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절대 독재자였던 김정일의 급작스런 사망은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에게 당혹스런 사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김정일의 사망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에게 악몽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은 우선 김정은의 3대 세습의 변동여부와 차후 북한 권력의 움직임, 향후 남북통일 전망, 핵무기의 처리 등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정권은 지난 19일(미국LA시간 오후 7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20일자에서 “김정일의 급사가 바로 내년부터 ‘선거의 해’로 들어가는 한국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평소 미스터리와 혼돈스런 인물인 김정일의 죽음은 북한내의 반발세력의 등장여부와 김정은의 권력승계에도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망했다. 타임지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은 서방세계에 “20대의 뚱뚱보로 스위스 학교에서 유학하며 마이클 조던을 좋아했던 인물”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데, 전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빈곤한 나라에서 과연 개혁으로 변화될지 관심의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타임지는 중국이 과거 등소평의 개방개혁정책을 펴나가는데,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주은래 수상 등 당지도부의 핵심 인물들의 과거 전력이 영향력을 주었듯이, 김정은에게도 그 것을 기대하는 정부관리, 정책가 및 학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일 사망이 한반도의 통일 기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통일을 위한 특별세제 방침도 구상했는데, 이번 김정일의 사망 이후 통일을 대비한 어떠한 정책을 펴나갈지도 관심의 대상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일의 급작스런 죽음은 항상 북한 위협에 시달려온 한국 안보에 새로운 문제점을 주고 있으며, 중국 으로서는 만약 북한정권의 붕괴가 발생할 경우, 북한으로 진주해야 하는가에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일본은 북한이 또다시 핵무기로 위협을 가해오지 않을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RF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들이 공통된 대응을 마련한다면 북한이 쉽게 도발적인 행동을 하진 못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이 매우 공격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동시에 스스로 붕괴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 중국 입장”이라며 “중국이 이 급변 사태에 어떤 대처를 해야할지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복잡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계기에 북한의 핵무기 존폐에 대해서도 주변국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만약 핵무기가 테러집단으로 이전될 경우, 이를 파괴할 작전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는 실정으로 알려져 왔다. 중국은 직접 군사적 개입으로 핵무기의 이전을 막으려 한다.
한편 타임지는 김정은이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후계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반발세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 상항에서 대중봉기는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콜럼비아 대학의 한국학연구소 찰스 암스트롱 소장은 “어는 누구도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예견치 못했다” 고 지적하면서 북한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진단했다.
인척들이 권력분점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북한의 지도체제가 당분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게오르기 톨로라야 한국연구소장은 19일 RFA방송에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고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북한을 이끌어가는 집단 지도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톨로라야 소장은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정권을 장악하기엔 김정일의 사망이 너무 빨랐다”면서 “앞으로 수개월에서 1년 정도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김경희, 또 김 위원장의 부인 김옥까지 공동으로 북한의 정책을 결정하는 체제가 유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의 군사 반란 가능성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그와 같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오쩌뚱, 즉 모택동 사후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장성택 등을 중심으로 한 섭정이 당분간 유지 되겠지만,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등에 동원된 학생 등 김정일 치하에서 불만을 가졌던 세력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장례 후 수 주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는 평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김정일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던 세력이 불만을 어떻게든 표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일성과 김정일로 이어지는 혈통 때문에 김정은을 앞에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장성택이 휘두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발표한 ‘김정일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김정은 당 군사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명목상 서열 1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두 번째였다. 미국과의 교섭을 지휘하는 강석주는 10번째였으며,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은 14번째, 그리고 장성택 부위원장은 19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
“북한 인권상황 희망적 변수” 미국의 북한 관련 국제인권활동가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희망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전 사무총장은 RF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의 사망이 장기적 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운스 전 사무총장은 “북한 정권이 북한주민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기본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김정일의 개인적 탓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은 툭하면 사람을 죽이고, 북한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고, 특히 외국인 납치를 직접 지시하는 등 혼자서 모든 결정을 다 했다”면서 “김정일이 북한과 남한, 나아가 국제사회에 끼친 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운스 전 사무총장은 “북한 안에 김정일이 통치하던 방식과 다른 변화를 보고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이 세력이 서서히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북한의 새 지도부 역시 핵문제와는 달리 국내정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서방세계와 화해의 움직임(제스처)으로 외국인 납치자의 생사와 행방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정부는 클린턴 장관이 19일 발표한 김정일 사망 관련 성명을 통해 “우선 북한 주민의 안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평화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는 북한이 약속한 의무를 다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또 북한 주민의 인권을 존중함으로써 평화의 길로 북한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안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그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새 지도부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한반도의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클린턴 장관은 김정일의 공식 직함을 표기하고 북한의 호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고 명시하면서 비록 외교적 격식은 차렸지만 공식적인 ‘조의(condolence)’ 표명을 하지 않고, 새 지도부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6자회담 재개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전달했다. 이번 미정부의 성명은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국민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는 내용의 공식 조의 성명과는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미국정부 성명이 나온 이후 한국 정부의 담화문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공식 조문단을 파견치 않기로 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보도 후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의 공고한 동맹정신을 재확인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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