을 모아 불황 타개에 나섰으며, 또 한미FTA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불황 속에서 시름에 빠져있는 자바시장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불황 탈출에 안간힘을 쓰며 자구책 마련을 위해 뛰고 있는 업계를 전망했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LA 자바’는 미주 한인들의 본토 이민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1970년대 유대인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의류업을 하던 곳에서 뜨내기 일꾼으로 시작해 40년 세월을 지나오면서 한인 경제의 젖줄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10여년 전부터 중국의 값싼 섬유제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자바상권은 크게 위축된 상태지만 여전히 자바는 한인 경제의 근간이다. ‘자바가 살아야 한인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 그대로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최근의 불황에 자바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자바시장은 전체 업체 중 40% 정도가 근근이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고, 50%에 이르는 업체들이 폐업의 기로에 서 있을 정도로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겨우 10%만이 그나마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인상인들의 야반도주와 잠적은 더 빈번해 졌으며 이제는 관례로 받아들일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


업체들의 고의적인 파산보호 신청이 잦아진 가운데 자바시장 내 한인 의류도매업체들이 폐업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갑자기 문을 닫아 하청을 받은 봉제 및 원단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속출하고 있다. 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경우 민사소송이나 합의 등을 통해 피해액을 줄일 수 있지만 폐업을 하고 업주가 잠적해 버리면 피해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13곳이 넘는 중견 의류업체들이 미수금 문제를 일으킨 채 문을 닫았고 소규모 업체들도 많아 업계는 살얼음판이다.



소리 소문 없이 야반도주


자바시장 내에서 1년 반 동안 영업을 해온 여성의류 전문 A업체는 최근 3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못한 채 갑자기 문을 닫았다. 이 업체가 입주한 건물 매니저는 “A업체는 임대료가 밀려 있던 상태로 사전 통보도 없이 문을 닫아 사흘이 지난 후에야 폐업 사실을 알게 됐다”며 “최근 비즈니스가 안 돼 잠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 내에서 5년 동안 영업했던 B업체도 문을 닫았다. 이 업체는 임대 계약이 끝나 가게를 정리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같은 건물에서 영업을 하던 주변 상인은 “금요일까지 옷을 팔았는데 월요일에 나와 보니 가게가 텅 비어 있더라”며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로 간다”고 말했다.


봉제협회 측은 “요즘 의류업체의 잦은 개·폐업으로 회원사들도 원청 신용도 확인에 고심 중”이라며 “의류 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폐업 업체 월매출의 약 20%가 봉제공장 피해액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단협회의 한 관계자는 “매뉴팩처 업체 1곳이 파산하면 보통 200만달러, 일반 의류 업체 1곳이 잠적하면 100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하청에 입힌다”며 “원청 업체가 잠적하기로 마음먹으면 당사자를 찾을 방법이 없어 속만 태운다”고 전했다.


 



 


중견급 업체가 문을 닫을 경우 매뉴 팩토링사를 포함해 봉제, 원단, 프린팅, 염색, 트림 등 50여업체가 미수금 문제로 적게는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200만달러 가까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매뉴팩처 등의 도매업자들도 폐업의 피해자긴 마찬가지다. 거래 소매업체들이 외상으로 제품을 구입한 후 폐업으로 대금을 지불치 않아 운영상 어려움이 심하다.


자금 회전이 원활해야 신제품 생산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는데 도매업체들은 외상제품에 대한 수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업상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도매업체들은 거래 업체들이 영업부진으로 어쩔 수 없이 외상 구입 대금을 지불치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고의적으로 갚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일부 거래 업체들은 외상으로 산 의류구입 대금을 지불치 않고 호화 주택을 장만하는가 하면 매장 수를 늘리고 있어 분노마저 느낀다”며 “외상으로 판 물건 값을 받지 못해 문을 닫은 도매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자바시장에서의 외상거래는 관례가 된지 오래다. 거래 업체들은 처음에는 현찰로 물건을 사다가 신용이 쌓이면 점차 외상으로 구입, 대금 지불 기한을 1달에서 3달까지 늘리다가 잠적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 한인의류협회(회장 크리스토퍼 김. 오른쪽)와 G마켓의 미국 에이전트사인 GSM(대표 장영석, 왼쪽)이 MOU를 체결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상인들 간 신뢰 무너져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인동포들 간 상호 신뢰가 깨지고 의심의 눈초리가 더해지고 있다. 불황은 상인들의 마음마저 피폐하게 만들었다.


 어제까지 멀쩡히 영업하던 업소가 밤새 문을 닫고 한국이나 타주로 야반도주하거나, 고의로 파산을 하고 상호만 바꿔 다시 영업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상인들의 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고 마음의 빗장까지 걸게 만들었다.


자바시장은 생산은 물론 수입, 도매, 소매 등 유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다. 매뉴팩처나 도매회사를 중심으로 원단이나 부자재를 공급하는 업체 하청을 받아 옷을 만드는 봉제업체 운반을 담당하는 물류업체 등이 촘촘히 얽혀서 돌아간다. 서로가 하청업자이며 발주자이고 고객이다. 그래서 어느 한 업체가 문이라도 닫으면 관련업계가 함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무수한 업체들이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협회는 이들 회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인의류협회(회장 크리스토퍼 김)는 한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의 미국 에이전트사인 ‘글로벌 쉬핑 마스터앤투앤(GSM)과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자바 브랜드의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빠르면 오는 9월부터 자바 브랜드 제품이 ‘G마켓 & 옥션’ 사이트에 입점해 ‘자바 USA’나 ‘자바닷컴’이라는 독립된 브랜드로 한국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게 된다.


의류협회 크리스토퍼 김 회장은 “이번 G마켓 입점을 통해 회원사들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자바 브랜드를 알리고 도매가 아닌 소매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마진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미FTA 후 무역량 증가 기대


또 올 하반기 한미FTA가 시행되면 미국산 의류제품에 부과되었던 평균 13%의 관세가 없어지면서 자바시장 제품의 무역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한미FTA 체결에 따른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의류협회는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미리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인의류협회는 오는 31일 오후 2시 ‘LA 패이스 마트’에서 ‘한미FTA가 의류업계에 미칠 영향력과 관세 적용률의 이해’라는 주제로 LA페이스마트에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코트라LA(센터장 윤원석),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LA 지사장 황인규), 통관 전문 베스트 커스텀즈(Best Customs. 사장 조셉 안) 후원으로 마련됐다.


한인의류협회 회원사 및 의류도매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세미나에서 코트라 LA는 한미 FTA가 한인의류업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발표하며 상인들과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또 통관 전문회사인 베스트 커스텀은 의류 아이템별 적용 관세율이 어떻게 다른 지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한다. 한국 무역보험공사는 크레딧(외상) 비즈니스 거래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한인의류협회 크리스토퍼 김 회장은 “의류업계는 한미FTA가 주는 혜택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며 시행에 들어갈 경우에 대응이 쉽지 않아 업계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이 세미나가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자바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작년 회장 선거 내분으로 인해 공백이 생기면서 6개월이나 늦게 임기가 시작됐는데…


▶ 작년은 의류협회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회원사들에게 죄송했고 염치도 없어서 취임식도 갖지 못한 채 임기가 시작됐다. 지난 3월에 임기가 시작되면서 2주정도 회원사들을 직접 방문하면서 협회를 대표해 사죄의 마음을 전달했다. 회원사들을 만나면서 야단도 많이 들었고, 싸늘하고 냉담한 반응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회원사들과 업계의 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을 약속드렸다.


– 짧은 임기 동안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는 주위의 평들이 많은데…


▶ 이번 임기 출범 후 열심히 뛰었다. 먼저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협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회원사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회원사들도 다시 신뢰를 보내주셨다. 이제는 정상화됐다. 협회가 재정립된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 사업적으로는 생산과 판매 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온라인 소프트웨어시스템(TPS)을 도입했다. 또 G마켓 입점 MOU를 통해 판로를 뚫고 마진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회원들과 가족들이 저렴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대 병원과 MOU를 추진했다. 이밖에도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세미나를 가졌고, 관계사들과 MOU도 체결했다. 8월31일에는 FTA세미나가 예정돼 있고, 9월20일에는 노동법 관련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사업들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인 거 같다. 10월 차기 임기가 출범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을 했고 협회를 정상화 시켰다. 주변에선 연임의 목소리도 들리는데…


▶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협회와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주변에서는 임기가 너무 짧아 연임의 목소리도 있는 거 같다. 이사진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양했다. 그저 7~8년 넘게 의류협회와 함께 하며 봉사해왔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협회와 업계의 발전을 위해 어떤 위치에서건 봉사하고 역할을 하겠다. 차기 회장으로 리더십을 가지고 개인 사욕이 아닌 협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음 임기를 잘 이끌어 주었으면 싶다.


– 자바시장뿐만 아니라 한인경제가 총체적으로 위기다. 의류업 종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내가 운영하고 있는 업체도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졌지만‘분명히 좋아질 것이다’는 희망을 가지고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힘들다. 모두들 어렵지만‘어렵다 어렵다’ 말도 못하고 꾸려나가고 있다. 도산하는 업체도 많지만 또 새로 개업하는 업체들도 볼 수 있다. 희망을 가지고 참고 버텨야 할 것이다. 경기는 분명히 다시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협회도 불황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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