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통계, 지정학,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트렌드는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래에 미국에 대한 도전도 대부분 이 지역에서 나올 것이고 우리는 이를 주시해야 한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지난 5일 국방부에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뎀프시 의장은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하는 데 대해 ‘미래를 향한 이동(shift to the future)’이란 표현을 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직접 국방부 연단에 올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아시아를 ‘매우 중요한 지역(critical region)’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국방전략의 중심이 기존 중동·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임을 미군 최고 수뇌부가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아시아 주둔군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 주둔군 감축이 예상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군 운용 우선순위를 아시아에 두겠다는 미국의 새 국방 전략은 평상시 전쟁 억지 차원에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평가다. <편집자 주> |
미국 국방부가 내놓은 새 국방전략 보고서에는 특히 북한에 대한 억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별도로 언급했다. ‘2개 전쟁 동시 수행 전략‘ 포기라는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자칫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일은 없도록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방어하기 위해 동맹국 및 기타 지역국과 효과적으로 협조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한 미군 등 아시아 주둔군 감축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새 국방 전략 발표 이전에 우리 측에 주한 미군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임을 공식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은 한반도 전면전 등 전시(戰時) 상황에선 현행 작전계획 5027 등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지만 평시 대북 전쟁 억제 차원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 견제‘ 포석 미국은 지난 10년간 4조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이라크·아프간전을 마무리한 뒤 앞으로 더는 이 같은 대규모·장기간 지상군 전략을 수행하지 않고, 여기서 아끼는 재원을 아시아·태평양으로 돌린다는 방침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군대는 군살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더 민첩하고(agile), 유연하고(flexible),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사이버전, 특수 작전, 정보 수집, 정찰 역량 강화가 미군 경쟁력 강화의 새로운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방부가 공식 배포한 ‘글로벌 리더십의 지속 :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라는 새 국방 전략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강자로 등장한 것은 잠재적으로 장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핵개발 억제 천명 오바마 대통령은 새 국방전략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억제할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미국의 새 국방 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핵심은 국방비 감축을 위해 미군 규모를 줄이되 세계 최강군으로서 군사적 우위는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에 맞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군의 증강, 북한과 이란의 핵 야욕 분쇄, 그리고 재래식 지상군 감축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그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국방비 삭감으로 이 지역의 안보를 희생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미국에 중요하다며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이 지역에서 마찰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5일 미군 병력 감축과 해외 미군 전략의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돌리는 새로운 국방전략을 밝히면서 “한반도에서 지상전이 벌어지고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연합전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미군, 미국이 혼자서 감당할 수 없고,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2개 주요 전쟁 동시 수행전략‘ 포기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동맹국들이 느끼는 우려를 가라앉히려 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패네타 장관은 한반도와 중동에서의 동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연합전력‘이 그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단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과거 미군이 해왔던 군사적 역할을 상당 부분 떠맡아 줘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
中·日도 군비 증강
미국이 제시한 새 국방전략은 한반도 유사시 증원군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10만~20만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군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준비가 어디까지 진척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걱정했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1·2·3위의 경제 대국과 군사력 확충 경쟁을 벌이는 것은 한국의 국력으론 버거운 일이고, 또 현명한 선택도 아니다. 한미 동맹에만 의존해 온 한국의 안보 시스템을 동북아 주변 환경 변화에 맞춰 다변화된 외교를 접목해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