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선거 유권자 등록이 지난해 11월 13일 시작된 이래 두달이 지났지만 등록률은 말을 꺼내기도 무색할 정도로 참담하다. 17일 현재 LA총영사관에 등록한 재외국민은 재외선거인 688명, 국외부재자 1,104명으로 총 1,792명만이 등록을 마쳤다. 등록률은 0.91%를 기록하고 있다. 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성적이다. 해외지역 전체로는 4만6천여명이 등록해 해외 전체 유권자수 223만여명의 2%에 불과하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우여곡절 끝에 40여년 만에 회복되었지만 역사적인 재외국민투표는 최악의 등록률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인 등록과 투표의 불편 등 제도적인 문제로 등록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것은 시작 전 어느정도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등록 시작을 한 지금의 결과는 처참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등록 절차상의 어려움과 유권자들로 하여금 등록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공관과의 거리문제 등 허점 투성이인 제도상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중앙선관위의 홍보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이미 예견되고 당장 개선하기 힘든 제도상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선관위는 해외유권자들을 상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판만 벌여놓은 채 뒷짐만 지고 구경하는 듯하다. 한국과 다른 해외 현지의 사정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선관위의 안일한 홍보 자세에 비난이 쏟아지면서 선관위는 뭇매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해외지역 전체 유권자 등록률 2%, 이중 북미주 지역의 등록자는 1만2천여명으로 1.1%. 전체 대륙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주 지역에서도 LA지역은 0.91%를 기록하고 있어 북미주 지역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등록마감일인 2월 11일까지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예상되는 등록률은 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 등록률은 전체 국민 100명 중 평균 2명이 등록하는 셈이고 50%의 투표율을 보인다 해도 100명당 1명이다. 재외참정권 시대의 역사적인 개막을 축하하며 다소 과열된 분위기에서 시작된 재외선거는 그야말로 무늬만 재외선거가 될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이같은 참담한 등록률은 이미 우려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등록불편과 중앙선관위의 홍보부족이 너무나도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오랫동안 많은 홍보를 해왔다고 하지만 주변의 많은 한인들은 등록마감일이 애초부터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설령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만큼 중앙선관위의 홍보가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본국 국민들의 경우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타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은 다르다. 본국과는 다르게 이곳의 정보습득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기에 무엇보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신문 방송은 물론 현대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매체 등 뉴미디어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홍보수단을 동원해 홍보를 하고 기사화를 위한 정보들도 끊임없이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두달 간 중앙선관위의 활동을 보면 홍보는 손을 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선관위 홍보팀, 황당한 변명 각국 공관에 재외선거관을 파견했지만 실무만 처리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한인신문 등을 통해 재외선거인 등록 광고를 봤다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선관위는 이곳 LA지역에는 YTN, 아리랑TV, KBS월드 등 TV와 3개 라디오 방송사에만 광고를 했을 뿐 많은 한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일간지를 비롯한 지면매체에 대한 광고 집행은 전혀 하질 않았다. 인터넷 매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지면매체 등의 대대적인 광고홍보를 늘릴 계획도 없어 보인다. LA총영사관 정철교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해외 각 지역의 모든 홍보와 광고 집행은 중앙선관위 재외선거 홍보팀에서 전담하고 결정한다”면서 “이곳 LA지역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해 중앙선관위에 광고홍보 건의를 해 봤지만 중앙선관위의 광고 집행에는 전혀 반영이 되질 않았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또 정 위원장은 “앞으로 늘릴 계획도 없어 보인다. 홍보광고와 관련된 부문은 모두 중앙선관위 재외선거 홍보팀의 소관이다”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뾰족한 방법이 뭐가 있겠나, 지역 한인들을 꾸준히 만나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LA총영사관은 10명의 홍보팀을 구성해 한인 교회와 유학생들이 많은 어학원, 대학교 등을 돌며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또 LA총영사관은 유권자들의 등록편의를 위해 주말에 영사관을 열어 등록을 받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 위원장은 “빠르면 이번 주말부터 영사관을 오픈해 등록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지 지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의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가 안돼서 등록률이 낮은 게 아니다. 여러모로 홍보는 되었는데 등록여건이 나빠서 저조하다”고 직무유기의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는 홍보라는 것을 잘 모르거나 홍보가 안됐다라는 지적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홍보는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한두 번 일부 매체에 광고를 내고 홍보가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재외선거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만 업무는 언제 보고, 마감일은 언제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속적인 광고는 등록을 하도록 독려하고 채근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다양한 지역 매체들을 활용한 광고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선관위 홍보관계자는 “우리는 예산내에서 최대한 광고홍보를 펼치고 있다”며 “재외선거에 동포언론사들도 큰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해줘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선관위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많은 재외동포 언론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관련 기사들을 쓰고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정보제공을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대체 중앙선관위는 그 많은 홍보비용을 어디에 쓰고 있길래 동포 언론사들의 홍보기사만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81.2% “잘 모른다”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률이 2%대로 극히 저조한 이유로 재외선거에 대한 선관위의 홍보부족이 재외유권자들의 인지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상철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발간된 ‘한민족비전’에 게재한 재외선거 관련 글을 통해 “현재 재외선거등록 신고절차 인지도가 낮은 것은 재외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의 법개정이 2009년 2월에 이루어져 얼마 경과되지 않았고, 재외선거제도 홍보를 위한 중앙선관위가 소요예산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해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를 실시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 이사장은 2009년 9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13일까지 약 1년여에 걸쳐 LA총영사관 관할지역 동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자료를 근거로 2012년 실시되는 재외선거에 대한 동포들의 인식과 문제점 등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이 자료에서 “재외선거 사전등록 신청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8.8%만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을 뿐 81.2%가 “잘 모른다”고 답한 점을 들면서 “투표참여의향과 교차분석하면 재외선거등록·신고절차 인지도가 높을수록 투표참여의향이 높게 나타나는데 향후 재외선거에 대한 홍보와 교육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설문조사에서 “2012년 재외선거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63.7%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선거에 기권하겠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기권사유를 질문한 결과 △복잡한 선거절차나 방법(19.5%) △후보자·정당선택 어려움(16.4%) △바쁜 일상생활(15.3%) △투표소까지의 교통불편(8.7%) 등의 이유보다 △한국정치에 대한 불안과 무관심(40.1%)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사실상 재외선거가 절차상 어려움이나 불편함 때문에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유권자들이 오히려 무관심과 불안을 이유로 선거 기권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
홍보예산 13억원 증액 한편 국회는 2012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2012년도 재외선거관리 예산은 당초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 554억여원에서 34억8천만원이 줄어든 519억여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국회의원재외선거관리 예산 중 투표관리 부문에서 47억8천만원이 줄어들고, 반면 공명선거 계도 및 홍보 사업비는 38억 5천여만원으로 당초 예산에서 13억원 정도 증액됐다. 공명선거 계도 및 홍보비가 13억 증액된 것은 저조한 재외선거 등록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회의원재외선거관리 예산 중 투표관리 부문의 예산이 줄어든 것은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서 투표용지 우편발송 관련 비용으로 계상된 93억9,200만원에서 기계장치를 이용한 투표용지 작성 및 교부 소요경비 46억여원을 제외한 47억8,000만원이 감액됐기 때문이다. 재외선거는 국내투표와 달리 재외공관에 투표용지 발급기가 설치되며, 유권자들은 이 기계장치에서 발급되는 투표용지에 기표하게 된다.
저조한 재외선거인 등록률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등록하는데 있어서의 현실적인 불편함이다. 유학생과 지상사 주재원 등의 국외부재자들은 우편 접수가 가능하지만 영주권자 등 장기체류 중인 재외선거인들은 본인확인을 위해서 공관에 직접 나와 등록을 해야만한다. 즉 투표를 위해서 두 번은 공관에 발걸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바쁘지만 역사적인 재외선거인만큼 어지간하면 시간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득하다. 공관이 사는 도시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차를 타고 와야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것도 휴일에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휴가를 내든지 생업을 포기하든지 해야한다. LA총영사관이 관할하는 지역의 경우 하루를 휴가 내더라도 등록하기가 힘든 곳이 많다. 다른 재외공관들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뉴욕총영사관의 경우 5개주를 관할하는데 남한의 3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또 뉴욕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뉴욕시 가까운 곳도 반나절 이상 시간을 내야한다. 시카고 총영사관의 경우 미국의 중서부주 13개주를 관할한다. 일부 주의 재외국민들은 등록이나 투표는 고사하고 재외선거를 알고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달라스를 포함한 휴스턴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 선거인 등록을 마친 한인은 402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관할지역 내 한인유권자의 0.45% 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대도시인 달라스 지역에서는 지난 두달 동안 고작 30여명 만이 등록을 마쳤다. 그나마 ‘재외국민선거 달라스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받은 신청자가 전부라고 한다. 지난 두달간 달라스에서 등록을 위해 찾은 재외국민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지역 유권자들은 “재외국민 참정권을 주면 뭐하나, 공휴일 등록이 가능하지도 않은데 유권자 등록을 위해 이틀, 투표를 위해 이틀씩 소비해야 한다면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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