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국빈만찬(State Dinner) 에 한인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물론 유명인사가 아닌 사람도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백악관에서 만찬을 하는데 이번 만찬은 이명박 대통령의 5번째 방미 중 국빈만찬은 처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재임 중 5번째 외국정상을 위한 국빈만찬이었다. 이번 국빈만찬을 준비하면서 백악관 측은 ‘Fall Harvest’(수확의 계절, 추석)이라고 명명해 한국에서 온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재미한인들을 기쁘게 했다. 또 과거에는 미주총연회장 등이 초청됐는데 이번에는 총연 회장을 포함해 한인회 단체장들은 한 명도 초청되지 못했다. LA지역에서 한인 참석자는 강석희 어반인 시장부부와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김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존 조 등이었다. MB의 차녀인 이승연씨도 만찬에 참석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번 국빈만찬을 두고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6일자에서 “백악관 만찬 참석 예상자”를 보도해 눈길을 끌었는데 연예계에서는 하와이 출신 한국계 골퍼인 미셸 위, ‘그레이 아나토미’ 출연 배우인 샌드라 오, 미국ABC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의 남편 역을 맡은 대니얼 대 김, ‘체인징 디바’에 출연한 코미디언 마거릿 조 등이 예상명단에 올렸었다. 하지만 정작 나중에 백악관 측이 발표한 초청 명단에서 이들 연예인들 모두 탈락됐다. 또한 미국의 ‘태권도 대부’인 준 리(이준구)와 2006년 미 CBS 방송의 리얼리티 TV쇼 ‘서바이벌’ 에서 우승하며 유명 인사가 된 권율, 글로벌 의류체인점인 ‘포에버21’ 최고경영자(CEO) 장도원, 암코 테크놀로지(ATI) 창립자인 제임스 김(김주진) 등도 초청 명단의 물망에 올라 있었으나 역시 최종 명단에서 탈락됐다. 이번 국빈 만찬에는 미국측 정재계 유력인사 200여명과 한국 측 공식 수행원이 참석해 이 대통령 내외의 국빈방문을 축하했다. 국빈만찬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의 만찬과 ‘스테이트 다이닝룸’ 에서의 공연까지 총 4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자리에 한인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와 지난번 테러를 당했던 미하원 의원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의 수술을 집도했던 피터 리 박사부부, 할리우드 한국계 배우 존 조(39) 등을 포함해 미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한인들이 다수 초대됐다. 하지만 과거처럼 초청 대상이었던 미주총연회장 등을 포함한 지역 한인회장들은 한 명도 초청을 받지 못해 화제가 되었다. 특히 이날 한인계 배우 존 조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빈 좌석에 한자리를 차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석으로 된 주빈 테이블에는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여사 이외 한인 으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부부, 피터 리 박사 부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한인배우인 존 조 등이 클린턴 국무장관 레온 파네타 국방장관 등과 함께 자리 잡았다. 존 조는 영화 ‘해롤드 앤 쿠마’ 시리즈와 드라마 ‘플래쉬포워드’ 등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쳤다. 지난 2009년 피플지가 선정한 ‘섹시한 남자 Best 2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한인사회 인사로 LA에서 강석희 어바인 시장 부부,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김을 비롯해 동부의 명문 다트머스 대학의 김용 총장 부부, 전 예일대 법대학장을 지낸 고흥주 박사, ABC 앵커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주주 장(Juju Chang), 뉴욕시 ‘모모푸쿠’ 레스토랑 셀레브리티 주방장인 데이비드 장, 소설가인 이창래 프린스턴 대학 교수, 서울 태생의 마크 킴(Mark Keam) 버지니아 주하원의원부부, 로스앤젤레스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치는 크리스티나 김 등도 자리를 빛냈다. 교육계에서는 워싱턴DC 교육감을 지낸 미셸 리 부부도 참석했다. 미셸 리는 교육감 재직 당시 ‘공교육 개혁’으로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여러 차례 미셸 리의 공교육 개혁을 칭찬했다. 그녀는 지난달 화촉을 밝힌 케빈 존슨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시장과 함께 초청됐다. 이날 초청된 교육 관련 기업인인 데이빗 김 C-2 에듀케이션 사장은 하마터면 추억에 남을 만찬회에 빠질 뻔 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데이빗 김 사장이 백악관으로부터 온 초청장을 항상 있는 결혼 초청장인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책상에 버려 두었다가 뒤늦게 뜯어보고 놀라 흥분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서울 부모에게 전화를 걸고나서 자신이 국빈만찬에 초청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불야불야 준비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
주빈테이블에 앉은 한인계 배우 한편 이날 만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서로를 향한 각별한 우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정을 느낀다”고 말했고 특히 `정(情)’이란 단어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여러 차례 언급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평소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도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고 친구와 같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한국의 성공은 교육과 근면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어로 표현했지만 영어로 하면 ‘Yes, we ca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의 핵심은 아주 한국적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 개념은 시간일 갈수록 깊어지는 `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정을 지난번 참전용사의 날에,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날에, 한국을 방문하는 날에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 동양적인 좋은 `정’을 함께 갖고 있다. 어찌 보면 겸손해 보이고 속은 매우 강하다”라면서 “나는 매우 정직하므로 정직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미국 교육의 지향점으로 자주 드는 점을 언급, “우리 한국 교사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 대통령보다 자기들을 알아주는 대통령이라고 여긴다”고 말해 폭소가 다시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건배 제의도 상대국의 언어로 하는 배려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영어로 “I’d like to propose a toast(건배를 제의한다)”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어로 “건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미국자동차노조의 로버트 킹 위원장을 보면서 “이 자리에 오신 걸 보니 한미 FTA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해 또 한 번 참석자들을 웃게 했다. 국빈만찬을 즐긴 다음 참석자들은 이날 초청된 재미 한인 자매로 구성된 안 트리오의 클래식 연주를 감상했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 세 자매 마리아(첼로)•루시아(피아노)•안젤라 안(바이올린) 으로 구성된 안트리오는 1987년 주간 ‘타임’에 ‘미국의 아시아계 신동들’로 소개됐다. 또 2003년 주간 ‘피플’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 선정되기도 했다. 98년 EMI에서 발매한 첫 음반으로 독일 최고의 음반상인 ‘에코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LA타임스’가 선정한 ‘새천년 가장 주목할 연주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를 돌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펴고 있는 안트리오 평소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대신 몸에 딱 붙는 가죽바지, 탱크톱, 히피풍의 랩스커트 등 발랄한 평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같은 고전음악부터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현대음악까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 하는 연주실력으로 늘 청중을 몰고다니는 안트리오는 음악성 못지않게 품성이 바르기로도 명성이 높다. 세 자매의 모교인 줄리아드 음대에서는 실기만이 아니라 인성교육의 성공사례로 안트리오를 꼽는다고 한다. 이렇듯 아름다운 세 자매 뒤에는 “세 딸을 연주자가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 키웠다”고 자부하는 어머니 이영주씨가 있다. 이씨는 결혼 전까지 신문기자로 일했으며 90년 문학잡지 ‘한국수필’을 통해 뒤늦게 수필가로 등단했다. 이번 만찬에 어머니 이씨도 딸 덕분에 초청됐다. |
한미 관계 최고 최상 이날 만찬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환영하는 공식 환영식이 13일 오전 워싱턴의 백악관 사우스 론(South Lawn)에서 거행됐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행사는 취소될 뻔 했으나,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세계적인 언론사인 CNN과 Fox News, AP통신을 포함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 기자단은 백악관 기자실에서 취재준비를 하는 등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대한 언론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공식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는 미국 육군과 공군, 해군 등 3군의 군악대가 줄지어 등장해 멋진 군악 연주를 펼쳤다. 또 행사장에는 워싱턴 일원에 거주하는 재미 한인 동포들이 이 대통령의 환영행사를 보기 위해 자리를 했으며, 워싱턴 일원의 브루스-먼로 초등학교를 포함한 3-4개 학교 학생들도 참석해 손에 태극기를 들고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날씨 관계로 공식 환영식은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먼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백악관 건물에서 나와 이 대통령 내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서 이 대통령 내외는 한국의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나란히 단 리무진에서 내려 오바마 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았고 행사에 참석한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귀빈들 중에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내외가 포함됐다. 공식 환영식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국 국가 연주와 두 정상의 연설로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사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동반자”라며 한국말로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은 답사에서 “한미 양국 간 동맹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인사말을 마친 후 행사장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백악관 안으로 들어갔다. 특히 행사장에 나온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기 위해 팔을 뻗쳤고 또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참가자들은 그 감격에 못 이겨 함성을 질렀다소 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초등학생들과도 손을 잡고 미소를 주고 받았다. 공식 환영식이 끝난 후 두 정상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과 영빈관에서 각각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열어 과거 한미 전략 동맹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 발전상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했다.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 대통령은 조셉 바이든 부통령 내외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마련한 국빈오찬과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회합동 연설에 참석한 뒤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으로 이날 공식 일정을 마쳤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인 14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고, 방미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시카고에서 한인 동포간담회를 가진 뒤 귀국했다. 두 정상은 이제까지 다섯 차례 회담을 열었지만, 이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