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90% 빚 탕감” “리밋 남은 카드 현금 마련”… 많은 언론사와 인터넷 사이트의 생활안내 광고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재정난에 빠진 한인들에게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크래딧카드 채무를 갚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채무삭감 대행업체를 찾는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광고 문구에 현혹돼 업체를 찾았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채무삭감 대행업체라는 이름을 내걸고 채무삭감은 하지 않은 채 수수료만 챙긴 일부 악덕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채무의 90%까지 삭감해 주겠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수수료만 챙긴 후 아예 업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채가 줄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크레딧을 망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한인 채무재조정 업체의 폐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격도 안 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카드빚 탕감, 재융자, 모기지 빚 탕감 등 달콤한 유혹을 한 뒤 선금을 받거나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챙기다 종적을 감추는 피해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궁지에 몰린 한인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악덕 채무삭감 업체들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인해 크레딧 카드빚을 지게 된 한인 김모 씨는 한 라디오매체의 광고게시판을 통해 ‘채무의 90%까지 삭감할 수 있다’는 A사의 광고 문구를 보고 업체를 찾아 채무삭감을 의뢰했다. 알고 보니 A사는 한인들 사이에 대표적으로 알려진 채무삭감 전문업체여서 더 믿음이 갔고, 이번 기회에 정말 피땀 흘려 돈을 모아 카드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계약 당시 A사는 고객이 중도에 계약을 취소해도 고객이 입금한 돈은 전액 환불해준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기도 해 김씨는 안심했다. 하지만 김씨는 몇 달이 지나도 업체로부터 채무조정 진행에 대해 이렇다할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고, 그 사이 이자가 너무 불어나 그나마 모았던 돈으로는 갚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김씨는 점점 불안해진 마음에 “계약을 취소해도 입금한 돈을 다 환불해준다”는 계약서의 내용을 믿고 계약을 파기했다. |
4600달러 중 2600달러가 수수료? A사도 일단 계약을 취소하고 조금 더 돈을 모은 후 다시 계약하자고 했다. 그러나 계약 시 본인들이 말한 것과는 달리 입금했던 4,600달러 중 2,600달러 정도는 수수료 명목으로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채무 조정을 해야 되는 카드가 4개나 되는데 그중 하나도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수수료만 챙기기에 급급해 입금액의 절반이 넘는 돈을 떼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려운 사람들을 등쳐먹는 이런 비열한 사기행각에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A사에 몇 번이나 전화하고 따졌지만 담당자라는 직원에게 오히려 심한 욕설과 “집에 찾아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김씨는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에 같은 동포의 피를 빨아먹는 유명 채무삭감 업체 A사의 비열한 횡포에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싶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몇 달 전 A사에 피해를 당한 한인 정모 씨는 “이런 업체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영어 못하는 한인들을 상대로 수수료만 뜯어 먹는 사기꾼들이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TV광고에서 연방정부 공인업체라는 문구를 보고 믿을만한 업체라고 생각하고 A사에 일을 의뢰했다. 하지만 일을 맡긴지 수개월이 지나도 채무조정이 진행이 되지 않자 계약을 파기하고 입금한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전액을 돌려주지 않았다. 또 “채무삭감 업체는 연방정부 공인업체가 없다고 주위에서 들었는데, 정말 공인업체가 맞느냐?”고 물었더니 “타 업체가 공인이 없으니까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면서 “우리는 연방정부 공인업체가 맞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하지만 요즘 A사의 광고에서는 ‘연방정부 공인업체’의 문구만 쏙 뺀 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며 “애초부터 연방정부 공인업체도 아니면서 그런 거짓광고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밝히면서 A업체 때문에 더 어려워진 생활에 울분을 토했다.
|
숨겨진 수수료 주의 이처럼 크레딧 카드 빚을 줄여 주겠다는 업체에 일을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한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소비자 보호단체 관계자는 “업체 측 말만 믿고 제때 돈을 갚지 않았다가 크레딧이 더 나빠지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수수료를 청구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기관이 탕감해준 금액에 대한 세금 문제로 뒤늦게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문제의 업체들은 금융기관 대신 자신들에게 상환금을 보낼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그제서야 금융기관과의 협상을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협상이 시작될 때까지 의뢰인은 상환금을 연체한 셈이 되며 크레딧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소비자 보호단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6개월 동안 돈을 내지 않으면 채무 이행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신용정보회사에 알린다”며 “이 기록은 7년 이상 남는다”고 말했다. 협상을 통해 카드빚이 조정되더라도 이미 크레딧이 나빠진 뒤여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지적이다. 업체들이 요구하는 비싼 수수료도 문제다. 한 의뢰인은 2천1백여 달러의 부채 조정 대가로 무려 1천5백95달러를 청구당했다. 한 법률구조회 관계자는 “미리 알려 주지 않은 숨겨진 수수료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한인 유모 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일부 채무삭감업체들의 사기 수법이다. 유모씨는 크레딧카드 빚이 계속 쌓여가자 신문광고와 TV광고를 보고 B업체를 찾아갔다. B사는 75%까지 채무를 삭감해준다고 하고 정부의 승인과 BBB(Better Business Bureau)의 승인을 받았으며, 전문 변호사와 제휴해서 일한다고 했다. 업체는 유씨에게 즉시 카드회사에 페이먼트를 중단하라고 했다. 또한, 크레딧카드 회사와 나중에 합의할 때 합의금을 모으기 위해서 일정 금액을 매달 부채 조정업체에 내도록 했다. 이월 지불금액은 업체가 개설한 은행계좌에 보관된다고 했다. 유씨는 카드회사로의 지불을 중단하고 매달 B사에 일정금액을 지불했다. 수개월 후 카드 회사로부터 소송이 시작되어 소송장을 채무조정 업체에 가져다주었다. 업체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개월 뒤 카드회사가 시작한 소송에서 유씨는 패소판결을 받았고, 카드회사는 유씨의 은행 계좌와 차량을 차압하고 유시의 월급차압을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받았다. 채무조정이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유씨는 항의하기 위해 B사를 찾아가 크레딧카드 합의금 명목으로 수개월간 낸 월 지불액을 돌려달라고 하자 업체는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직접 협상하는 게 최선 채무삭감과 크레딧 교정을 해 주겠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크고 작은 분쟁들이 잦다. 부채삭감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이 수수료만 받은 뒤 채무를 무작정 방치하는 악덕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90%가 넘는 채무삭감을 100% 보장한다면서 일시불로 거액의 수수료와 합의금을 요구하는 업체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어 구사에 문제가 없고 미국식 협상 문화에 익숙하다면 채권기관들과 직접 협상해 채무 변제방법과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작정 채무를 갚지 않는 것보다는 은행이나 크레딧카드 회사 등 채권자와 접촉해 채무를 이행하기 힘든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설명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또 “계약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 행위에 해당돼 업체를 사기협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 검찰에 따르면 부채삭감 업체가 채권자와 1대1로 대면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선불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며 수수료를 받고서도 업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기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채무삭감 대행업체로 인한 피해는 주 변호사협회(www.calbar. ca.gov)나 주검찰(www.ag.ca.gov/consumers)에 신고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