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포사회에서도 크루즈 관광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이태리 지중해 연안에서의 호화 유람선 사고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또 많은 외신들은 이번 이탈리아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침몰사고로 크루즈 여행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이번 사고 크루즈에는 총 4,000여명이 승선했으며, 한국인 신혼부부들을 포함해 한국인 관광객은 10여명이 승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다. 서양인들이 싫어하는 ‘13 일의 금요일’에 발생한 크루즈 사고는 선장 이하 승무원들의 작태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승객들보다 먼저 도망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구조된 많은 승객들은 미국 언론에 나와 “마치 타이타닉 호의 침몰때처럼 아수라장이었다”고 사고 당시를 기억하면서 몸을 떨었다. 이처럼 지옥같은 혼란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순애보같은 사연들도 전해지고 있다. 마치 ‘타이타닉호의 사랑’과 같은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임스 김 객원기자 이태리 호화 유람선인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지난 13일(금) 오후8시 현지시각에 4200명의 승객이 탑승한 가운데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지글리오 섬 인근 해상에서 좌초돼 15일 현재까지 6명이 숨지고 4천여명이 구조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사고에서 구조된 짐 살즈버그는 당시 부인과 딸과 함께 유람선에 있었는데 저녁시간에 갑자기 “쿵, 쾅” 하는 소리가 나서 놀라 캐빈 밖으로 나섰는데, 지나는 승무원들은 “걱정할 것 없다. 전기선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고 ABC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서 혼란은 시작됐다.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2층 데크에 있는 승객은 3층으로, 3층 데크에 있는 승객은 4층 데크로 올라가라”고만 소리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지” 알 수 없었던 살즈버그는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우리들이 살길을 찾아야겠다”면서 갑판으로 나갔다. 어둠속에서 사람들이 우왕좌왕 엉키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승무원들은 “모두들 각자의 소집 스테이션으로 집합하라”고 소리치고 있었으나, 승객들은 소집 스테이션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사전에 그런 장소에 대해서 듣지도 못했다고 살즈버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쿵,쾅” 소리가 난지 2시간이 되면서 ‘배를 포기한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승무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승무원들은 구명보트를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몰랐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살즈버그는 TV인터뷰에서 “선장이 사망자 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 사연들 ‘한편의 영화’
이번 사고에서 영화 ‘타이타닉’처럼 슬픈 사랑의 모습도 재현됐다. 니콜 세빌은 남편 프란시스와 함께 세컨 허니문을 위해 크루즈에 나섰다. 이들은 컴컴한 암흑 속에서 배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간신히 남편이 구명자켓 하나를 걸치게 됐다. 배가 기우려 침몰한다는 생각이 들자 남편은 부인에게 “바닷물에 뛰어들어야 산다”고 했다. 니콜은 “나는 헤엄칠 줄 모른다”고 하자, 남편은 구명조끼를 부인에게 걸쳐주면서 “나를 따라 뛰어내리면 걱정없다. 내가 옆에 있겠다”면서 바다로 뛰어 들었다. 부인도 엉겁결에 남편을 따라 뛰어들었다. 니콜은 바다물에 구명조끼 때문에 떠있었으나, 남편은 출렁이는 파도속에서 “걱정마라. 내가 있다”고 했지만 어느틈엔가 남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구조보트가 나타나 니콜을 구했다. 그러나 남편의 모습은 영영 볼 수가 없었다. TV마이크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니콜은 “남편은 저에게 구명조끼를 주고 자신은 저세상으로 갔다”며 오열을 멈추지 않았다.
호주에서 광부로 일하는 로즈 엘코브 부부는 이번 크루즈 여행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원래 서로 원만치 못했던 이들 부부는 마지막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는데, 사고를 만난 것이다. 지옥같은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소리치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 손을 잡고 헤쳐나가면서 마지막 구명보트에 타고나서야 자신들의 운명을 새롭게 생각했다. 사고해역 인근 섬의 교회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이들 부부는 “이번 일로 우리는 서로가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면서 “타이타닉의 사랑처럼 새로운 사랑을 얻었다”며 다시 서로를 껴안았다.
ABC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그램에 나온 에미리 루는 승무원들을 질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남편 스미스와 함께 마지막 순간에 탈출했다.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갑판에는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 다니고 구명보트 주위에는 서로 타려고 아우성이어서 모든 게 통제불능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그들은 함께 바다로 뛰어 들어 헤엄쳐 섬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23세의 로스 메트는 크루즈 선박 연예부의 댄서였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트북으로 페이스북에 “내 이름은 로스, 오늘 금요일의 13일. 나는 크루즈와 함게 침몰하고 있다. 우리가 구조되기를 기도해달라”고 썼다. 그녀의 기도는 받아들여졌다. 그녀의 애인은 그 선박의 승무원인데 함께 소방 호수로 몸을 묶어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영화 ‘타이타닉’이 재현된 것이다.
30세의 로자린 린콘은 크르주 선박의 연예부 매직 쇼 단원이었다. 배가 좌초될 당시 그녀는 한창 매직쇼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마술사가 연기를 하고 자신은 관속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관이 굴러버리는 바람에 혼비백산해 관을 부수고 뛰쳐 나오니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시뮤스 무어 부부는 50회 생일을 맞아 크루즈 여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어둠 속에서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에 “아, 이제 죽었구나”로 생각해 휴대폰으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친척에게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했다. “딸에게는 우리 소식을 알리지 마라.딸아이가 내일 시험이 있기에…” |
“선장이 술취해” 한편 이탈리아 검찰 당국은 이 사고와 관련해 프란시스코 세티노 선장(52)을 구속했다고 전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선장은 승객들이 모두 탈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유람선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선장은 “배는 정해진 항로로 운항하였지만 암초에 부딛혔다”며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 70대의 한 남성은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은 전했다. 다른 6명의 사인은 불명확하지만 탈출 때 혼란 속에서 바다에 빠진 것으로 보여진다. 크루즈선(유람선)의 선장이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암초가 많은 질리요 섬 가까이 배를 운항한 것은 섬에 있는 지인에게 인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6일 보도했다.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을 조사하고 있는 이탈리아 검찰에 따르면 셰티노 선장은 기적 소리와 함께 섬에 근접 운항해 섬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유람선 소속 회사의 전통에 따라 사고 당일인 13일(현지시간) 섬 쪽으로 배를 바짝 붙여 운항하다 사고를 냈다. 당시 질리요 섬에는 유람선 선원의 친구가 있었다.
사고 유람선이 소속된 코스타 크로시에레에서는 이 유람선 고위 간부가 질리요 섬에 살던 부인에게 인사하기 위해 배를 섬 가까이 운항하기 시작한 이후 근접 운항의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이날 유람선은 ‘르 스콜(Le Scole)’이라고 불리는 암초에 부딪혔는데, 이 암초는 섬으로부터 불과 몇백 야드(100야드는 약 90m) 떨어진 곳에 있다. 섬 주민들은 배가 이같이 섬 가까이 운항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 섬 주변을 운항하는 선박들은 보통 섬과 8km 떨어진 채 운항한다.
유람선이 암초에 부딪히는 바람에 배에 48m의 틈이 발생했고, 이 틈으로 불과 2~3분에 걸쳐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흘러들어 배를 전복시켰다. 그러나 셰티노 선장은 검찰 조사에서 해도나 선박의 네비게이션에 암초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승객들이 모두 대피하기 전 배를 버린 셰티노 선장은 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될 경우12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현재 사고원인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선장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배를 조종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유람선의 한 승객에 따르면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유람선이 좌초되기 전 술을 마셨다고 영국 선데이텔레그라프가 15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국적의 모니크 모렉(41)은 선데이텔레그라프에 “배가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기 전날 밤 미모의 여성을 끌어 안고 술을 마시던 선장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모렉은 이어 “승객 대부분은 대피를 알리는 경고음이 어떤 소리인 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배를 버리고 대피하라는 의미로 7차례 울린 경적소리를 알아차린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선박회사 ‘코스타 크로시에레‘도 역시 유람선 선장의 판단착오를 시인했다. 코스타 크로시에레는 15일 공식 성명에서 “선장의 판단착오로 일련의 사고가 발생했다“며 비상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어 “비상 상황에서 선장은 국제기준을 따르는 코스타 크로시에레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입사한 셰티노 선장은 유람선 선장으로서 요구되는 비상상황 대비훈련을 완료했고 승무원들 역시 2주에 한 번씩 훈련을 받았다. 승객들 역시 승선 24시간 이전에 필요한 대피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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